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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人터뷰 모음 🎤

그동안 비버밸리에서 진행된 스타트업 여성 실무자 & 창업가들의 인터뷰 아카이브입니다.
(현재 옮겨오는 중...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이에요 🏃🏻‍♀️...)
beaverofficial
'내 브랜드니까, 끝까지 한다' 비전공자 핸디캡을 극복한 K-패션 브랜드의 MZ 창업가 - 하플리 이지언 대표 인터뷰
한국의 전통문화를 사랑한 나머지 창업까지 해버린 대표가 있습니다. 먼 훗날 빈티지 샵에서도 발견될 한복을 만들고 싶다는 이지언 대표.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이 아닌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한복을 추구하는 이지언 대표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Part 패션 비전공자 MZ 창업가, 패션에 “한복”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우선 대표님과 하플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하플리의 이지언입니다. 2015년에 하플리라는 이름으로 창업해서 지금까지 8년동안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하플리(Happly)’라는 이름은 한복의 ‘H’와 적용하다 ‘Apply’라는 두 개의 합성어에요. 창업 당시에 제가 ‘한복’이라는 카테고리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이 한복을 현대에 적용할 수 없을까? 일상에서도 예쁘게 입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하플리’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하플리라는 이름 덕분인지 8년간 브랜드를 운영하며, 전통문화와 패션을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쌓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한복을 넘어 더 확장된 개념을 브랜드 이름 아래 담았습니다. 현재 하플리는 ‘한국의 헤리티지(유산)’을 재해석하고, 전통을 현대에 맞게 재창조하는 ‘패션 브랜드’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계량 한복을 만들면서 한복을 현대에 적용하자고 브랜드를 시작했다면 지금은 한복의 ‘H’에 다양한 개념을 담고 있어요. Korean heritage(한국적인 유산), hanbok(한복), harmony of different things(서로 다른 것들의 조화), 그리고 highlights of every day life(평범한 일상의 하이라이트)를 의미하고자 합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한 개념들을 적용할 수 있는 브랜드로 하플리를 만들어갈 거예요. 최근 일 년간의 리브랜딩 기간을 거치고 신규 컬렉션을 출시하였는데요. 한국의 헤리티지를 현대에 적용하는 브랜드 아이텐티티를 바탕으로 한 컬렉션입니다.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는, 고급예술과 저급예술, 순수예술과 응용미술의 격차를 줄이고 삶 속의 미술을 이루고자 한 일종의 예술 운동이었습니다. 여기서 영감받은 컬렉션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없애고 조선의 미감을 현대 패션에 실용적으로 적용하였습니다. 특히 FW 제품들은 조선 말기를 상징하는 에서 영감 받아, 조선의 '올드머니룩', '프레피룩'을 상상하며 모던하고 클래식한 아이템들을 디자인했습니다. Q. 2015년도에 창업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 때만 해도 세련된 생활 한복이 참 생소할 때잖아요.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게 되셨는지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업 초창기 팝업스토어)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를 하면 대부분 패션 전공자인줄 아시는데, 사실 저는 ‘터키어’를 전공했어요. 그런데 전공이 적성에 잘 안 맞더라고요. 그보다는 스타트업, 마케팅, 광고 쪽에 관심이 많이 갔어요.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광고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요, 정말 재밌었어요. 그러다 2010년 초반에 스타트업 붐을 몸소 느끼면서 스타트업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 때 내가 좋아하는 한복을, 내가 잘 하는 광고/마케팅 활동에 잘 녹이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창업을 하게 된 것이죠.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한복을 제대로 경험해보자는 사소한 마음으로, 패션의 F도 모르지만 패션 비즈니스를 시작한 셈이에요. 그런데 ‘왜 한복이었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좋아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 밖에는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한복이 정말 좋은데, 사람들은 대부분 한복을 촌스럽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저는 “우리 조상들이 입던 옷을 왜 깎아내리지?” 이해가 안 됐어요. 한복이 촌스러운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증명할 방법이 없잖아요. 어쩌겠어요, 보여주려면… 창업을 해야지. (웃음) 그 때 제가 “한복 좋아요!”라고 SNS에 올리면, 그에 동의해주시는 분들이 그래도 조금 보이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한복으로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사업을 8년 동안 이어온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 같아요. 제가 갖고 있는 능력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았거든요. 패션 사업은 결국 누가 입어주지 않으면 영속할 수 없어요. 게다가 생활 한복이라는 카테고리는 말씀하신 것처럼 생소했던 것도 사실인데 꽤 많은 분들이 저희 옷과 브랜드를 좋아해주셨죠. 어린 여성 창업가가 뭔가를 시작하고 열심히 해나가는 것 자체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하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다 지나고 나니까 오히려 겸손해지더라구요. 정말 “운이 좋았다”는 걸 30대 초반을 지나면서야 깨달았어요. Q.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대표님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잘 알았기에 많은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브랜드를 이어올 수 있지 않았나 싶거든요.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그 포인트가 무엇일까요? (위) 하플리 프로젝트 레이블 ‘조선호랑이’ 패션쇼 이미지 (아래) 하플리 23FW 패션쇼 이미지 제가 존경하는 여성 창업가 중에 “*윤소정” 대표님이 계신데요,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사업의 흥망성쇠와 대표의 에너지는 직결되어 있다.” (*윤소정 대표:TRUS BRAND GROUP 디렉터 (뛰어노는 논술, 뷰클런즈, 스웨덴 피크닉) https://www.instagram.com/bemyself_sojung/)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사업을 시작할 때 제 에너지가 생각났어요. 그 때 저는 정말 에너지가 좋았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지 않았을까요? ‘저 사람은 한복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게 티가 많이 나고 눈에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그런 포인트에 끌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에너지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해요. 저도 8년 동안이나 이어오니 어느 순간 제 스스로 한복에 대한 에너지가 떨어졌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패션 페어도 많이 나가보고 다른 디자이너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의 세계가 정말 작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쌓이고, 에너지도 예전같지 않아진 것이죠. 그렇게 에너지가 떨어지니 결국 실력이나 객관적인 요인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고요. 그렇게 메타인지를 갖고 정신을 차려보니 과거에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나 더 크게 느껴진 듯 합니다. Q. 겸손하게 말씀하시지만 운도 실력인 것 같은데… (웃음) 어쨌거나 대표님께서는 비전공자이시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공부를 많이 했을 것 같다는 추측도 드는데요, ‘패션’에 대한 감각과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인을 진행할 때 제 나름의 원칙이 있다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한복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빠지지 말자는 거죠. 처음 디자인할 때도 서로 다른 것들의 조화를 강조하고자 서양 복식과 한복이랑 섞기도 했고요. 누군가에겐 한복처럼 보이지 않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한복처럼 보이는 옷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그 와중에도 지켜야 할 언어와 방식은 최대한 지키고 실력은 쌓아나가면서 발전하고자 합니다. 패션 전공이 아니라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패션 업계가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는 부분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처음에 옷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일단 패턴 옷본을 떠주는 패턴실을 찾아가서 제 나름대로 만든 PPT를 보여드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실장님이 얼마나 어이 없으셨을까 싶은데 그 말도 안 되는 PPT를 보고 옷을 만들어주시더라고요. 나중에야 ‘작업지시서’라는 걸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또 의류 전공이 아니다보니 옷 그림도 잘 못 그리고, 밸런스도 안 맞고 작업지시서를 썼는데도 참 엉망이었어요. 지금 작업지시서와 그 때의 작업지시서를 비교해보면 얼마나 사람다워졌는지 눈에 보이실 거예요. (웃음) 하지만 “내 브랜드니까” 때려친다는 옵션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그냥 꾸준히 무조건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하니까 실력은 늘더라고요. 솔직히 하기 싫은 날도 많았는데 일단 했어요. 그래서 요새 만나는 거래처 분들은 제가 전공자인줄 아시더라고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은 날 진짜 기뻤어요) 창업이든 일이든 무엇인가를 하기로 했으면 일단 한다, 무조건 한다, 그 생각으로 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중간에 너무 하기 싫어서 포기하더라도 다시 한다! 라는 거요. Q. 대표님처럼 전공이 아닌, 아예 다른 분야로 창업을 하고 싶은 분들께 “무조건 한다”외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또 있다면요? 먼저 왜 창업을 하는지 생각을 해야 해요. 크게 두 가지 중 하나겠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창업을 하는 경우, 또는 어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창업을 하는 경우. 둘 중에 내가 어떤 것에 방점을 두고 창업을 할 것인가 솔직하게 파악하는 게 필요해요. 창업 아이템은 그 이유가 명확해진 후에 배워도 충분해요. 저도 패션 아무것도 안 해봤지만 결국 하고 있잖아요. 아이템은 나중에 선정할 수도 있고 변할 수 있지만 ‘왜’가 없으면 긴 창업의 기간에서 반드시 흔들릴 거예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볼게요. 제가 바로 그 ‘왜’가 없이 창업을 한 케이스인데요, 그렇게 시작을 해버렸는데 일을 하는 와중에 ‘왜’를 찾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일을 하는 데에 쓸 시간도 모자른데, ‘왜’를 찾는데까지 시간을 써야 하니 말이에요. 반면 제 주변에 창업하고 빠르게 성장하신 분들은 처음부터 ‘왜’가 확실하다는 차이점이 있더라고요. 아이템은 그 ‘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인 거죠. 앞서 언급한 윤소정 대표님이 저한테 해주신 조언 중 하나가 “자아실현을 위해 사업을 하면 제일 빨리 망한다”는 말이었는데요, 제가그래서 힘들어졌던 것 같아요. 내 일을 통해 나 혼자 자아실현을 하는 것은 좋아요. 근데 ‘사업’은 나 혼자만의 자아실현일 수 없어요. 같이 일하는 팀원,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 등 다양한 사람이 얽혀있잖아요. 그 안에서 나 혼자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한다? 그럼 예술을 하는 사람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만 계속 하게 되겠죠. 외부의 환경이 변하거나 트렌드,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무너지고 내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생기면 바로 영향을 받게 되어버려요. 덕업일치도 좋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좋아요. 그러나 그 이전에 창업을 통해서 무엇을 우선으로 삼고 갈 것인가를 정하고 시작해야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어요. Q. 그럼 하플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가야 할지 정리가 된 상태인가요? 1년 넘는 시간을 들여 정리를 한 상태입니다. 