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와 행복추구권
2024년 상반기 회고록 - 좀 덜 아등바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날씨가 더워지나 싶더니 장마와 함께 상반기가 지나갔습니다. 늘 그랬듯이 다사다난한 분기, 반기를 보내서인지 반년의 세월이 스치듯이 가버렸네요. 아홉수도 반년밖에 안 남았습니다. 지난 반기를 전반기, 하반기로 나눠보면, 전반기에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폭삭 삭았고, 하반기에는 전반기의 마음고생을 적절한 시기에 정리하지 못하고 괜히 속을 많이 썩혔습니다. 적당한 고통은 교훈을 몸과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되어, 그 다음으로 발전할 추진력을 제공하지만, 정도를 넘으면 그냥 개고생입니다.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감정을 털어내기 어려울 때도 많지만, 잘 갈무리하고 넘어가기 위한 멘탈도 결국 또 갈고 닦아야하는 것임을 회고하면서 느끼게 되네요. 그렇게까지 독기를 품고 아등바등 지냈어야하나 싶습니다. 최근에 저를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 오랜 친구들은 아마 느꼈을 겁니다. 겉으로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불안에 휩싸여있다는 것을요. (글 쓰는 지금이 새벽5시인데 이 불면증도 아마 불안과 스트레스에 기인하겠지요) 인사이드아웃2의 불안이 최근 개봉한 인사이드아웃2 보셨나요? 주인공이 사춘기에 진입하면서 겪는 감정의 변화를 불안, 당황, 부러움, 따분함, 추억 등 새로운 감정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이 중 가장 비중있게 묘사되는 감정이 불안입니다. 불안은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망상에 빠지게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불안 뿐만 아니라 모든 감정은 양가적이라, 긍정적인 면도 부정적인 면도 있는데, 영화에서는 부정적인 면이 극단적으로 묘사되어서 저는 좀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불안은 우리의 시대정신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어가고 있고, 경기는 불황이고, 양극화는 점점 심해져 여느때보다 미래가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공유하는 환경이겠지요. 미래가 언제는 예측 가능했냐만은, 적어도 우리 세대가 미래에 대해 느끼는 장밋빛 채도는 과거에 비해 옅어진 듯합니다. 보통 사춘기 청소년의 심리상태를 묘사하는 영화들은 또래 집단 내에서의 시기, 질투, 갈등, 혹은 첫사랑 같은 준거집단 내 타인을 향하는 감정을 묘사합니다. 불안은 사람을 향하기보다는 미래를 향하는 감정인데요, 어쩌면 현재에 대한 가장 감수성이 예민할 청소년들조차도 미래의 아득함 때문에 당장 눈앞에 있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마음을 쏟을 여력이 부족해진 점을 묘사한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불안을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단순한 동물이라 환경에 엄청나게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무엇을 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에 생각의 흐름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할 때에는 미친듯이 고민과 무관한 업무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사실 더 좋은 방법은 당장, 현재의 감정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포근한 햇살, 볼결을 스치는 산들바람, 출근길에 운 좋게 맞아떨어진 건널목의 청신호, 누군가의 소소한 깜짝 선물, 사랑하는 사람의 눈웃음 같은, 일상 속의 행복 요소에 몰입하다보면, 심각한 부족함 없는 일상에 감사하게 됩니다. 물론 큰 불행은 이런 몰입을 근본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에 큰 불행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회고록만큼은 불행보다는 행복에 대해 적고 싶은 마음이에요. 행복을 찾아가는 미생 집요하고 미련맞은 사람이라서 감정 다스리기에 서툰 것 같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감정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데, 그 적절함이 어디인지는 인생의 지혜가 쌓이면 알게될까요? 지혜가 부족한 미생이지만, 완생이 되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요. 최근 오늘의 회고록 속 이야기들을 나눴던 친구가 저보고 언젠가 꼭 에세이집을 써보라고 응원해줬는데, 빈 페이지를 글자로 채워나가는 행위예술에 재주가 없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친구도 마음 고생을 정말 많이 했던데, 제 굳은살을 어루어만져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추구권 하반기에는 불행보다는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의식적으로 말하고, 고민하려고 해요. 상반기에 미련맞게 행사하지 못한 행복추구권을 좀 행사해볼까 합니다. 카르페디엠, 세렌디피티... 참 진부한 표현들이지만 널리 소비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과 지금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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