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1960년대에 태어나 고도 경제성장기를 온몸으로 견뎌낸 치열한 베이비부머였다. 가난을 이기고 가족을 건사하느라 당신의 삶은 늘 뒷전이었던 그는, 은퇴 후 밀려온 고립감 속에서 삶의 마지막 여정을 스스로 준비했다.
아버지가 떠난 뒤,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의 짐을 정리하는 비움이었다. 특수청소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 아버지가 남긴 이승의 물리적 흔적과 허물들은 말끔히 비워졌다. 그리고 생전 그가 남겨둔 영상 유언장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맺혔던 서운함의 매듭을 풀고 비로소 온전한 용서를 나누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상실의 아픔을 씻어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귓가에는 심장 박동과 닮은 국악의 느린 호흡으로 '본향'의 정화 음악이 흐르며, 우리의 요동치는 감정을 차분히 씻어주고 있었다.
발사대 위에서 빛나는 거대한 로켓 안에는 아버지의 화장된 유해 중 단 3g, 상징적인 분량만이 항공우주 등급의 티타늄 캡슐에 밀봉되어 실려 있었다. 물리적인 육신 전체가 아니라, 그의 영적이고 상징적인 존재만을 광활한 우주와 연결하는 의식이었다.
"3, 2, 1, 발사."
눈을 뜰 수 없는 섬광과 대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새벽안개를 뚫고 주위를 압도했다. 불꽃을 뿜으며 승천하는 로켓을 올려다보는 순간, 이승에서의 모든 얽매임과 고통의 전통 매듭이 스르르 풀리며 한 마리의 우아한 금빛 나비가 되어 비상하는 듯한 환상에 사로잡혔다. 현장에 모인 유족들 사이로 인종과 언어를 초월한 거대한 느낌이 번져갔다. 통곡이나 무거운 침묵 대신, 환희의 눈물과 숭고한 경외로움만이 그 자리를 채웠다.
아버지의 캡슐은 지구 저궤도에 안착해 위성과 함께 수년간 세상을 굽어보다가, 궤도 수명이 다하는 날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며 별똥별처럼 타올라 흔적 없이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이제 죽음을 축축하고 어두운 흙으로의 서글픈 소멸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칼슘과 철이 수십억 년 전 초신성 폭발에서 비롯되었듯, 아버지의 죽음은 우주의 별의 먼지로 완벽하게 회귀하는 거대한 순환의 과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비우고, 풀고, 씻어내는 웰다잉의 여정을 거쳐, 마침내 영혼이 이승으로 오기 전 원래 머물렀던 영원한 고향, '본향(本鄕)'으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귀환(귀천, 歸天)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