돌아보니 우리 회사는 ‘저’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좋아서 창업한 회사이다보니, 회사의 모든 것이 저로부터 시작되었더라고요. 제가 성인 ADHD라는 것을 1년 전에 알게 됐어요. 번아웃이 왔었을 때 우연히 들었던 오은영 박사님의 설명과 제 증상과 똑같은 거예요.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게 되었고요. 제가 몰랐던 저의 부분을 알게 된 거죠. ADHD인 사람은 내가 하고 싶어야만 할 수 있거든요. 내가 원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어요. 그래서 앞서 말한 내용들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다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처음처럼 제가 좋아하고 설렜던 것들을 하면서 반짝반짝 걸어야죠.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어떠한 상황과 흐름이 맞았을 때 팡 터질 수 있겠죠. 8년간 일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건 창업가는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하더라고요. 항상 외부 요인이나 변화가 생기는데 그때마다 환경에 흔들리며 오르락내리락할 수 없잖아요. 개똥철학이라도 창업가와 회사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그걸 세우기 위해선 결국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창업을 떠나 개인으로서도,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일도 잘 하는 것 같아요. Q. 대표님께서는 창업가인 동시에 하플리의 모델이기도 하신데요. 모델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브랜드가 곧 제 자식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가 모델을 했을 때 브랜드를 이해하고 표현하기가 더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확실히 있어요. 제가 모델을 하면 모델만큼 멋지게 나오진 않지만 옷과 아이템에 대한 애정도가 정말 잘 보여요. 물론 저의 프로포션은 정말 일반인이기에... 룩북 촬영처럼 일정한 퀄리티 이상이 필요한 경우에는 저희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모델을 직접 컨택해 촬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계속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 된 거잖아요? 인플루언서나, 반 공인처럼? 그러다 보니 제 감정 상태에 따라 결과물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특히 저는 MBTI F가 90%인 사람이랍니다) 예를 들면, 제가 고민이 많거나, 자신이 없을 땐 사진도 잘 못 찍고 결과물도 잘 안 나오더라고요.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아 보인다고 하나? 주변에 본인 브랜드를 만드신 다른 대표님들도 브랜드가 나라는 일체화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본인 감정 상태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때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갭을 적게, 아니 없애는 게 프로인 것 같아요. 예전엔 창업가로, 계속해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최근 1년 정도 일과 휴식을 반복하면서 저를 내려놓고 바라보게 되니 점차 부담감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아직은 제가 나서서 우리 브랜드를 더 알려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았어요 :) 제 새끼 제가 알리지 누가 알리겠어요! Q.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대표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매일매일 내가 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요. 루틴을 만드는 게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일 년 전 ADHD 판정을 받았다는 거 기억하시죠? 주변 사람들이 ‘너는 뭔가 루틴이 없어’ 라고 하는데 전 그게 이해가 안 됐거든요. 저는 물리적인 삶도, 정신적인 삶도 항상 정리가 안 되어 있었는데, 꾸준히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브랜드들은 항상 자신들만의 루틴이 있고 그걸 반복하며 유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한 번의 대단하고 멋진 이벤트를 하는 브랜드보다, 매일 매주 매달 꾸준히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쌓아가는 브랜드가 더 멋져 보여요. 매일매일 단련한 생활 근육을 가진 것 같달까. 그래서 요즘 저도 하루에 30분 디자인하기라는 저의 루틴을 만들고 3개월째 지키고 있어요. 이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고요 :) 아! 그리고 브랜드를 정리하는 시간도 중요해요. 주변에 지속 가능하고 잘 되는 브랜드를 보면 대부분 과거에 재정비한 시간이 있었더라고요. 저도 최근 1년간의 휴식기를 가지며 깨달았어요.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빨리 넘어지기 마련입니다. Q. 창업 후 가장 보람차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어떤 순간이 있기보단 항상 창업하길 잘했다고 느껴요. 제가 창업을 안 했으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제가 경험해 온 저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 거잖아요. 창업을 안 했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창업을 한 덕분에, 계속해서 저 스스로 저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더 나아지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하플리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님들을 포함해, 창업을 하며 얻은 수많은 인연들 역시 저에겐 매일 선물 같은 존재입니다! Part 2 이지언을 이지언답게, 하플리를 하플리답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Q. 하플리를 창업할 때 1인 지원을 받거나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발전시킬 수도 있었을 텐데 아예 처음부터 스타트업을 생각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잘 알고 있었던 분야라 선택했어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 광고나 마케팅 쪽에 관심이 많았다 보니, 주변에 창업/스타트업 관련된 지인들이 많았어요. 보고 들어온게 있다보니, 이쪽으로 가는 게 좀 더 쉽다고 생각했어요. 학생때의 경험을 토대로- 2017년 프라이머, 윤민창의투자재단 2개의 VC 로 부터 씨드 투자를 받았었어요. 지금보면 정말 형편없는 IR 자료였지만, VC 측에선 앞으로 ‘K-’ 카테고리가 뜰 텐데 이 카테고리에 이 분야를 정말 좋아하는 대표 한 팀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셨대요. 제 에너지와 열정을 보고 투자를 해주신 거죠. 결국 창업 초반에는 창업가의 에너지가 다인것 같아요. 그 에너지가 얼마나 오래할 수 있는지 좌우하는 것 같아요. Q. 그렇게 시작하게 되어 현재는 중요한 조력자로 이사님이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두 분이 공동창업자로 만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3 F/W Fashion KODE 조선호랑이 패션쇼 중 이지언 대표와 이시영 이사 (앞줄) 원래는 제가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이사님은 예전부터 서로 알던 사이였어요. 이사님이 한복을 입고 세계 여행을 하시다가 한국에 돌아오면서 한국적인 아이템으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대요. 그 당시 저의 니즈와 맞았어요. 저도 같이 일할 사람이 계속 필요했었거든요. 저는 여성 패션 카테고리만 계속 하고 싶어했는데 이사님이 여성 카테고리만 할 게 아니라 젠더리스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고리와 치마만 해서는 시장에 미래가 없다고 하셨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던 당시에 크라우드 펀딩이 엄청 떴었고 와디즈 팀에서 미팅을 계속 오셨어요.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길을 열어보자고 결심했고 세컨 라인인 조선호랑이가 탄생했죠.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디어에 노출된 이미지가 바로 젠더리스한 조선호랑이 라인이에요. Q. 이후 ‘조선호랑이’를 ‘스트리트우먼파이터’, ‘놀면 뭐하니’ 같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고 성과가 좋았던 프로젝트나 모멘텀이 있으신가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저희는 외부 노출이 큰 모멘텀으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마케팅으로 활용하지도 않았고요. 오히려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이 훨씬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시장에 숫자로 증명을 했달까요. 이전에는 이 업계 자체가 눈에 보여지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숫자로 증명된 업계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가장 먼저 펀딩을 했었고 1억에 가까운 금액을 달성했어요. 그 이후에는 아예 카테고리화가 돼서 계속 펀딩을 하게 되었고 한복이나 특이한 브랜드라면 펀딩을 당연히 해야 한다는 트렌드가 생겼어요. 우리의 생각이 실제 숫자로 증명됐던 사례라 가장 인상 깊습니다. Q. 창업을 했거나 하고 싶으신 분들은 ‘공동 창업자’와의 만남이 꿈같기도 하고, 공동창업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부담도 동시에 있거든요. 대표님은 이사님과 어떻게 롤을 나누어 일을 하시는지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쉽게 말해, 이사님은 ‘뇌’이고, 저는 ‘손’이에요. (웃음) 이사님은 운영이나 비즈니스적인 결정을 담당하고, 저는 디자이너로서 자리하고 있어요. 최근에 완벽하게 역할을 분리하고 서로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전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겪어봐야 하는 성격이에요. 뜨거운 것, 차가운 것을 아무리 옆에서 이야기 해줘도 직접 손을 대봐야 ‘뜨겁구나’, ‘차갑구나’ 하거든요. 반면 이사님은 다양한 상황과 변수를 파악해, 가장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잘 내려요.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결정은 요즘 이사님께 맡기고, 저는 최종 결정만 함께 하는 편이에요. 그 과정에서도 디자인이나, CX 관련된 부분들은 저의 경험과 의사를 100% 존중해주기에, 서로 다른 스타일로 좋은 보완재가 되고 있어요. 또 다른 역할 중 하나는, 저는 “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사람”이고 이사님은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엄청 충동적인 성향이라 꽂히면 해야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근데 일단 지르고 보는 성격이니, 실수로 실패도 잦은 편이에요. 이때 이사님께 조언을 구하고 해야 하는 것과 하지 않아야 하는것을 분류하곤 해요. 서로 스타일이 다르다보니 제가 이사님께 배우는 점도 정말 많아요. 예를 들어 와디즈 펀딩을 준비하면서 이사님의 ‘생각하는 법’을 배웠는데 이후 사업에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 전에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제 머릿속에 플로우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그림을 이사님이 짜오셨고, 그걸 보니 저도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더라구요. 누군가에게 우리 제품을 보여주려면 앞/뒤 컷은 이렇게 들어가야 하구나, 콘텐츠를 만들 때 이렇게 하면 잘 팔리는구나… 등등을 알게 되었어요. 이후에는 펀딩이나 지원 사업을 위해 제안서를 쓰기가 훨씬 쉬워졌어요. 동업자로 같이 일한다면 동지애가 있어야 해요. 터놓고 이야기도 많이 해야 하고요, 진짜 열 받는다 해도 맞는 말을 하니까 서로서로 참아주기도 하죠. 어쨌든 동지애가 바탕에 깔린 ‘애증’이 있어야 함께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하플리가 팀원을 채용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제가 ‘이 사람이랑 일하고 싶은가?’ 생각해요. 남들이 추천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저와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은 팀원을 보게 됩니다.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눠요.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시스템보다는 맨파워에 의해 회사가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회사도 마찬가지라, 어떤 팔로워쉽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성향의 팀원인가를 보죠.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에너지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채용할 때도 각자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대표님은 좋은 아이디어나 컨셉에 대한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는지 혹은 무엇을 할 때 살아있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일하는 걸 좋아해요. 일하는 게 힘들고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 그래도 항상 뭔가를 창작하는 것에 대해 재미를 느끼고 살아있다고 느껴요. 