창업 7개월차 회고: 하고 싶은 거 그만 해
법인 설립 이후 꼬박 7개월이 지났습니다. 사무실을 구하고, 채용과 본격적인 영업을 한지는 5개월 정도 지났네요. 백만가지 사건들이 있었는데, 결국 교훈은 한 줄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거 그만 해! 1. 대단히 평범하고, 조금 새로워라 나는 새로운 것을 팔 수 있지 않을까? 이 새로운 것을 어떻게 명명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할까?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고객의 눈높이에서 접근하려면 이 질문만 계속 되뇌이면 됩니다. '우리 서비스는 무엇의 대체재인가? 대체재와 비교했을 때 가성비가 좋은가?' 팔리는 물건은 90%의 익숙함과 10%의 새로움으로 구성됩니다. 익숙함은 사람들이 쉽게 적정 가격에 대한 눈높이를 형성하게 하고, 새로움은 거기서 우리 제품을 사야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세상에 비교 대상이 없는 새로운 가치제안은 없고, '경쟁사' 없는 서비스는 없습니다. 손쉽게 비교되어야 손쉽게 새로움도 설득할 수 있기 마련입니다. 제 머리를 깎지 못하는 중이라, 고객사 컨설팅은 이런 식으로 잘 하면서 막상 저에게는 참 아둔했지요. 지난 5개월 남짓은 내 사업은 새롭고 파괴적이었으면 좋겠다, 기성의 무엇과 비교되지 않는 더 좋은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과 에고를 차근차근 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좀 더 빨리 버렸으면 좋았으련만. 2. 들어라 내가 연사로서 강단에 올라가기 전에는 그 어떤 자리에서도 절대로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은 '임팩트 있게' 할 때 힘을 발휘하지, 양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대화의 이상적 구성은 내 이야기 30%, 상대방 이야기 70% 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임팩트 있게 전달할 수 있는 포인트를 뽑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순진한 이야기는 세상에 필요가 없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제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 할까요? 대화의 순간에 상대방에 필요가 있는 사람이 되는 법을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잠재 고객이 빠르게 자신의 페인포인트를 인지하고 니즈로 표현하게끔 만듭니다. 상대방이 필요한 바를 빠르게 구체적으로 말하게 해야 합니다. 회사 내부 고객이든, 외부의 잠재 고객이든, 현재 고객사이든, 누구에게나 이 점은 동일합니다. 이걸 잘 하려면 내가 대하는 사람들의 사고 구조와 언어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이 내 말을 아끼고 열심히 들어야 합니다. 3. 넛지(nudge)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원들을 움직이려면 적당한 거리에서 관찰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넛지를 주면 됩니다. 자꾸 궁금해하면 서로 귀찮고, 조급해져서 일만 그르치게 됩니다. 적당한 거리에서 관찰하면서도 잘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그냥 최대한 밀착해서 가까이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인수 후 통합의 실패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합니다. 경영진이 바뀌어도 쉽게 경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는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 것인지 반추해보게 됩니다 ㅎㅎ) 비전문가라서 앎이 없는 내가 일을 맡겼을 때도 일이 선명하게 그려지게끔 임팩트 있게 소통하는 사람은 정말 보물인 것 같습니다. '내가 실무적으로 잘 모르는 일에 대해서' 적절히 넛지를 잘 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관리자가 개입했을 때 효과적인 순간은 언제일까요? 사람, 조직의 문화, 산업, 고객사의 성격, ... 모든 회사마다 이 최적점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이해하려면 기간을 두고 잘 관찰해야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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