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개월차 회고 이모저모: 여전히 조급하고, 시행착오 중이지만, 그래도 기다림의 미학을 맛보았다 리더쉽과 조급함 한때 옆 팀이 저랑 각개전투하던 시절이 있습니다. 옆 팀에게서 리스펙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제 모자람입니다. 광고 캠페인 성과가 3일이면 나오는 사람들에게 최소 3개월씩 성과가 걸리는 일은 성과가 없는 것처럼 비춰지는 게 당연합니다. '네가 백그라운드가 좋은 건 알겠는데 할줄 아는게 있냐?' 정도로 비춰졌을 것 같습니다. 제가 왜 광고를 돌리지 않고, 왜 이런 형태의 레퍼런스들을 쌓아나가는지, 어떤 고객 네트워크를 왜 쌓고자 하는지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득하고, 그리고 이들의 사고방식과 문법을 알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마케팅 대행은 세상에 존재하는 10% 정도의 회사가 고객이 될 수 있지만, 제 타겟 고객은 0.1%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시장이 이토록 작은데 이 속도로 고객사로 만들면서 BEP도 맞추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주는 게 아쉽습니다. (그냥 기적)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시장이 작은 일을 왜 하냐?'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아니 이 구조가 뭐냐면...이라고 말이 길어지면 어차피 집중이 흐려지니 이건 좋은 대화법이 아닙니다. 계속 크고 작은 성과들로 설득하며 결국 3-4년 뒤 100억짜리 한방으로 증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고 회로가 다르고, 서로 잘 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게 회사로서 합쳐지면 분명 시너지가 될텐데, 이걸 통합해내는 것도 결국 제 숙제입니다. 신뢰는 회사의 이익에 배반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밑바탕이 되는 소극적 협조입니다. 적극적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리더쉽입니다. 사실 조직에서의 권위는 긴 말 필요 없이 수치로 증명되는 성과에서 옵니다. 아무튼 제가 빌드업해둔 일들의 성과가 조금씩 나기 시작해서 다행입니다. 팀워크가 자리잡는 것 또한 시간이 걸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짝꿍이 제 뜻을 믿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제가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좀더 입체적으로 보여지기 시작하니, 드디어 해상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시간 성장 중인 다마고치 박대표가 성장하기도 했고, 매일 밤 새다가 과로사할까봐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뜻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들이 부쩍 많이 생깁니다. 우리는 이제 진짜로 유일무이한 문제해결 조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독한 시행착오의 시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실험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지난 4개월동안 템플릿 없이 빈 페이지에서 제안만 20개 넘게 썼습니다. 서비스 패키지를 이렇게 저렇게 쪼개고, 가격도 바꿔보고, 가치 제안을 바꿔보기도 하고, ... 제 시장이 얼마나 좁고, 초기에 기회의 문이 얼마나 좁은지 자각한 뒤부터 제안 하나하나에 늘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그렇게 일단 되는대로 서로 다른 6가지 서비스를 팔아보면서, 내부 운영도 테스트해보고 고객 반응도 보고, 성과도 확인해봤습니다. 일단 서비스로서 형태를 어느 정도 갖춰야 상세 페이지나 서비스 소개서라도 쓰니까요. 스스로 뭘 할 수 있는지, 무엇을 분업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고객이 이 중에서 가치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지독한 PoC의 반년을 보냈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 PoC 중일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나 소개서 기획을 할 수가 없었던 게, 제가 무엇을 할수 있고 없는지, 공수는 얼마나 드는지조차 잘 모를 정도로 세일즈 경험이 부족했고, 고객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는 팀으로 어떻게 시너지를 내는지 설명할 수 없어서 무슨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날이 좀 선선해질 즈음이면 이제 이런 기획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잘하는 것, 못하는 것 신기하게도 생각했던 고객 가설들은 상당 수 맞았습니다. 내가 팔고자 하는 서비스의 시장이 있다! (물론 틀린 것도 엄청 많습니다) 사실 제 아이템의 특성상 네트워크 중심으로 초반부를 전개하지 못하면 시작이 불가능한 종목이기도 합니다. 돈을 쓰는 실행보다 네트워크와 개인기로 버로우타는 구간이 상당히 긴 사업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좀더 멋있게 해내고 싶었는데, 가설을 확인하기 위한 실행을 스스로 참 못한다는 걸 백만번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문제를 쪼개고, 솔루션을 구조화하는 걸 세렌디스트에 실험해봤을 때 잘 하는 편인 것 같긴 한데 역시 속도감 있게 실행하는 건 다른 역량인 것 같습니다. 사실 실행도 채용이나 비용을 쓰는 시행착오인데 그럴 여력이 자금 측면에서 부족했던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실행이 아닌, 고객을 위한 실행을 잘 할 수 있는 팀을 빌딩하는 데에 투자했고, 회사에는 고객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저는 이 또한 좋은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만들기 이 과정을 거치니 비로소 어떤 팀을 만들고 싶은지도 알 것 같습니다. 핏이 안 맞는 사람이어도 돈만 벌어오면 되냐, 아니요. 돈을 떳떳하게 제대로 버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손이 가기 때문에 눈 앞의 이익을 위해 나중의 이익을 버리게 됩니다. 조직은 만들고자 하는 회사에 명확히 기여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