일과 삶을 딱히 분리하지 않아서, 언제 어디서나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또 완벽주의 성향과 인정욕이 있어서 하기 싫은 일도 꾸역꾸역 하면서.. 결국엔 좋아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약간 괴로운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으면서 결과를 만드는 그런 성향이요. 아! 그리고 막히는 경우엔 마법의 주문처럼 ‘나는 초보다 (쪼렙이다)’라고 외치기도 해요. 8년차가 되다보니 되게 제가 잘 아는것처럼 착각할때가 많더라구요? 스스로가 만든 프레임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시야를 넓히는 거죠! (사실 이건 이사님이 알려준 방법이에요 ㅋㅋ) 이를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은 경험이 되게 많았어요! 머리속이 확 비워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툭 던진 말이나 자료에서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내기도 하죠. ‘내가 아는 건 안다고 말하자, 그리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자, 그걸 부끄러워할 필요 없고 자랑스러워할 일도 아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다시 영감을 찾아가다보면 번쩍거리고 예쁜 영감들이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Q. 그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멘탈을 관리해야 할 순간도 많이 마주하실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하세요? 멘탈 관리까지는 아니고,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말자” 예요. 그럴 때 제일 많이 무너지더라고요.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걸 넘어서 그 사람처럼 되고 싶어 했었을 때 진짜 힘들었어요. 예를 들면, 다른 회사나 다른 대표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핸드폰만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그 순간, 나의 필터가 없으면 쉽게 흔들리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부러워하면 그걸 배우는게 아니라, 그냥 따라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나의 색깔을 잃어버리게 되더라구요. 이젠 단순히 누굴 보고 부러워하기보단 지금 저 사람이 저렇게 된건 저 사람만의 이유가 있고 내가 이렇게 된건 또 나만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데 그럼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형의 사고를 하는 게 도움이 되고 있어요. 아, 그리고 이렇게 흔들리는걸 너무 부정하지 않으려고도 해요. 사람이 흔들리는건 당연하잖아요? 하지만, 흔들린 채로 정신 빼놓고 흘러갈 것인지, 아니면 그 와중에도 덜 흔들리도록 내 안의 중심으로 뿌리를 내리고 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후자가 되고 싶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그 결과, ‘이런 창업가가 되고 싶다’고 그리는 이상향이 있으신가요? 약 10년 뒤, 제가 여전히 창업가로 살고 있을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할지, 주부로 살지 모를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변함 없을 거예요. 전 항상 ‘이건 이렇게 해야만 해’, ‘디자인은 이런 거야’ 같은 틀에 박힌 사고를 경계해요. (아마도 제가 유연하지 못한 사람이라 더 그런것 같아요) 보통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더 갈망하길 마련이잖아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내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하플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음. 먼저 계속해서 실력을 키우고 싶어요. 그래서 딱 저희의 순간이 온다면 그 흐름에 멋지게 올라타는 브랜드가 되고 싶네요. 넓은 바다에서 끊임없이 헤엄치다, 큰 파도가 오면 멋지게 올라타는 서퍼처럼요! 내려올때도 딱 멋지게 내려오고 또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거죠 (웃음) 아, 디자인 적으론 앞으로 더욱 다양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싶어요. 뿌리는 한복에 두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갇힌 것은 아닌, 다채로운 디자인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이젠 이 아닌 스타일을 보여드리는게 목표입니다. 한국적이다, 라는 미감을 한복의 주요 요소를 넘어 더 다양하게 제안드리고 싶어요. 더 나아가선 ‘한국적이라는 것을’ 하나의 룩으로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한복이라는 단어가 ‘한국인의 옷’이 잖아요. 한국의 헤리티지를 재정의하고 확장한 개념의 옷을 만들고 싶어요. 한남룩, 성수룩 같은 단어를 들으면 그 사람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스타일일지’ 머리 속에 그려지잖아요? 저희도 ‘서촌룩’ ‘을지로룩’ 처럼 로컬스러운 지역을 떠올렸을때 모두가 공통적으로 ‘한국적인 이미지의 룩’을 떠올렸으면 좋겠고, 그걸 가장 앞에서 제안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구요 :) Q. 저희가 진행하는 올해 인터뷰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가 ‘What’s your survival DNA?’ 인데요, 국내외 경제 상황도, 스타트업 업계도 여러 어려움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이끌어가는 대표님의 survival DNA는 무엇인가요? 저의 세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어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것 같아요. 옷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와 공감하고 같이 경험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어요. 그걸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이 지금 저에겐 ‘옷’인것 같아요. (웃음)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일과 삶을 생각하며 성장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는 비버밸리에서 저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그리고 하플리가 코로나 시기에 3년 정도 멈췄던 쇼룸을 다시 열게 되었어요. 쇼룸에 오시면 하플리 한복을 직접 경험하고 입어보실 수 있어요. 혹시나 방문하시게 된다면 비버밸리 인터뷰를 보고 오셨다고 꼭 말씀해주세요! 저도 여러분이 어떤 점을 좋아하시는지, 어떤 점을 별로라고 생각하시는지 직접 소통하며 듣고 많이 배우겠습니다 :) (위, 아래) 하플리 쇼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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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verofficial
에듀테크가 아니라 그로쓰 테크 스타트업입니다! - 클라썸 이채린 대표님 인터뷰
Part 1 개인의 성장에 집중하는 ‘그로스 테크(Growth Tech)’ 전문가 집단, 팀 클라썸 Q. 안녕하세요, 대표님! 먼저 클라썸 소개 부탁 드립니다. 클라썸은 ‘교육계의 카톡' 혹은 ‘교육계의 슬랙'으로 불리는, 교육 관련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된 플랫폼입니다. 대표적으로 삼성, LG, 현대, 서울대학교, KAIST, 연세대학교 등 기업과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어요. 프로덕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뒤에서 이어가겠습니다. Q. 클라썸 프로덕트를 만드는 팀은 어떤 분들이신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팀원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클라썸 팀은 연령대만 하더라도 20대 초반부터 40대 후반까지 다양합니다. 클라썸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분부터, 약 20년의 경험을 갖고 클라썸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팀원까지 모여 있어요. 공통적인 것은 클라썸이 지향하는 가치가 한 명 한 명에게 녹아있다는 겁니다. 클라썸 팀을 보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서로 이렇게까지 돕는 것이 신기하다', ‘구성원들이 회사가 정말 잘되길 바라는 게 눈에 보인다' 라고 얘기하시거든요. 어제는 클라썸에 합류한지 4주년이 되는 팀원과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지인들이 그분에게 ‘살아있는 클라썸' 같다고 한다고 해요. (웃음) 함께하는 팀원들 모두 우리가 제품을 만들면서도 늘 중요하게 여기는 ‘질문', ‘소통', ‘시너지' 등의 가치에 공감하고 이를 직접 실천하는 분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팀 문화에도 이 가치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것 같아요. Q. 클라썸 팀의 특별한 문화를, 예를 들어 소개해 주신다면요. 예를 들어, 영업 부서 팀원이 첫 계약을 성사하면 축하해주는 문화가 있어요. 작은 계약이든 큰 계약이든 상관 없습니다. 며칠 전에도 입사 후 첫 계약을 만들어낸 팀원을 축하해주러 동료들이 케이크도 사고 다 함께 파티를 했어요. 보통 영업 팀이라고 하면 다들 경쟁적인 분위기를 상상하시는데, 클라썸 팀은 서로 도우면서 공동의 목표를 함께 달성해요. 사실 이 축하 문화는 몇년 전 어떤 팀원 한 분이 시작하면서 어느새 자연스럽게 팀 문화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개발팀에서도 입사 후 첫 배포를 하는 팀원에게 애정어린 메시지를 가득 보내며 축하와 의미를 알리고 나누는 문화가 있고요. 저는 이 작은 이벤트들이 회사가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 행동이 모여 만들어진 특별한 일상이라는 게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Q. 대표님의 리더십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그러한 관점을 가지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저는 솔선수범형 리더십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말과 행동에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제가 직접 먼저 실천하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여러 차례 말해도 상대방에게 충분히 인식이 되지 않거나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 다들 있으실 거예요. 심지어 대화하는 순간에는 공감하더라도 곧 잊히는 경우도 많죠. 이를 고민하던 중에 제 기준을 먼저 바꾸게 된 일이 있었어요. GE의 CEO였던 잭 웰치가 “중요한 내용을 10번 이야기하지 않으면 한 번도 말하지 않은 것과 같다”라고 한 말을 우연히 접했는데, 두세 번 말하고 바로 상대에게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제 기준이 비현실적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반대로 제가 듣는 입장일 때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말들을 일일이 챙기며 실천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는 생각은 여러 형식과 주제를 통해 끊임없이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행동도 제가 제일 많이 실천하려고 하고요. 그로부터 지금까지, 진심을 담아 계속 반복하면 결국 전파되는 걸 아주 여러 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영업 미팅 후 서로 피드백을 나누는 문화가 있는데요, 과거에 실제 미팅 이후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제가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휴대폰으로 피드백을 작성해 사내 소통 채널에 공유하면서 시작이 되었어요. 피드백에는 미팅에서 잘했던 점과 앞으로 시도해 보면 좋을 점 모두 정리해서 담았습니다. 미팅에 동행하지 않은 팀원들도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그 이후 다른 팀원들도 사내OKR의 하나인 ‘함께 성장 Grow Together’ 영역에서 피드백에 대한 목표 설정을 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보람 있었습니다. 영업 역량이 가장 성장하는 순간을 ‘미팅 후 피드백을 나눌 때’라고 하면서 서로의 피드백을 사내 채널에 ‘@salesshadowing’라는 멘션으로 공유하자고 하는 거예요. 개발 총괄이신 마크가 ‘데일리 리뷰’를 문화로 정착시킨 과정도 비슷했어요. 마크는 매일 데일리 리뷰를 직접 썼습니다. 업무가 늦게 끝나는 날도 똑같이 작성하셨죠. 그리고 마크의 데일리 리뷰를 보며 팀원들도 그 임팩트를 점차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데일리 리뷰 작성에 동참하는 팀원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마크의 데일리 리뷰에는 자연스럽게 클라썸의 핵심 가치나 인재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들어 있었는데요, 어느 날 리뷰 속에 등장했던 ‘실행력이 강한 One 팀’이라는 문구도 ‘Be One Team’이라는 클라썸의 핵심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와, 정말 비원팀 했네요!’, ‘우리는 비원팀 이니까요’처럼 팀에서 그 표현이 계속 회자되면서 밈(meme)화된 거예요. 사실은 팀원 각자 이러한 리더십을 실천할 때 정말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 입사 1주년을 맞이한 개발자분이 말해주셨는데, 골치 아픈 문제로 고민할 때 다른 동료들과 눈만 마주치면 서로 ‘할 수 있다!’ 