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 記録

[23.10.25~26] Day-12, 13 고베/神戸
[23.10.25] 아침은 산뜻하게 고베런으로 시작했다. 코스를 잘못 선택(?)한 모양인지 너무 거친 오르막이 많은 코스여서 5km를 전부 달리지는 못하고 3.5km 정도에서부터는 걸어서 코스를 완주하기로 했다. 정해진 코스는 완주했지만 괜히 좀 아쉬워서 조금 더 걸어 아카시대교 건너편의 마이코 공원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제 하루 종일 숙소의 공용공간에서 아카시대교를 바라보았지만 아카시대교 바로 밑에서 보는 다리와 주변의 모습은 새로웠다. 여전히 다리 밑으로는 높은 다리에 닿을락말락 할 전도로 큰 화물선이 지나가고 있었고 다리 근처에는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마이코공원 안에는 쑨원기념관도 있었고(고베에 왜 쑨원기념관이 있는지는 찾아보지 못했다.) 조금 더 가자 오래됐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리조트형 호텔도 있었다. 이른 아침시간이었지만 산책하는 사람들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공원 안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정작 달린 건 20분도 안되는 시간이었는데 주변 산책만 1시간을 넘게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역시 수요일과 목요일은 관광보다는 일을 하기로한 날이기 때문에 멀리 나가지 않고 근처에서 노트북을 하기로 했다. 어제 계속해서 시간을 보냈던 공용공간은 오전 11시부터 운영하기 때문에 오전시간에는 이용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숙소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오전 시간은 스타벅스에서 보내기로 했다.(스타벅스 만세!!) 드립커피를 시키면 두잔째를 무료로 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드립커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일본에 와서 스타벅스는 여러번 왔기 때문에 스타벅스 대화는 이제 충분히 익숙해졌다.(매장 안에서 먹는 것을 점내에서 먹느냐고 묻는다든지, 머그나 글래스에 담아드려도 된다든지하는 대화) 테라스 자리에서 아카시대교가 보이는 뷰맛집이었기 때문에 오전부터 점심시간이 지날 때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찾았다. 3시쯤에는 다시 숙소의 공용공간으로 이동해서 업무를 계속했다. 공용공간이라고 하지만 사실 카페이자 식당이자 바로 사용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식사도 함께 해결하기로 했다. 숙소 이름을 딴 햄버거(게라게라버거)와 생맥주 한 잔을 시켜 업무를 하면서 천천히 분위기와 식사를 즐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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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4] Day-11 토쿠시마, 고베/徳島、神戸
마음먹었던 것처럼 여유로읍게- 준비(가지고 온 누룽지로 아침도 해먹었다.)를 마치고 숙소를 나왔다. 시코쿠를 그냥 떠날까하다가 그래도 마지막으로 토쿠시마를 좀 즐기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 토쿠시마에 있는 비잔공원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원래 비잔공원은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나는 역시 차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원위치가 높아 꼬불꼬불 산길을 다시 한 번 올라가야했다. 비잔이라는 이름만 듣고는 막연히 美山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착하니 眉山이었다. (구글맵에는 한글로 비잔공원이라고 나와있어 몰랐다.) 눈썹 미자를 쓰는 것보면 산의 모양이 눈썹을 닮았거나 눈썹과 관련된 이야기를 품은 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잔공원에는 커다란 전망대 데크와 카페, 파고다가 있었다. 도쿠시마와 시코쿠를 눈에 새겨가려고 일단 전망대 데크로 올랐다. 아쉽게도 날이 흐린 편이라서 저 끝까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도쿠시마 시내와 바다와 이어지는 요시노강의 하구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전망대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비잔공원 카페에서는 "귀멸의 칼날" 콜라보가 진행 중이었는데 다양한 귀멸의 칼날 굿즈와 함께 영상과 음악이 함께 들렸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정리하면서 궁금했던 오카야마성과 전국시대의 전쟁사에 대해서 조금 찾아봤는데 귀멸의 칼날 OST와 묘하게 어우러져 쉽게 집중할 수 있었다. 일본 전국시대의 전쟁이야기는 꽤 흥미로워서 한국에 돌아가면 관련된 게임을 해볼까 싶었다.