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Doing
일단 해봐 그만 생각하고, 창업가의 제1의 자질은 자기 확신입니다. 멋대로 해도 될것 같다는 확신이 있어야 쉽게 발을 뗄 수 있습니다. 무모한 사람들이 이것저것 해보면서 빨리 배웁니다. 경험은 인프라가 되고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산이 됩니다. 솔직히 저는 창업가로서는 자질이 별로 없습니다. 생각이 많고, 행동이 느리고, 고민이 긴 대신, 시야가 넓고 장기적인 관점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사실 스스로 창업가보다는 누군가의 자문에 더 적합한 사람입니다. 개발자를 했더라면 참 행복했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습니다. 저는 섬세하게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즐기는 내향적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매출을 내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케팅 대행사가 왜 이렇게 많은지 잘 알겠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저인 것 같네요. 사실 저 스스로 '누가 이런 것 좀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막막한 것들을 서비스로 하나씩 내놓으면 잘 팔리더라구요. 정신없는 대표들 마음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표의 시간은 곧 돈입니다. 자기 일이 스스로 천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일이라는 것은 본디 즐거운 일 1%, 하기 싫은 일 99%로 구성되어 있기에 좋고 싫음을 느끼면 끝도 없습니다. '그냥' 해야합니다. 일단 뭐라도 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된 중간 개발 단계의 서비스나, 기획 단계에서 중단된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을까요? 기획을 덧붙이다보면 결국 아무것도 세상에 나오지 못합니다. 일단 돌아가는 톱니바퀴 두 개를 내놓고, 누군가 쓰게 한 뒤, 톱니바퀴를 하나 더할지, 아니면 톱니바퀴에 부드러운 천을 씌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저도 중단한 토이 프로젝트가 수십가지 됩니다. 랜딩페이지를 그리고 앱을 론칭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고, 커뮤니티 빌딩을 시도한 적도 있고, 콘텐츠를 발행하려고도 했었고, 강의 교안도 초안이 쌓여있고... 고정비가 들어가지 않는 사업 중 혼자서 시작해볼 수 있는 작은 시도들 중에 손을 안 대본 것이 없을 겁니다. 혼자서 시작하면, 스스로 운영의 한계를 느끼고 한번의 파일럿 이후 중단해버립니다. 확장 가능한 구간까지 가려면 들어가야 할 내 시간과 투자, 그리고 그 업사이드의 규모가 가시적일 때, 딱 그때 포기하게 됩니다. AI, 자동화를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정말로 확장성 있고, 지속 가능한 것을 만들려면 서로 다른 목표를 가졌기에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얽어내야 합니다. 그게 사업 아닐까요. 저는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고 무조건적인 제 편이 되어주는, 엄청난 사회 경험과 실행력의 가족이 생겼습니다. 이제 이 사람들을 책임질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지, 실행력의 부족으로 시작을 하지 못할 경우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성장의 구조 우리 회사의 타겟은 GTM 단계의 고객입니다. 기능적 PMF가 어느 정도 검증된 회사들이 더 빠르게 Sales Playbook을 만들 수 있게 부스터 역할을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RevOps가 유행입니다. 비용을 지출하는 영업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는 재무 조직을 하나로 합쳐서 빠른 지출 의사결정을 통해 성장 속도를 극대화하는 것이지요. 다양한 데이터 대시보드와 툴들이 결합되어 통해 두 가지의 전략을 보다 단순하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사실 대체로 문제는 매출을 내기 위해 지출할 충분한 예산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자금 조달까지 종합적으로 커버하는 것이 궁극의 RevOps 컨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타겟 고객을 정의하고, 페르소나 가설을 설정하고, 정교하게 실행까지 하는 것이 향후 2-3년 안에 찾아올 마케팅 대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행사도 대행사도 아닌, 전략적 관점에서 인하우스 사업개발실과 전략기획실과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컨설팅 조직을 만들기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개발 아웃소싱 등 여러 문구로 접근해봤으나 결국 문제해결이라는 본질에 가장 가까운 워딩은 컨설팅인 것 같습니다. 실행 중심의 컨설팅. 컨설팅은 인력업입니다. 솔직히 구조적으로 스케일업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는 일단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꾸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만의 브랜드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저에게는 지금 가장 소중한 숙제이자 가장 해보고 싶은 경험입니다. 사실 구조적 스케일업을 하려면 소프트웨어와 양산하기 쉬운 제품이 가장 좋습니다. 이런 사업을 하기에는 여전히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꼭 해결해보고 싶은 숙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