해주는 게 정말 힘이 되었다는 거예요. 이건 창업 초기부터 실행해오던 습관입니다. 클라썸이 추구하는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문구로만 존재하지 않고 팀원들의 실천 덕분에 단단하게 자리잡은 실제 사례인 셈이죠. Q. 앞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클라썸 팀에서 함께 일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나 가치가 있을까요? 클라썸의 인재상은 ‘SUM’으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채용할 때부터 가장 중요한 기준이고 팀 내에서의 모든 피드백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CLASSUM에서 따온 말인데 각 알파벳마다 의미가 담겨있어요. Shine은 스스로 높은 기준을 가지고 달성하는 사람입니다. 클라썸은 지난해 수주액이 전년 대비 약 300% 성장했고,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연간 매출에 육박하는 실적을 내는 등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어요. 높은 기준을 가진 팀원들이 이를 달성해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Uplift는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건강한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에요. 마지막으로 Motivate는 동기 부여를 말해요. 클라썸과 개인의 목표가 일치하여 스스로를 동기부여하고, 다른 팀원의 동기를 유발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클라썸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각 분야에서 인재 영입도 공격적으로 하고 있어요. SUM이 곧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언제든 만나뵙고 싶습니다. ( https://classum.career.greetinghr.com/ ) Part 2 J커브를 그리는 스타트업의 비결, 프로덕트 클라썸 Q.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는 그만큼 좋은 프로덕트가 있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 중 클라썸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분들도 계실테니, 보다 자세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네, 일반적으로 업무할 때는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대부분 이메일이나 단톡방을 많이 사용하죠. 그러다 보니 활성화의 어려움 뿐 아니라 효율적인 소통이나 대화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 활용도 쉽지 않았어요. 클라썸은 선택적 익명 기능이나 직관적인 SNS형 UI, 함께 달성하는 챌린지 기능 등으로 질문이나 정보 공유를 이끌어내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교육 과정을 설계하면서 라이브, VOD, 퀴즈, 설문 등을 배치하여 소통을 독려할 수도 있고요. 실제 교육과정 하나 안에서 4개월 사이에 300개 이상의 질문과 답변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또한 클라썸은 효율적인 소통을 돕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능으로 AI 도트가 있는데요, 사내에 누적된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답변을 해주는 역할입니다. 데이터 출처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사용자가 직접 신뢰도를 판단하며 활용할 수 있어요. 소통 과정에서 누적된 데이터도 실시간 대시보드로 볼 수 있고, 개별 교육 과정 뿐 아니라 개별 임직원들의 활동 추이나 관심 주제도 한눈에 파악하기 쉽습니다. 클라썸은 특히 교육 운영을 넘어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허브로 활용되어 의미가 있어요. 초기에는 클라썸을 단순히 기존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의 대체제 혹은 원래의 LMS와 연동되는 소통 툴 정도로 도입하셨다면, 최근에는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까지 확장된 도구로 도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프라인이나 이메일, 채팅창 등에 흩어질 수도 있는 암묵지를 클라썸 하나에 모으고 이를 AI로 즉각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집체교육이나 이러닝 뿐 아니라 다양한 학습 조직, 멘토링, 나아가 상시적인 지식과 노하우 공유를 이루어내며 실질적인 성과 창출까지 이어지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은 클라썸을 ‘에듀테크(Edtech)’라고 하기엔 협소하고, 기업과 개인의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그로스 테크(Growth Tech)’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런 클라썸을 최초에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는지, 탄생 배경이 궁금해요. 디지털 기술 덕분에 메신저나 금융 등 일상이 편리해지고 있는데 교육 분야에서의 소통의 불편함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슬랙과 같이 기업 내 업무 커뮤니케이션 툴은 존재하지만, 교육에 특화한 커뮤니케이션 툴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기존의 학습관리 도구(LMS)는 관리자 입장에서 수료율이나 과제 등을 관리하기 위함이지 소통을 위한 도구는 아니었거든요. 클라썸은 관리 기능 뿐 아니라 실제로 학습과 교육 참여가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교육은 초, 중, 고를 지나 대학교, 직장까지 평생 경험하는 것이고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게 만드니까요. 예를 들어 기존의 LMS에서 영상 콘텐츠를 올리면 조회수 변화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라썸에서 영상을 공유하면 이를 바탕으로 함께 소통하며 소셜 러닝(social learning)이 일어납니다. 배움의 과정에 단순히 콘텐츠를 흡수하는 것 이상으로 직접 적용해보고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이죠. 현업의 성과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Q. 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하기까지 여러 변곡점들을 지났을 것 같은데요, 그 변곡점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신다면요? 여러 변곡점이 있지만, 최근의 결정적인 지점 하나는 단연코 AI 기능 고도화라고 생각해요. ChatGPT 이후 AI가 할 수 있는 영역이 급격하게 확장되었고 LMS와 KMS에도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쌓는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현격히 달라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클라썸에는 원래 AI 기능이 탑재돼 있었어요.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는 각종 지식,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클라썸은 이렇게 쌓이는 대화 데이터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AI 기능을 개발했어요. 사내 구성원들이 질문을 하면 AI가 맥락을 파악하여 유사 질문을 찾아내고 추천을 하죠. 이것이 ‘AI 도트 1.0’입니다. 그리고 올해 2월에 이를 고도화한 ‘AI 도트 2.0’가 출시되었어요. AI 도트 2.0은 사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문자에게 답변할 때 원문 출처를 함께 참조로 제공합니다. 질문자는 원하는 답변을 얻을 뿐 아니라 직접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 거죠. 클라썸 내에 누적된 소통 데이터 뿐 아니라 이메일, FAQ, 사내 규정집 등 이미 사내에 보유되어 있는 데이터까지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정보 탐색을 돕는 생성형 AI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기능이 빛을 발합니다. 더 나은 질문과 학습 경험을 위해 클라썸은 사내 데이터를 한데 모아주고 AI가 이 데이터를 현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포터가 된 셈입니다. Q. 그렇다면 클라썸은 어떤 분들이 쓰는지, 기억에 남은 유저 분들의 사연이 있을까요? 현재 클라썸은 전 세계 32개국 1만 1,000여 개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전방위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교육 참여도가 낮거나 성과 창출로 이어지지 않아 고민이 많았던 기업일수록 클라썸 도입 후 큰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LG화학 인재육성팀의 정창희 선임님과의 에피소드가 기억나네요. 클라썸 웨비나에 참석하면서 도입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데 그게 교육 시작 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던 거예요. 촉박한 일정인데다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 문화에서 과연 소통을 증진할 수 있을지 고민이 크셨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클라썸의 특공대 같은 고객성공팀이 투입되었습니다. 고객성공팀은 처음 컨설팅을 시작할 때부터 기업의 어려움과 가장 필요한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최적의 솔루션을 알려드리는 역할이예요. 3일간을 공들여 준비한 결과 수강생의 교육만족도가 역대 최고 수치인 4.9점(5.0점 만점)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교육을 끝마쳤습니다. 그 후 어느 날 갑자기 SNS에 클라썸 사용기를 길고 자세하게 올려주셔서 팀원들과 모두 선물을 받은 듯 감동했어요! 심지어 다음 번 클라썸 웨비나에서 연사로 발표하시면서 클라썸 사용 경험을 다른 분들에게 나눠주셨고요. 처음 클라썸 웨비나로 시작된 인연이 다음 웨비나의 주인공으로 이어지는 의미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Q. 이러한 팀 클라썸 & 프로덕트 클라썸을 이끌고 있는 대표님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신 적 있으신가요? 미래의 이채린이 지금의 대표님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 궁금합니다 :) 저는 아직 클라썸과 저를 분리하기 쉽지 않습니다. (웃음) 전 세계 사람들이 성장하는 터전으로서 클라썸,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도록 돕는 생태계가 되는 클라썸의 모습을 모습을 매일 그려요. 질문하고 소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성장에 필요한 콘텐츠부터 사람과의 연결까지 클라썸에서 모두 돕고 싶습니다. 최근에 각종 콘텐츠 제휴사의 콘텐츠를 클라썸 한 곳에서 통합해서 보고 한 번에 정산하도록 돕는 ‘콘텐츠 마켓플레이스'를 출시했어요. 임직원분들이 먼저 찾으시는 인프런, 롱블랙, HSG 등 콘텐츠에 진심인 곳들과 함께했죠. 사내외 지식, 즉 성장의 재료를 한 곳에 모으고 학습과 소통이 시작되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클라썸은 지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거에요. 클라썸이 바라보는 시장은 잠재력이 굉장히 큰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미래학 분야의 최고 석학으로 선정했던 토머스 프레이가 2030년에 가장 큰 인터넷 기업은 지금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교육 기반의 기업이 될 거라고 예측했어요. 저희는 그 주인공이 클라썸이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원하는 결과를 찾는 일은 AI의 발전으로 점점 더 쉬워질 거예요. 더불어 사람에게는 비판적 사고 능력, 협업 능력이 더욱 요구될 거고요. 이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질문하고 소통하는 역량과 환경입니다. 상생으로 함께 나아가는 환경 구현은 개인적인 관점에서도 깊은 의미가 있어요. 어려서부터 학습해온 방식이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이거든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 시험 3주 전부터 친구와 집에서 합숙하며 교과서의 분량을 정해 서로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는 서로 퀴즈를 내며 공부하곤 했어요. 학습을 재미있게, 탄탄하게,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1등급으로 졸업하는 좋은 결과도 감사했지만 저도 몰랐던 제 잠재력을 이해하고 펼치게 되는 과정이었어요. 전 세계 누구든 궁금한 게 있으면 마음껏 질문하고 답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문화가 공기처럼 당연해지길 바라요. 그 과정이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뻗어나가는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창업 초부터 한결같이 가져온 클라썸의 존재 이유는 ‘Unleash the full potential(모두가 마음껏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입니다. Q. 2023년 비버밸리 인터뷰 시리즈의 테마는 “What’s your survival DNA?” 입니다. 쉽지 않은 대내외 상황에서도 꿋꿋히 스타트업 & 창업을 이어가는 분들의 비결을 듣고 싶기 때문에 잡게 된 주제인데요, 과거 대표님의 다른 인터뷰를 보니 생존의 핵심으로 ‘빠른 학습과 지치지 않는 힘’을 언급해주셨더라구요, 변함없는 마음이신가요? 🙂 네, 오히려 지금은 그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빠른 학습과 지치지 않는 것, 두 가지 모두 공통적으로 용기가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용기, 그리고 수많은 실패와 어려움에도 담담하게 한 걸음씩 걸어가는 용기가 중요하더라고요. 이런 용기를 내기 위해 가장 도움이 되는 건 뜻밖에도 현재 상황을 보는 관점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거절을 당하고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듣게 돼요. 초기일수록 사업이 ‘잘 될 이유’보다 ‘잘 안될 이유’를 많이 마주하죠. 이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고요. 사업 초반에는 전략, 계획 등에 빈틈이 많은 것이 정상이예요. 고객과 만나고 제품을 발전시키며 채워나가야 현실에 맞닿은 전략과 계획이 나올 테니까요. 그래서 빈틈을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상태’라고 관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빈틈의 존재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당연히 있는 빈틈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변으로부터 듣게 되는 ‘잘 안될 이유'가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빈틈을 메꿀 힌트가 될 것입니다. 이 인터뷰를 보는 모든 분들도 빈틈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용기로 힘든 시기를 이겨나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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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직 준비 중이신가요? - 어다더닷 이가람 대표님 인터뷰
