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도망치기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야.

- 미우라 켄타로의 만화 베르세르크의 명대사.

뒤를 돌아보면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많은 순간에 도망을 선택했다.

그래서 였을까, 석사 졸업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그 끝을 완성시켜보고 싶었다.

최종 발표를 앞에 두고 reject이 된 2번의 경험 속에서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포기했다.

잠을 먼저 포기했고,

식도락을 내려놨고,

사람들과의 소통까지 내려놨다.

이번에는 끝까지 가야한다는 스스로의 압박 속에 논문의 why와 how는 사라졌다.

강박 앞에서 고찰은 무용이었고,

두려움 앞에 질문은 이름을 잃었다.

왜 이 논문이 중요한지,

왜 내가 이런 연구를 하는지,

그래서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가 있어야 논문이 완성될 수 있음에도

내 이야기 속 논문의 완성 끝 앞에서 남은 것은 '만들어짐' 뿐이었다.

결국, 나의 한계를 느끼고 지도교수님께 마무리 인사를 드리며 연구와 이별을 고하였다.

또 하나의 도망치기를 기록하게 되었다.

### 그래도 낙법은 배웠다. 넘어져도 덜 아플 수 있어졌다.

내려놓고 나니 몸이, 삶의 패턴이, 대인관계가 무너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도망과 결과 속에서 방황을 시작했다.

지난 날의 도망치기처럼 이번의 도망 또한 나의 삶을 많이 무너뜨릴 거라 생각했다. 두려웠다.

실제로, 취업 시장 속에서 많은 조건에 있어 불리해졌다.

나이는 우상향 중인데, 실무 경험도, 산출물도 한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불안을 덮고 불면과 친구 삼다보니 일어날 수 있을까 싶었다.

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방황 속에 나를 버려뒀다.

내가 나를 버렸는데,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은 나를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내 불안을 이해해주지는 않지만, 일어날 수 있음을 믿고 기다려줬다.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을 이겨내지 못 하고 있다. 아직도

덕분에 무엇도 하기 싫고 의욕이 없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재밌는 것은 쌓아온 '도망치기' 결정들이 어느날 나를 찾아왔다.

> " 하기 싫어서, 귀찮아서, 의욕이 없어서 도망치지 않았다.
> 나는 나를 살리기 위해서 그 순간에 도망침을 선택한 것이다. "

나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모든 순간의 '나'는 나를 위하고 있었다.

조금은 덜 아파하고, 조금은 덜 두려워 해도 된다고

그렇게 내가 포기한 순간들이

내가 멈춘 순간에 서서히 쫒아와서

### **'도망쳤다'는 "또 망쳤다"와 다르다고 격려해준다.**

### 나의 도망침 또한 나를 위함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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