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배우자와 대화
즐거운 이야기는 과거부터 오늘, 그리고 미래까지 이어져도 좋다. 아쉬운 이야기는 과거로 가면 싸운다. 아쉬운 이야기는 오늘로 오면 서운하다. 아쉬운 이야기는 그래서 미래로 보내야 한다. 배우자로 불리는 이유 여럿 실패를 경험하면서 나의 나약함이 무기가 되었던 것 같다. 최근 아내와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지만, 소중한 순간들로 자주 마찰이 일었다. 서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대화를 한다고 했는데, 정신차려보니 그게 또 하나의 아쉬움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진지하게 대화를 신청해왔다. 간만의 저녁 산책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었다. 늘 생각과 사려가 깊은 아내의 진솔한 고민의 흔적은 나에게 깨달음을 전해준다. "우리가 예전 일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자주 다투게 되는 것 같아. 앞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그래서 어떻게 해보자는 이야기를 자주 해보면 어떨까?" 머리가 틔였다. 서운한 것은 푸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되려 꼬이게 하면 안 된다.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전에도', '나한테는', '그랬었잖아' 등의 과거 표현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것은 풀리는 방법이 아니라 꼬임 속으로 더 꾀여들어 가는 행태만 보였다.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자', '이런 부분이 서운\아쉬워 ~, 그러니 우리 이제는 이렇게 해볼까?' 등의 대화는 꽁한 마음을 다독여줬다. 무엇인가 변화의 기대를 유발하기 때문일까?
- 권준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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