Editor's Comment 💬 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에, 현재 제가 일하는 포지션이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알게 된 계기는 '헤드헌터'로부터 받은 연락 덕분이었는데요, 저는 이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간단하게 티타임을 요청했고, 이후에는 헤드헌터의 도움 없이 프로세스를 진행하였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니 제가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 사람이었다는 걸, 그 헤드헌터는 어떻게 알았을까? 싶더라구요- 물론 헤드헌터의 입장에서는 여러 지원자 중 한 명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저도, 회사도, (현재까지는) 넘 만족스러운 조건으로 일을 하게 되었기에 '헤드헌터의 전문성이 있긴 있구나...'를 느꼈죠- 그러던 와중, 비버레터 구독자 분들 중 헤드헌터로 일하고 계신 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얘기를 나누다보니 몇 달 전의 저처럼 이직을 고려하고 있을 분들을 위해 아예 이벤트를 열어보자! 까지 작당모의가 이어졌죠- 일단 어떤 분인지부터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어다더닷' 이가람 대표님이에요 😃 Q. 안녕하세요, 가람님! 비버레터 구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업과 전문가를 이어주고,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어다더닷’ 대표 이가람입니다. 그 중에서도 현재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매칭시키는 헤드헌팅 일을 집중해서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헤드헌터로 가장 많이 불리고 있네요 😊 Q. ‘헤드헌터'라는 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네,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신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헤드헌터는 사람을 찾는 기업과 구직자를 매칭시켜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예요.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현재 기업이 성장을 위해 필요로 하는 포지션을 의뢰 받아서, 이를 가장 멋지게 해낼 사람을 찾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기업을 잘 분석하는 것과 적합한 후보자를 찾는 일이 중요하고, 이 사이에서 필요한 것들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일입니다. 이 셋 중에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해낼 수 없는 일이예요. Q. 사실 ‘헤드헌터'에 대해서 많이들 알고는 있는데, 이직을 준비할 때 직접 헤드헌터에게 의뢰하는 게 고민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인데요, 예컨대 ‘직접 이직 준비 / 지원을 하는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지?’ 수수료 등의 구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막연하기도 하거든요. 많은 지원자와 기업을 연결해주시는 일을 하셨으니.. 이런 오해들에 대해서 해명 (?) 부탁 드립니다 ㅎㅎ 그런 오해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수수료는 채용을 의뢰한 기업 고객이 내는 것입니다. 지원자는 수수료와 관계가 없어요. 제 생각에 이직을 할 계획이 있다면, 좋은 헤드헌터를 이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봐요. 왜냐하면 ‘피드백'을 받을 수 있거든요. 채용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회사로 직접 지원하는 경우, 수일이 지나도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거나, ‘합격/불합격' 여부 정도로만 통보를 받곤 하죠. “역량은 훌륭하지만 아쉽게도 함께 할 수 없다.”는 전형적인 문구와 함께요. 그럼 지원자는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 길이 없어요. 하지만 좋은 헤드헌터와 함께하면 합격 / 불합격을 빠르게 알 수 있어요. 게다가 왜 떨어졌는지까지 피드백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왠만하면 그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편이예요. 그래야 납득이 되기도 하고, 이런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음을 준비할 수도 있으니까요. Q. 이직을 함께 준비하는 러닝메이트 같네요. 그렇게 지원을 하다보면 확률도 당연히 높아지겠는데요? 맞습니다. 포지션에 적합한 역량을 갖고 계시다면 헤드헌터와 함께 할 수록 좋은 기업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헤드헌터는 후보자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넘기는’ 일만하는 사람이 아니예요. 그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이 제대로 어필되도록 하는 일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넘긴 다음 작업도 합니다. 후보자의 핵심 역량이 무엇이고, 이 포지션에 이 후보자를 왜 추천하는지, 기업 고객이 이 후보자를 채용할 경우에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를 따로 정리해 기업 고객에게 어필을 합니다. 물론 후보자가 적합하다면 말이죠. 이렇게 후보자가 직접 지원하는 경우에는 인사팀에서 놓칠 수 있는 정보들을 다시 한 번 어필하고 설득하기에 합격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특히 1차 서류 전형에서는 차이가 매우 큽니다. Q. 서류만 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최종 단계에서 처우 협의 같은 것도 도와주시나요? 네, 맞아요. 연봉 협상까지 함께 합니다.이 ‘협상' 단계를 어려워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죠. 특히 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경우에는 연봉 협상을 하는 단계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위 말해 ‘통보’를 받는 경우도 많죠. (저도 회사 다닐 때 이직을 4번이나 했지만, 직접 지원을 했기에.. 연봉을 항상 ‘통보’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연봉 협상 자체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못하기도 하고, 하고 싶어도 할 엄두가 안 나실 수도 있어요. 협상을 한다 해도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고요. 왜냐하면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정보가 비슷해야 가능한 것인데, 이직의 경우에는 정보가 절대적으로 비대칭인 상황이잖아요. 기업은 지원자의 정보를 이력서, 면접 등을 통해서 잘 알고 있지만, 지원자는 기업에 대한 실질적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이때 헤드헌터의 역할이 다시 한 번 중요해집니다. 헤드헌터는 기업과 지원자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기에, 이 정보를 가지고 대신 협상을 해요. 예를 들어서, 기업이 지원자의 희망 연봉이 너무 높다고 하면, ‘후보자의 이런 경력은 업계에서 찾기 어렵다. 회사에서 비전이 이런 사업 쪽인데.. 지원자가 갖고 있는 A라는 경력을 인정해준다면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어필하는 것이죠. Q. 그런데 이직하고자 하는 기업이 대기업이나 기존에 업력이 오래된 곳이 아니라 스타트업이라면… 헤드헌터를 통해 준비하는 것에 대해 더 망설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고민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저는 스타트업일수록 헤드헌터를 활용해 이직하는 편을 훨씬 더 추천 드리곤 해요. 스타트업은 외부에 공개된 정보가 적잖아요. 특히나 생긴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이라면 더 그렇고요. 그래서 그 기업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어떤 사람이 가장 적합한지, 지원했을 때 나랑 어느정도 맞을지에 대한 예상이 사실 거의 불가합니다. 그렇다고 인사팀에게 물어보기에는 여러가지로 불편하실 거예요. 지원할 사람이 뭔가 재는 듯한 느낌도 줄 수 있고… 심지어는 이야기를 해봤다가 내가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물어본다고 객관적으로 답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요. 반면, 헤드헌터는 기업들과 밀착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기에 회사의 현 상황, 구조, 비전 등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 정보가 없으면 사람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헤드헌터에게 물어보면 어느 정도 그 기업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지원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도 가능하고, 지원할 경우엔 그 정보를 이력서나 포트폴리오에 녹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채용될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테고요. 또한 앞서 이야기한 연봉 협상 같은 경우,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희망한다면 다른 기업과 연봉 테이블 자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헤드헌터를 통해 이러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누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스타트업은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의지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보다 높기 때문에 연봉 협상을 할 때 직전 연봉에서 더 높은 비율로 연봉을 주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그러한 정보에 대해서 지원자는 알기가 어렵죠. Q. 가람님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 헤드헌터와 함께 이직을 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경력직이 있다면… 어떤 부분을 염두하며 헤드헌터에게 의뢰를 하는 게 좋을까요? 소위 말해 어디까지 나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할 지, 어떤 상황이라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고민을 오픈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될 것 같거든요. 솔직하게 많이 오픈할수록 좋아요. 좋은 헤드헌터라면.. 무조건 이직을 강요하지 않고, 거기에 맞게 포지션을 제안해주실 뿐만 아니라 컨설팅도 해주실 거거든요. 저 같은 경우엔 최소 희망 연봉 뿐만 아니라, 이직 시에 고려하는 컨디션 1가지는 꼭 정하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직 시에 고려하는 컨디션이란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유연근무제가 중요할 수 있어요. 8-5, 9-6, 10-7 중에서 고르는 것이 아닌 정말로 본인이 유연하게 시간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요.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도전적으로 실행해볼 수 있는 일에 대한 환경이 중요할 수도 있죠. 개개인마다 다를 거예요.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오픈한다면 헤드헌터가 그에 맞는 포지션을 제안해줄 수도 있고, 어떤 부분은 협상해줄 수도 있겠죠. 이런 기준을 솔직하게 오픈을 하지 않으면, 헤드헌터도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포지션을 제안할 수 밖에 없어요. 조정이나 협상도 해줄 수가 없고요. 