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1ing
일독일행의 삶으로 어쩌다 23번째 글에 도착했다. 지속적으로 밖의 일을 만들어서 환경을 바꾸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깨닫거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라던가 하는 깨달음은 만나지 못 했다. 아직 대신, 글에 꾸밈이 줄어들고 있다. 완전한 원을 그리는 대신에 시작과 끝점은 어떻게든 이을 수 있는 어떤 도형을 그리고 있다. 약간은 스스로에게 엉망진창이지만 그럼에도 다가가고 있다. 어쩌다 꺼내 읽은 책의 문장이 순간순간 선택을 바꾸는 핑계가 되어준다. 매일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자기소개서 때문이다. 자기소개서 속의 나는 괴물이 되어 내 모든 문장을 집어삼켰다. 그 어떤 표현들도 말로 도망치고, 문장에게 다가가지 못 했다. 언젠가 나는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내 감정을 쓰는 것 조차 글로 남기지 못 했다. 발버둥으로 쓰레드에서 일단 생각나면 썼다. 그리고 수정도 다시 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조금은 즉흥이 아닌 생각을 담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살짝, 아주 살짝 생겼다. 이 시기에 몹글을 운영하시는 알레 작가님을 만나 13기 멤버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님처럼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어 이렇게도 저렇게도 다양한 표현들을 시도했다. 여전히 나다움 말고 나 다음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만들어서 쓰려고 하는 것을 던졌다. 태평양 어딘가로 대신, 쓰레드와 다르게 보여지는 일이 거의 없을테니 그냥 마음으로 썼다. 사고를 거쳐 정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툭 치고 올라오는 것을 머리로 썼다. 내 반려도 처음에는 걱정을 했다. 너무 다 들어내는 것 아닌가, 그리고 글이 좀 무거워진 것 같다고 그래서 끝을 조금은 휘게 했다. 글에 온전히 마음 찌꺼기를 털어내고, 마침표 대신 쉼표로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게 했다.
- 권준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