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사회의 봉건적 체제는 브라만, 체트리, 일부 네와르 카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힌두교 상위 카스트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이들은 사회적 '바르나 체계(varna system)'에 따라 성직자, 통치자, 전사 계층을 구성하며, 이 체계는 직업, 지위, 심지어 출산, 결혼, 사망에 이르는 모든 삶의 의식까지 규정하는 사회적 근간으로 기능했다. 특히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때 카스트는 여전히 가장 엄격하게 준수되는 원칙 중 하나로, 과거에는 계층 간 이동이나 결혼이 거의 불가능한 철옹성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전통적인 카스트 질서에 온전히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경제적 동력이 등장하며 네팔 사회의 상류층 구조는 더욱 복잡해졌다. 조세 회피와 밀수 등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의 등장은 단순히 부를 넘어선 사회적 지위의 복합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전통적인 카스트라는 '성스러운' 질서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지만, 막대한 경제적 힘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신흥 부유층은 자신들의 새로운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전통적인 상류층의 관습을 모방하거나, 며칠 밤낮으로 이어지는 밴드 공연과 화려한 거리 행진 같은 과시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적 엘리트와 신흥 부유층 간의 미묘한 차이와 충돌을 야기하며, 연애와 결혼에서 순수하게 혈통과 지위를 중시하는 전통과 막대한 경제력을 중시하는 현대적 가치가 공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