헤드헌터를 똑똑하게 활용하고 싶다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헤드헌터가 맞춰줄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헤드헌터가 이 정도는 어떻냐고 다시 제안해드리기도 한답니다. 헤드헌터랑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분명 이직 준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Q. 그러면 가람님께서 실제 스타트업 경력직 이직을 도와주셨던 케이스 중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가장 최근 사례를 말씀드리는 것이, 현황 파악하시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최근에 스타트업에 한 분을 추천 드렸고, 최종 합격을 했습니다. 연봉 협상과 입사일 조정만 남은 상황이었죠. 그런데 사실 그 분의 총 8년 경력 중에 그 직무에 맞는 경력은 5년 밖에 되지 않았어요. 당연히 회사에서는 5년의 경력만 인정해 그게 맞는 직급, 연봉을 제안했고, 지원자는 연봉 인상률이 적다고 입사를 포기하려고 했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원자가 그 곳을 입사했을 때 커리어 영역을 넓히고,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해 보였어요. 연봉 인상률이 적다고 옮기지 않기엔 너무 아까웠달까요? 특히 한 번 좋은 기회를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없으니까 더더욱 아쉬웠죠. 게다가 최종 합격을 했는데 가지 않는 경우는… 정말 솔직히 말해서 앞으로 그 회사와의 인연은 끝나는 수준이라고 봐야합니다.. 그래서 인사팀에게 이 지원자의 역량과 가능성에 대해 제가 대신 어필을 해드렸어요. 포트폴리오 하나하나를 같이 되짚어보고, 이 분이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비전을 계속 제시했죠. 몇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후보자가 빨리 입사해서 빨리 결과를 내는 것이 회사에게는 이익이라고 강조했고요. 그와 동시에 지원자 분에게도 입사 일을 조정해달라고 요청드렸어요. 그것이 협상할 수 있는 근거가 될테고, 입사해서 결과를 하루라도 빨리 보여주는 게 본인에게도 유리할 것 같았거든요. 조정에 조정을 거듭한 끝에 결국 원하는 연봉을 받고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만족하면서 다니고 계신다고 해요. Q. 그럼 역으로, 헤드헌터를 통해 인재를 채용하고 싶은 스타트업 대표님이나 HR 담당자 분들도 이 뉴스레터를 보시 수 있으니까요.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상황이라면 헤드헌터를 통해 인재 채용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씀해주실 수 있을지… 헤드헌터와 채용을 진행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등을 알려주신다면요?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있고, 실제 매출을 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채용이 어려운 점이 분명 있을 수 있어요. 냉정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지원자의 입장에서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기업에 자신의 커리어를 걸기 어려운 게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찾고, 모시는 일에 일일히 에너지를 소비하기에 스타트업은 제한된 리소스 안에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참 많잖아요. 그런 부분은 차라리 전문가에게 맡기고 우리 서비스나 매출에 좀 더 집중하고 비전을 이루기 위한 일에 몰입하시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헤드헌터에게 내는 수수료 때문에 스타트업은 고민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헤드헌터가 찾아준 지원자가 결과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회사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투자'가 될 수도 있죠. 필요한 포지션이 있다면 헤드헌터들에게 의뢰를 해보세요.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앞으로는 어떠한 비전을 이루고 싶은지, 그리고 그를 위해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컨설팅을 요청하면 헤드헌터가 그에 적합한 지원자를 찾고, 이야기 나눠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 거예요. Q. 이번에 비버밸리에서 이직 고민 중이신 분들과 가람님을 연결해드리는 ‘비버스테이블'을 준비하게 되었잖아요. 어떤 분들이 참여하면 좋을까요?! 가장 만나고 싶은 분들은… 향후 1년 이내에 이직을 고려하시는 분들이요. 밋업 직후 바로 구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해도, 객관적으로 내 상황을 진단 받을 수 있는 시간으로 준비할 거거든요. 그리고 현재 이직 준비 중이시라면 아예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점검해드릴테니 ‘혼자서 준비하는 게 너무 막막했다…’ 싶다면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에서만, 현재 오픈된 포지션을 공유드릴 거예요. 정말 구체적으로, 잘 이직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찾아주셔요! (광고) 이가람 대표님과의 '비버스테이블' 참가 신청이 오픈 되어 있습니다. 유료 행사이지만 그만큼 알찬 시간으로, 현재 이직 준비 중이시라면 구체적인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이벤터스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광고) [참가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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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하고 정교하게" 세계 시장을 누비며, 일합니다.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가건, 문예림, 신다혜 PM 님 인터뷰
2023년 5월에 진행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김가건, 문예림, 신다혜 PM님과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세 분은 각각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카카오웹툰 서비스를 운영하고 계신데요,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을 알리는 '서비스 외교관'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며, 앞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개발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이어가고 있었어요-! 인터뷰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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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도 했는데 창업을 못 하겠어? - 제시키친 제시킴 대표님 인터뷰
2022년 9월 진행했던 제시키친 제시킴 대표님의 인터뷰를 옮겨둡니다. 하늘의 별이 된 제시킴 대표님이 평안을 찾으시길 바라며... ________________ 여러분은 북한의 요리를 맛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한 민족의 음식이지만 아쉽게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는데요, 음식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지 못하는 문화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문화 역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며 이를 보존하고 알리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이야기하는 제시키친의 제시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한반도를 잇는 음식'을 비전을 갖고 북한식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을 개발해 세계까지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제시 대표님의 긍정 에너지 넘치는 인터뷰, 함께 살펴보시죠. Part 북한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방법, ‘음식’이라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어요. Q. 안녕하세요, 먼저 대표님과 제시키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0년에 창업한 주식회사 제시키친 대표 제시입니다. 제시키친은 ‘한반도를 잇는 음식’을 비전 삼아 북한 음식과 한국 음식을 접합해 많은 분들에게 북한식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시키친은 식품을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식품을 만드는 것과 더불어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국내뿐만 아니라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보존해야 하는 북한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북한에는 여러 문화가 있는데 그 또한 우리의 문화적 자산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것들을 누군가 기록하고 남겨놓지 않으면 그대로 소실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라도 그 일을 해 나가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제시키친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제시키친의 비전은 ‘한반도를 잇는 음식’이라고 했는데 남북한의 차이가 음식 말고도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특히 음식을 주요 판매 상품으로 잡은 이유가 있나요? 무엇보다 제가 음식과 요리를 좋아해요. 그 이유가 큰 것 같아요. 사업도 그렇고, 모든 일은 하는 사람이 관심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잖아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갑자기 개발한다고 하면 이상하죠. 저에게는 음식이 그런 분야예요. 제가 잘 알고 좋아하니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고요, 자연스럽게 열정적으로 일하게 되더라구요. Q. 음식 자체를 정말 좋아하고 애정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혹시 그렇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대학생 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지 고민하고 찾아보다가 이미 제가 음식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맛집 찾아다니기, 요리를 해서 집에서 파티하기, 심지어 음식 영상 보는 것도 좋아했죠. 그래서 그때부터 음식에 관심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더 깊게 파게 됐어요. Q. 음식이나 요리를 좋아하는 것과 ‘창업'을 하는 것은 별개인데, 창업가의 삶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창업 전에는 북한이탈주민의 인권과 관련된 일을 했어요.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에는 사명감이 있지만 어느 순간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를 하는 게 피곤해지더라고요. 청중들도 그걸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지루하지도, 지치지도 않는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나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다가 발견한 게 ‘음식'이에요. 음식은 인종, 정치,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앉아서 평화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매개체니까요. 본격적으로 창업을 하기 전, 북한 음식 쿠킹 클래스부터 진행했어요.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음식을 만들고 같이 웃고 떠들면서 재미있게 일을 하게 됐죠. 코로나가 터지면서는 단순히 클래스만 말고 제품화를 해서 온라인 판매를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진행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지금 이렇게 사업까지 하게 됐네요. (웃음) Q. 북한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알고 있어요. 혹시 어린 시절에 즐겨 먹던 음식 중 지금도 생각나는 음식은 어떤 건가요? 자주 먹지는 못했지만, 제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냉면이에요. 정확히는 ‘농마국수’라고 함흥냉면의 원형인데 감자녹말로 만든 국수랍니다. 냉면도 되고 온면도 되는 국수예요. 할머니가 명절이나 먹고 싶을 때 직접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한국에 와서도 이 농마국수가 먹고 싶어서 냉면집에 갔는데 그 음식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할머니와 부모님, 가족을 떠올리게 되는 음식이 됐어요. Part 2. 탈북도 했는데 창업을 못 하겠어? Q. 북한이탈주민으로서의 삶은 사실 낯설거든요. 어떻게 탈북을 결심하셨는지, 또 남한에 와서 직접 경험해보니 남북한 여성들의 일과 삶은, 이런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더라…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가장 큰 차이는 ‘자유가 있는 삶'이죠. 한국은 노력을 하면 뭐든 할 수가 있잖아요. 여행을 가고 싶으면 가고, 공부하고 싶으면 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고요. 또 반대로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근데 북한에서의 삶은 그렇지가 않아요. 