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대화를 한다고 했는데, 정신차려보니 그게 또 하나의 아쉬움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진지하게 대화를 신청해왔다. 간만의 저녁 산책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었다.
늘 생각과 사려가 깊은 아내의 진솔한 고민의 흔적은 나에게 깨달음을 전해준다.
"우리가 예전 일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자주 다투게 되는 것 같아.
앞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그래서 어떻게 해보자는 이야기를 자주 해보면 어떨까?"
머리가 틔였다. 서운한 것은 푸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되려 꼬이게 하면 안 된다.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전에도', '나한테는', '그랬었잖아' 등의 과거 표현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것은 풀리는 방법이 아니라 꼬임 속으로 더 꾀여들어 가는 행태만 보였다.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자', '이런 부분이 서운\아쉬워 ~, 그러니 우리 이제는 이렇게 해볼까?' 등의 대화는
꽁한 마음을 다독여줬다. 무엇인가 변화의 기대를 유발하기 때문일까?
아내, 와이프, 안사람, 집사람 등의 다양한 지칭어들이 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표현은 '배우자'이다.
내 이상형은 내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배움의 밑바탕에는 존경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의 울림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유발한다.
어렵사리 만난 인연으로 쉽지 않은 통계적 확률을 극복한 인생의 파트너를 마음껏 아낄 수 있기에 더욱 좋은 듯 하다.
무엇보다 표현을 넘어서, 실제로 배우자라고 인지하다보면 상대방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이 참 많다.
좋은 점도, 나의 부족한 점도 말이다.
'결혼 후에야 겸손해질 수 있다'라는 표현을 이제야 조금은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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