(갑자기?) 비잔공원에서 나와서는 곧장 다음 숙소로 향했다. 구글 지도 상으로 2시간 거리였고 숙소 체크인은 3시부터 할 수 있어서 시간도 딱 맞겠다 싶었다. 이번에 여행하는 동안 유료도로 이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바다를 건너 고베로 향하려면 어쩔수없이 고속도로를 타야했다. 중간에 들르지는 않았지만 시코쿠의 끝에는 나루토라는 도시가 있다. 나루토에서 시코쿠를 떠나 본섬쪽으로 향하는 다리(오나루토교)를 건널 수 있는데 이 해협에서는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해남에 울돌목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해협에 생기는 소용돌이라고하는데 나는 따로 이곳에 멈추지는 않고 오나루토교를 건너다 바다위에 파도의 윤슬들이 비치는 것을 보고 소용돌이위 존재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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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3] Day-10 츠루기산/剣山
드디어 오늘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등산을 하는 날이다. Gopro의 배터리도 충분히 충전해두고 인터넷에서 찾은 추천 산행 코스도 충분히 숙지해뒀다. 휴대폰 배터리가 나갈 것을 대비해서 늘 가지고 다니는 미니 노트에 주요 포인트 이름을 적어뒀다. 인터넷에서 찾은 추천 산행코스의 등산 시간이 4시간 30분이라고 적혀있어서 물과 먹을 것도 잔뜩 준비해뒀다. 어제 저녁에 사둔 치킨남방도시락을 데워먹고 집을 나섰다. 츠루기산은 등산로 입구에 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숙소가 있는 츠루기조(剣町)에서 1시간이 조금 넘게 차로 이동해야 츠루기산 등산로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1시간 동안 가야하는 길이 대부분 좁은 산길이었다. 나침반으로 확인해봤을 때 숙소의 해발고도가 40m였는데 등산로 입구가 1400m 정도되니 거의 대부분을 차로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산길을 타고 계속해서 올라가다보니 산골 마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츠루기산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민박을 운영했던 곳들도 보였고 차량정비소 같은 건물도 간간히 보였다. 좁은 산길의 대부분은 차가 하나밖에 지나갈 수 없는 길이었는데 반대쪽에서 차가 나타나면 먼저 길을 비켜주었기 때문에 1시간의 이동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훨씬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니 내심 차상태도 걱정되고 돌아오는 길이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츠루기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자 탁 트여있는 공간에서 지금까지 올라온 산길들이 보였다. 꼬불꼬불한 산길도 볼 수 있었고, 군데군데 단풍이 든 나무들도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아직 빨갛게 물든 정도는 아니었다. 평일(월요일) 아침이라서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등산로 입구와 가장 가까운 주차장은 차가 모두 차있어서 조금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을 준비했다. 츠루기산에는 리프트가 있어서 해발 1700m까지는 쉽게 올라갈 수 있는데 나는 처음부터 쭉 걸어올라가기로 했다. 츠루기산 리프트는 신기하게 생겼는데 안전장비 없이 지하철 의자(?)같은 게 로프에 매달려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발 300m 가까이 올라간다고 해서 타보고 싶긴했지만 돈도 좀 아까웠고 여기까지 올라와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게 아쉬워서 걸어올라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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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Day-9 오카야마, 미마/岡山、美馬