이동에도 한계가 있고 해외 나가는 건 꿈도 못 꿔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평생 오지 않죠. 어릴 때부터 일 하며 돈도 벌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 왜 이렇게 밖에 못 살까, 나는 왜 '여권'이라는 것도 가질 수 없는 걸까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어요. 19살 때부터 진지하게 삶의 계획을 고민했어요. 70살까지 산다고 하면 앞으로 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이 나라에서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결론이 나왔죠. 그때까지의 제 삶은 제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면, 앞으로는 내가 내 삶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탈북을 하게 되었고, 계획한대로 한국에 와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Q. 남한 여성들을 보면서 느낀점이나 자극을 받은 부분이 있나요? 남한으로 넘어와서 26살에 대학교 신입생이 되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졸업하는 나이인데 저는 대학 생활을 시작한 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나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 답 중 하나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보려고 노력했죠. 그게 제 커리어를 개발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사회적 커리어에 대한 야망이 점점 더 커졌어요.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은 부분도 있죠. 예를 들어 어떤 친구가 영어를 잘하는데 저는 못해요, 그러면 미친 듯이 영어 공부를 하는 편이었어요.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스스로 부족하다 느끼면 부러워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해 봐야지’ 하고 실행해요. 저는 그런 타입이에요. 열심히 자신의 일과 삶에 투자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저 또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방식으로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Q. 창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점이 한계가 되지는 않았나요? ‘북한이탈주민’이라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창업은 북한이탈주민 청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청년한테도 그렇고, 그냥 이유 불문, 출신 불문 누구한테나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표들이 정말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왜냐하면 아무한테나 함부로 사업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까요. 가족이 있으면 가족들에게 털어두고 응원받을 수 있겠지만, 저는 힘들어도 혼자 삭이고, 무슨 일이 생겨도 저 혼자 해결해야 하니까 그 부분이 제일 어렵고 힘들어요. Q. 그렇다면 이런 어려운 점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상하게도 정말 어렵고 힘들 때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이걸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원동력이라기보다는 사명감도 크고, 제 성격상 시작을 했으면 열심히 해야 해요. 사실 아직까지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한계에 부딪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탈북도 했는데 이걸 못해내겠어, 이 마인드가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그리고 주위에서 응원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정말 많이 계세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믿어주고 지지해주시는데 어떻게 포기를 하겠어요. Q. 정말 상상도 못 할 원동력인 것 같아요. 이 원동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개발하거나 소개하고 싶은 이북 음식이나, 따로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요? 소스처럼 이미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은 아마존과 해외 수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향후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기업들과 협업을 해서 제시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더 확고히 하고, 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 변경하고 있는데요, 생산뿐 아니라 콘텐츠 쪽에도 집중하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콘텐츠 쪽에는 많이 집중을 못했다면 앞으로는 이쪽에도 더 힘을 쏟고 싶습니다. Q. 제시키친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 같은 게 있을까요? 단기적으로는 올해 아마존에 제품을 입점하는 거예요. 올해 준비를 해서 늦어도 내년 초반에는 아마존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제시키친의 소스를 한 번만이라도 먹게 되는 날이 오도록 하는 거예요. 또한 그 목표를 통해 단순히 북한이탈주민, 북한의 이야기가 아닌 북한이탈주민이지만 결국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 대한민국의 여성으로서 이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스토리를 알게 되는 날이 왔으면 해요. 제시키친은 거기서 조금이나마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게끔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무런 공통점 없이 대화를 하는 것보다 ‘예전에 북한 음식 소스 먹어봤어.’라는 이야기로 물꼬를 틀 수 있는 그런 도움이 되고 싶어요. Q. 그렇다면 대표님만의 개인적인 비전은 어떤 건가요? 지속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 제 개인적인 비전이에요. 기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많은 남북한 청년들, 특히 북한이탈주민 청년들이 저를 보면서 꿈을 갖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창업을 시작할 때는 아직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먼저 한 사람이 있냐, 없냐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대표님들이 흔히 많이 느끼는 건데요, 비즈니스 모델을 피칭하면 이전에 그걸 했던 기록이 있냐, 했던 사람이 있냐 그래서 반응이 어떻냐 이런 질문을 받게 되는데 저는 그런 게 아예 없다 보니까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이 진행했어요. 그래서 많은 청년들이 저의 경우를 보며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더 자신감을 갖고 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이게 개인의 작은 목표 중 하나고 희망사항이에요. 그런 이유 때문에 창업가 분들의 멘토링을 열심히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멘토링 혹은 피드백을 받아서 지금의 제시가 있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이제는 내가 베풀 수 있는 걸,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른 분들에게 돌려 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 개인적인 목표이자 사명입니다. Q. 해외 이주민이나 대표님처럼 한국에서 새로운 삶 또는 창업을 꿈꾸거나 고민하고 있는 여성들한테 응원의 한마디 한번 부탁드릴게요. 사업은 누구에게나 다 힘들고 어렵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방법을 찾는 데에 집중하면서 그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스스로를 믿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북한이탈주민이라서, 여자라서, 외국인이라서 힘들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에게나' 힘들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부분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또 ‘누구나' 노력하고 극복해나가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고요. ‘제시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하겠어?’라고 생각하세요! (웃음) ________________________ 제시 킴 대표님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내용에서도 느껴지지 않나요? 늦은 시간에 진행된 인터뷰였는데도 끝까지 기운 넘치셔서 두 에디터 역시 즐겁게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저도 했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어요.’라고 하신 것처럼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계셔서 그걸 전달받은 인터뷰였습니다. 낯선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공통되는 어떤 사소한 계기나 주제가 있다면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텐데요, 이처럼 제시키친의 제품이 한 사람의 단편적인 면모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면 좋겠다는 목표는 아주 인상이 깊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인터뷰 진행 및 편집: 이으뜸 & 이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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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verofficial
🤖 긱블 PD & 마케터 _ 김서연 님 편
기록을 통해 커리어 방향성을 찾는 마케터 여러분은 과학을 좋아하시나요? 아마 과학에 대해 생각하면, "어렵다"는 인상이 먼저 떠오르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뒤늦게 과학의 즐거움을 깨닫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통해 과학과 공학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PD부터 마케터까지의 여정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깨달은 커리어패스를 지키기 위한 조언까지 함께 들여다 보시겠어요? Part 콘텐츠로 과학의 즐거움을 전하다. “PD로 입사했지만, 마케터가 되기 위해 지원서를 또 냈어요.” Q. 안녕하세요 서연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긱블이라는 과학공학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주로 제품을 마케팅하고 브랜딩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김서연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과학과 공학의 즐거움을 콘텐츠와 재미있는 조립 키트 제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지금 일하시고 있는 긱블이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어떤 회사인지, 그리고 어떻게 긱블에 합류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긱블은 “과학&공학을 좋은 이야깃거리로 만든다”는 미션을 가진 회사예요. 과학과 공학을 이용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 재미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제작하는 콘텐츠와 함께 다양한 자체 개발 키트를 판매하고 있어요. 저는 뒤늦게 과학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2018년도 즈음, 우연히 유튜브에서 김상욱 교수님의 양자역학 강의를 접하게 되었는데, 정말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어요. 과학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초중고 시절 내내 과학을 배웠는데, 그 때는 누구도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그 뒤로 다양한 과학 콘텐츠를 찾아보았는데, 긱블도 그 중 하나였어요. 특히 긱블의 비전과 미션에 공감하여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PD를 채용하신다고 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생 때부터 꾸준히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해 왔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제가 이렇게나 사랑하는 과학에 대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엄청나게 매력적이었어요. Q. PD로 긱블에 합류하셨군요. 하지만 긱블이 시리즈A 투자를 받은 후에는 PD에서 마케터로 전직하셨다고 들었어요. 전직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PD로 합류했지만 평소에도 마케팅과 데이터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회사에서 시리즈A 투자 이후 과학/공학 키트 판매 등의 교육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마케터 채용이 필요했습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데이터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직군인데다 사실 마케터도 콘텐츠를 만들잖아요. 