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서 한 생각 - 어떻게 살지? 제대로 살고 있나?
LSD 운동을 하면서 든 생각. 어떻게 살지? 나만 정체되고 있는 건 아닐까? 미래에도 내가 생존할 수 있을까? 등등 사실 20km를 뛰다 보면 진짜 여러 생각을 한다. 지나가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도 하고, 듣고 있는 노래에 대해서 생각도 한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생각도 한다. 하지만 2시간을 뛰는데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방금 전 했던 생각을 길바닥에 버리는지는 몰라도 정확히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뛰는 이유는 아무 생각을 안 하려고 뛰는 것 같다. 요즘 들어 많은 걱정을 한다. 커리어 적으로 나만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 같은 고민이다. 계속 생각하다 보면 진짜 큰 걱정거리가 된다. 근데 뛰면서 이런 것들이 사소한 걱정거리로 바뀐다. 달리기를 잘 뛰려고 하면 많은 시간을 달려야 한다. 많은 거리를 뛰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내 능력 이상으로 뛰면 목표한 거리만큼 뛰기가 힘들다. 몸은 굳어오고 숨은 차서 더 이상 몸이 안 움직인다. 반대로 천천히 뛰어서 목표를 달성하면 시간이 걸린다. 달리기 하나가 이렇는데 내 인생에 커리어는 어떻게 더 단순할 수 있을까?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은 당연히 나보다 빠른 시간안에 목적지까지 완주할 것이고, 나 같은 사람들은 시간을 들여 묵묵히 목적지까지 갈 수밖에 없다. 근데 웃긴 건 5분 페이스로 뛸 때랑 5분 30초 페이스로 뛸 때랑 힘든 건 엄청 차이나는데, 전체적인 시간을 보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참 웃긴 일이다. 내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라는 무모한 생각을 해본다. 한 때 서비스 기획자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고집이 있으시지만, 매우 훌륭한 기획자분이 하는 강의였다. 나 포함 3명 정도가 함께 첫 수업을 들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나만 남아서 우연히 연봉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분 왈 "원숭이 님 사실 연봉은 많이 벌면 당연히 좋은데 한계가 있는 거 같아요. 빨리 높은 연봉을 달성하면 그만큼 빠르게 내려오는 거는 거 같거든요. 높은 연봉을 빠르게 달성하려면 이직을 자주해야 하는데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연봉을 줄 수 있는 회사도 줄어들고, 고연봉자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거든요. 결국 한계에 부딪히는 거죠." 하지만 인간은 간사하다. 먼저 길을 간 사람이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욕심은 빠르게 벌고 버티고 싶다. 나도 달리기 기록을 무진장 줄이고 싶다. 하지만 슬프게도 내 신체적 타고 남은 달리기에 맞지 않다. 내 분야에서 운동으로는 국가대표까지 했지만, 선수시절에는 진짜 달리기를 싫어했다. 달리기 신께서는 나를 외면한 거 같다. 그런데 계속 뛰다보니 km수는 늘고 내 몸뚱이는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km가 늘어나니 멋진 경치도 구경하며 뛴다. 내가 제일 못 뛰는 줄 알았는데 어찌저찌 기록도 준다. 일을 하다보면 내가 이 일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제일 못하는 거 같고 제일 멍청이 같을 때 말이다. 근데 이것도 계속 하다보 면 늘지 않을까? 내가 못뛴다고 생각해서 빠르게 포기했으면 경치도 달리기의 즐거움도 몰랐을 텐데 말이다. 뭐 먹고 살지?
- 기웅 Co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