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과녁에 맞춤)하기 시작하면 활병이 노크를 한다. 소위 활병이라 함은 정신의 문제라고 많이 이야기를 들었다. 곰곰히 따져보면 기초부터 배울 때는 맞추는 것이 아닌 자세에 온전히 신경을 몰두하게 된다. 이렇게 당기는게 맞는지, 이렇게 힘을 줘야 하는지 빼야 하는지 등 거궁(활을 드는 동작)과 동시에 모든 긴장은 오롯이 내 자세로 향한다. 왜냐하면 까딱 잘못하면 내가, 그리고 주변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세를 완성하는 것에 몰두하다보면 자연스레 알 수 없는 이유로 화살이 과녁을 맞추기 시작한다. 올곧이 자세를 만들고 바르게 활을 내었다. 라는 표현으로 말 그대로 잘 쐈을 때, 내가 맞출려고 노려보지 않아도 맞아지게 되는 것이다. 재밌는 현상은 이렇게 맞추기 시작하면 곧 사람의 신체는 그것을 감으로 알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대(활쏘기를 하기 위해 서는 곳)에서 모든 감각이 과녁을 향하게 된다. 내 자세에 대한 긴장과 신경은 많이 무뎌지고, 내 감각으로 대체하게 된다. 문제는 지난 이야기에서 가볍게 다뤘듯, 몸의 감각이라는 것은 쉽게 교란을 일으킨다. 오롯이 내 자세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듯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과녁에 몰두하게 되면 자세를 놓치게 된다. 처음으로 오는 것은 '속사'라는 병이다. 내 몸이 완전히 만작(활을 끝까지 다 당기는 것)을 이루지 않았음에도 혹은 이루자마자 화살 시위를 놓게 되는 현상이다. 속사가 오려고 할 때에는 궁사가 다시금 자신의 자세에 집중(근육과 관절 등에 포인트를 지정해놓고, 그것이 이뤄졌는지 체크)하면 금방 교정이 된다. 이 속사가 병으로써 들이닥치게 되면 이제부터는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가 된다. 내가 쏘고 싶어서 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화살을 놓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 자세를 가져가지 못 한다. 심지어는 활시위가 뺨을 때린다던지, 엄지손가락이 다친다던지, 시위를 당기는 깍지손에 문제가 생긴다던지 다양한 부차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혼자서는 이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 선생님이 옆에서 지도를 해주셔야 한다. 계속 신경써야 하는 포인트들을 이야기 해주시거나 시간을 세어주시기도 하는 등의 방법을 요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