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감은 찔러보자
배신도 감이 하더라 전통활쏘기, 국궁을 가르쳐주시는 활선생님께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감'을 절대 믿지 말 것. 특히, 물리적 움직임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교정하거나 보면서 수정하지 않으면 내가 생각한 것과 내 몸이 행하는 것의 괴리감이 매우 크다. 나는 뒤로 뺐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옆으로 뺀다던지. 이는 뇌의 감각 교란 때문인데, 여러번의 반복을 통해 나름의 흐름이 교착되면 뇌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준다. 실제로는 그것이 틀렸을지언정 의식하고 근육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생각한 것과 다르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그래서 새로 배우는 사람이 자세를 만드는 것보다, 익숙한 사람의 안 좋은 습관을 고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왜냐하면 뇌는 이미 기존의 습관이 최적이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 -90을 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90을 가입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는 0으로 교정하는 수준으로는 -50~60으로 다시 되돌아가기 쉽상이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90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뇌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까지 역방향으로의 자극을 줘야만 비로소 정자세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과거 성공 경험이 있는 사람이 더 무너짐의 터널에서 쉽게 나오지 못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성공 경험, DNA라고 불리는 소위 그 '감'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과거 관성의 힘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생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의 나는 운동을 쉰지도 오래되었고, 공부에 몰입한지도 오래되었다. 심지어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지식들도 쓰지 않아 휘발되었던 것을 약소하게 보았던 것이다. 의자에 앉아 공부를, 계획을 수십을 세워보지만 성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작은 성공이라는 스노우볼을 만들어 내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의외로 간과되는 것 같다. '관성의 힘' 꾸준히 라는 것이 왜, 그리고 어떻게 나를 앞으로 밀어내는지 그것을 놓쳤기 때문에 나는 일어나지 못 했던 것 같다. 진짜 작은 성공은 어쩌면 진짜 사소한 것에서 하나씩 쌓아올려야 할 것이다. 무려 그 시간이 남들의 3배 혹은 10배가 걸릴지언정 말이다.
- 권준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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