지금까지는 영상 콘텐츠를 통해 과학을 이야기 했다면 이제부터는 제품을 알림으로써 과학의 즐거움을 전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생 긴데 내가 해보고 싶은 것 다 도전 해보자는 생각으로 회사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그렇게 마케터 직군에 맞춰서 서류도 다시 작성해서 제출했고, 면접도 보면서 마케터로 전직하게 되었습니다. Q.다시 서류제출과 면접까지 보셨다니, 대단하시네요! 전직하실 만큼의 마케터의 매력, 그리고 해당 직무를 잘 수행해내기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도 궁금해요. 모든 직무가 그러겠지만, 특히 마케터는 일을 할 때 더 큰 그림을 보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어떤 분은 광고비 대비 매출액 등만 고민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마케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잖아요. 결국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내외부환경 분석을 시작으로, 브랜드와 제품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유입이 되어, 이탈하지 않고 구매까지 전환이 되어야 해요. 마케터는 그 모든 단계를 항상 염두에 두고 일을 해야하고, 저는 그 점이 되게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즉, 광고 기획부터 매출로 전환되기까지, 리타겟팅과 재구매 유도까지 고객 여정을 상상하면서 하나하나 단계별로 세팅하고, 마케터로서 계속 관여하며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회사 외적으로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좋은 스킬들을 많이 얻게 되고요. 그리고 마케터로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는..어떤 직무든 당연해졌지만 데이터 분석력이 정말 중요해요.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는 성과를 측정할 수 없었지만,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와서는 모든 것들이 측정 가능하게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데이터 값들을 잘 활용해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능력이 너무 중요하더라고요. 이제는 콘텐츠 마케터도 콘텐츠만 잘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추출할 수 있도록, SQL과 같은 코딩 공부도 요즘은 꼭 재미를 붙여야 할 거 같아요. Q. 긱블에서 하시는 업무에 대해 더 자세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유튜브 등의 온드미디어에 주로, 긱블이 키트를 만들어 나간다는 서사를 알리는 메시지가 담긴 콘텐츠와, 직접적인 매출로의 전환을 위한 콘텐츠 등을 기획/제작하고 있어요. 일을 해나가며 정말 행운인 점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00만명이 넘을 만큼 온드미디어가 활성화 되어 있고, 이 온드미디어 채널의 타겟층과 제품 타겟층이 일치하거든요. 온드미디어를 활용해서 이미 구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긱블이 과학&공학 키트를 만드는구나 인지해나가고 있어요. 그래서 구독자들이 ‘나도 저 키트 가지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특히 긱블의 키트 제품은 금형을 제작해서 대량 제작하는게 아니라 3D프린터로 하나하나 만드는 제품이예요. 그래서 긱블의 키트는 구독자들과 긱블 메이커가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경험을 줄 수 있는 것도 마케팅의 중요한 포인트죠. 그렇게 긱블만의 마케팅 콘텐츠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것 같아요. Q. 현재 온드미디어 채널의 자사몰 제품 마케팅 콘텐츠 시리즈를 기획하신다고 하셨는데, 긱블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긱블 키트는 3D프린터로 제작하기에, 과정에서 구독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며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단 장점이 있어요. 커스텀 및 소규모 제작이 비교적 쉬우니까요.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였어요. 공을 발사하며 놀게 해주는 이색적인 기계 장치 제품인데요. 콘텐츠로 소개했는데 우리 구독자들도 키트 출시를 원했고, 그렇게 본격 제작하게 되었죠. 과정에서 후속 콘텐츠를 통해 개발 등을 어떻게 진행해나가고 있는지 스토리를 계속 알려주고요. 실제 구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출시까지 준비되면 본격 판매를 알리는 마케팅 콘텐츠를 통해 런칭하게 되죠. 이 역시 우리 구독자 분들이 좋아하는 스토리를 통해 제품의 소구점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어요. 그렇게 는 감사하게도 준비 수량이 전부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엔 브랜딩 메시지를 담은 마무리 콘텐츠를 발행하며, 총 4편의 콘텐츠 시리즈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처럼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제품까지 함께 런칭하는 경험을 통해, 긱블이란 브랜드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하나뿐인 제품에 만족한 고객 분들이 다시 긱블 키트를 재구매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 및 생산부터 자체 채널을 통한 콘텐츠 유통까지, 정말 긱블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죠! 이외 브랜딩 메시지에 더 집중한 콘텐츠 시리즈도 있는데요. 바로 입니다. 저희 메이커들이 키트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내는데, 실제 제품 출시까지 이어지는 건 많지 않아요. 값진 실패의 프로토타입을 그냥 창고에만 쌓아두긴 너무 아까웠죠. 그래서 개발자 3명이 각각 나와, 미출시된 키트를 소개하고 어필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구독자 분들께 가장 마음에 드는 키트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출시까지 고민해보겠다고도 했죠. 그랬더니 각자 원하는 키트를 응원하는 댓글이 천 개 이상 올라오더라고요. 긱블이 유용한 키트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리면서도, 팬 분들의 취향도 확인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만들어졌죠. 긱블이 키트를 통해 쌓아나가는 도전과 실패를 좋아해주시는 팬 분들의 반응도 정말 뜨거웠어요. 그리고 실제 가장 댓글 반응이 좋았던 한 키트는 현재 출시가 확정돼, 와디즈 펀딩까지 런칭했어요. 라는 키트인데요. 강가 등에서 캠핑할 때 물수제비 하며 놀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Part 2 스타트업에서의 커리어 고민, “기록하면 방향성도 찾아지고, 불안함도 덜어져요!” Q. 긱블의 콘텐츠가 사실 굉장히 니치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니치한 영역에서의 콘텐츠 기획이 힘드시진 않으셨나요? 그리고 다음 커리어를 고민할 때 확장성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을지 궁금합니다. 긱블의 콘텐츠가 니치하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사실 누구나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들고 싶단 욕구가 있잖아요. 그게 바로 공학이고, 일상의 모든 것은 과학이죠. 그렇다보니 콘텐츠 기획할 때도 막연히 어렵고 좁은 영역이라고만은 바라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언가 아이디어가 막히면 긱블의 메이커 분들께 의견을 들었어요. 정말 생각도 못했던 참신한 이야기들이 많이 튀어나오죠. 영감을 참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다음 커리어에 대해선 확실히 고민이 있긴 했지만, 제 원동력 자체가 과학의 재미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교육적 목적이 있었고, 실제 긱블 또한 교육적으로도 훌륭한 채널이기 때문에, 교육 차원으로 접근해나가니 크게 어렵진 않았던 거 같아요. 실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도 긱블 채널은 맘 놓고 보여준다고도 많이들 하시거든요. 보면서 배울 게 있다고요. Q. 그럼 전직하시면서 마케터로서 자사몰 런칭, 제품 마케팅, CX까지 두루두루 경험하셨다고 하는데, 이때 커리어패스에 대한 걱정은 없으셨나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마케터 분들께 조언 부탁드려요. 사실 저연차 주니어 시절에는 커리어패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스타트업의 특성 상 너무 다양하고 많은 일을 혼자 다 맡게 되기도 하고요. 저도 커리어패스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신사업 파트의 마케터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신사업이 이렇게 험난하고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채로 뛰어든거죠. 그렇게 자사몰 런칭, 제품 마케팅, CX까지 거의 신사업의 A to Z를 모두 셋업 했는데, 그러면서 서서히 걱정이 되더라고요. ‘어, 잘못하면 커리어 꼬일 수 있겠는데?’ 라고요. 그래서 제가 시작한 건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일을 해 나가는 것이었어요. 각잡고 만드는 포트폴리오가 아니더라도 내가 한 일들을 글로 정리하고, 가능하면 이미지도 조금씩 추가하면서 정리했죠. 그리고 내가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의미를 느꼈고, 어떤 재미를 찾았는지 적어봤더니 패턴들이 보이더라고요. 그 패턴들을 통해 나에게 더 의미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해야겠구나 싶었어요. 기록을 통해 방향성을 찾을 수 있고, 그 방향성이 다시 커리어의 길을 잃지 않도록, 그리고 불안하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Q. 본인만의 커리어 확장법을 찾으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앞으로 서연 님의 개인적인 커리어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불변하는 것은 콘텐츠일 것 같아요. 마케팅을 하든 교육을 하든 결국에 저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일 거에요. 그리고 그 콘텐츠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도 할거고요.(웃음) 그리고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창업을 하고 싶어요. 분야는 아직 모르겠지만, 제가 정말 재미있다고 느끼고 몰입할 수 있는 분야로요. Q. 서연님의 창업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서연님이 지금까지 이렇게 달려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 survival DNA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시 또 몰입이 나오네요. 저는 여러 선택지들이 있어도 결국 스스로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야 더 재미를 느끼고, 깊게 성장할 수 있을거라 믿거든요. 본인이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쫓아간다면 저는 절대 실패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에너지를 얻고 재미를 느끼는데 어떻게 실패를 할까요. 물론 몰입하는 일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더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일단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벌써 마지막 질문이 됐네요. 혹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분들이나 같은 직무에 계신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응원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스타트업에서는 정말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껴요. 갑자기 하던 일이 뒤집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시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포트폴리오예요. 엎어져도 기록해 놓으면 엎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성과로까지 연결되지 않아도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다보면 그 안에서 또다른 나만의 데이터는 계속 남게 돼요. 기록이 자산이라는 점 명심하세요. 특히 스타트업은 결과는 안 나오고 과정만 반복되는 일이 많으니까 더 중요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분들이 너무 좌절하지 않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___________ 인터뷰 진행: 비버레터 이진희 & 박원미 에디터 ___________ 서연 님은 긱블에서 3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곧 새로운 도전을 향해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비버인터뷰에서 나누어 준 초기 스타트업에서의 다양한 경험, 또 그 사이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 시도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서연님의 한 챕터를 기분 좋게 마무리 하는 데에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