오늘은 쿠라시키런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TMI이긴 하지만 달리는 동안 자꾸 바지가 흘러내려 달리는데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난 무카이시마런이 바닷가를 낀 어촌 마을을 뛰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쿠라시키런은 논을 끼고 달리는 익숙한 느낌이었다. 논만 놓고 본다면 우리 시골(충청남도 청양)과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조금 달랐던 점은 우리 시골보다 논두렁 주변의 물길이 시멘트로 발라져 관리되고 있는 것 정도였다. 규모가 더 큰 만큼 더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짧게 3km정도 달리고 돌아와 주인 부부가 챙겨준 아침을 먹고 일찍 숙소를 떠났다. 일본에 온 후 처음으로 1박만하고 떠난 숙소 였는데 그래서 인지 아쉽기도 하고 부부와 충분히 대화를 해보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주인 부부는 이름도 못 물어보고 숙소를 떠나버렸다. 오늘은 오카야마에서 오카야마 성과 고라쿠엔을 구경하고 시코쿠로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오카야마는 쿠라시키와 멀지 않았다. 오카야마 현청에 차를 주차하고 오카야마 성으로 향했다. 오카야마 도서관 주차장은 도서관 이외의 용무로 주차하면 안된다고 써있었지만 현청에는 그런 가이드가 없었으니까 괜찮겠지 뭐! 라고 생각하고 주차하고 오카야마 성으로 향했다. 이번에 일본에 와서 성을 제대로 구경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모지성은 성터만 있었고, 히로시마 성은 산책하면서 외부만 살짝 지나쳐갔을 뿐이었다. 오카야마성은 우조공원(烏城公園) 안에 있었다. 우조(烏城)는 까마귀성이라는 뜻으로 성의 외벽이 까맣게 칠해진 오카야마성의 별명이라고 한다. 따로 공원이 조성되어있는 만큼 보존 상태가 좋은 것 같았다. 우조공원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자 오카야마성이 보였다. 정확히는 해자로 둘러쌓인 우조공원 자체가 오카야마성이고, 오카야마성이라고 부르는(생각했던) 것은 오카야마성의 "천수각"이라고 한다. 오카야마성 주변의 출입문이나 외벽은 희게 칠해져있던데에 반해 오카야마성은 그 별명처럼 외벽이 검게 칠해져있었다. 외벽을 검게 칠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아마 쓰여있었을텐데 내가 읽지 못했을 거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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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1] Day-8 쿠라시키/倉敷
오노미치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히로시마현을 떠나는 날이다. 나흘간 묵었던 B&B潮風를 떠나려니 기분이 묘했다. 야마구치씨와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많이 들기도 했고 이제 구글 지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동네가 눈에 익기시작했는데 떠나야한다니 허무하기도 했다. 야마구치씨에게도 좋은 기억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공용 거실에 있는 방명록도 작성하고 예비로 가져왔던 자동차 번호판도 선물(?)로 남겨두었다. 진심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시 B&B潮風를 방문하고 싶다. 여유만 된다면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싶을 정도다. 오노미치의 마지막 일정은 우연히 어제 숙소에 도착한 오츠카씨 부부 중 아내분과 함께 하게되었다. 남편 오츠카씨는 오늘 무카이시마와 근처 섬들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내 오츠카씨는 오노미치 근처를 관광하는 스케줄이었는데 내가 오노미치시립미술관에 갈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보였다. 원래부터 미술관을 좋아한다고 했던 아내 오츠카씨는 길치였기 때문에(지도를 읽지 못한다고 한다.) 혹시 자동차를 얻어탈 수 있는지 부탁했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아내 오츠카씨는 69살이다!) 오노미치시립미술관은 센코지 공원(센코지절과 그 주변의 공원)에 자리잡고 있었다. 오노미치시립미술관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이기 때문에 유명하다고 한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 대해서 잘 알고있진 못하지만(성산일출봉에 있는 안도 타다오의 건물과 콘크리트를 좋아한다 정도?) 괜히 시립미술과의 외관을 조금 눈여겨 보게 되었다. 역시 콘크리트와 유리된 외벽이 눈에 띄었다. 시립미술관의 전시는 Landskap(나중에 찾아보니 말레이어로 풍경이라는 뜻이라고 한다.)이라는 이름으로 오노미치의 폐가를 주제로 한 전시였다. 일본 목조 주택의 면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내가 알던 우리 시골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집에 사는 사람과 사람의 친구 고양이(?)의 유골도 전시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일본어를 읽을 수 없어 전시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간간히 오츠카씨의 쉬운 일본어 설명을 들으며 익숙하지 않은 일본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끝까지 관람했다. 오노미치는 고양이 마을로 유명하다고 해서인지 전시 끝의 기념품 가게에서는 고양이와 관련된 물건도 잔뜩 볼 수 있었다. (나는 오노미치에서 고양이를 본 적이 없지만...)
  • Amond
[23.10.19~20] Day-6, 7 오노미치/尾道
*여행기를 미루지 않고 작성하는게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23.10.19] 내가 묵고 있는 B&B 潮風는 아침을 준다!!! 숙소의 주인 야마구치(山口)씨가 일본식(밥)이나 서양식(빵) 중에 원하는 타입의 아침을 만들어주시는데 나는 도착한 날 밥을 선택해서 정말 오랜만에(한국에 있을 때 포함) 아침으로 밥을 먹었다. 진정한 의미의 일본 가정식 덕분에 산뜻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야마구치씨가 짚 앞에 빵집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셔서 함께 빵집에가 치킨 샌드위치와 단팥빵, 가게에서 직접 만든 진저에일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금요일까지 이틀간은 일하는 날로 정했기 때문에 오전은 빵과 진저에일과 함께 숙소의 거실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숙소의 바로 옆에 중학교가 있어서 수업소리와 함께 오전 시간을 보냈다. 음악실에서 들리는 음악소리나 운동장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일본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해야할 일을 정리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비소식이 있어서 내일은 밖을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후 시간은 저 멀리 다리를 건너 시코쿠 이마바리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하기로 했다. 오늘 다리를 건너면 혼슈(일본의 본섬)과 시코쿠(혼슈 아래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 3개를 모두 건너볼 수 있기 때문에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루트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오노미치에서의 사흘은 여행에만 시간을 쓸수는 없어서 포기하고 자동차로 눈팅정도 하기로 했다. 시코쿠까지 고속도로를 따라 4개의 섬을 더 건너야 반대편의 이마바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노미치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섬에는 조선소가 굉장히 많았다. 다리를 건너면서 크고 작은 선박을 만들고 있는 조선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널 때 마다 양쪽에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유만 있었다면 나도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체력이 받쳐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바다를 건너 이마바리시에 도착했는데... 예상 외로 출혈이 컸다... 구글 맵으로 톨비를 확인했을 때는 2,500엔 정도 였는데 실제로 내가 내야하는 톨비는 4,600엔 정도가 됐다.(왕복으로 따지면 9만원이 넘는다... 🥲) 시모노세키에서 히로시마로 넘어올 때 3,800엔 정도 톨비가 아까워서 국도로 왔는데(좋은 경험이었지만...) 두배가 넘는 돈을 왕복 2시간이 안되는 거리에 써버린게 속이 쓰렸다. 그래도 멋진 경치를 구경했으니까!! 라고 생각하고 잊기로 했다. 잊기로 했다. 잊기로 했다...
  • Amond
[23.10.18] Day-5 오노미치/尾道
아침에 일어나 료칸에서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고 오노미치로 떠나기로 했다. 이곳 주인과는 처음 체크인할 때부터 거의 이야기한적도 없고 뭔가 응대해주지 않아(?)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체크아웃할까하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스미마셍~"하고 체크아웃을 알렸다. 체크인한 이후로는 처음보는 주인이 짧게(아니, 꽤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체크아웃을 했다. 이 료칸 주인 히사야씨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지금은 40살인 히사야씨는 24살에 일본을 떠나 3년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와 료칸을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 전까지는 료칸과 이베이를 함께 운영하며 꽤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는데 코로나 이후로 료칸도 이베이도 수입이 뚝 끊겨 지금은 인생의 다음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히사야씨가 찾은 다음 먹거리는 부동산과 전기설비였다. 부동산은 료칸과의 합도 좋고 혼자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한다고하고, 전기설비는 점점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인프라들이 전환되고 있지만 점검이라던지 설비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시작한 히사야씨는 촘촘히 계획된 2027년까지의 계획표를 보여줬는데, 2027년까지 부동산과 전기설비 회사를 만들기 위해 따야하는 자격증과 학습 계획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내가 료칸에 묵는 동안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것도 오는 일요일 2023년에 계획한 마지막 시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 자신은 도쿄보다 히로시마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든지 다른 료칸을 400만엔에 사서 3,000만엔에 판다든지하는 히사야씨의 근황을 듣고 료칸을 빠져나왔다. 확신을 가지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에 옮겨가는 모습이 꽤 멋져보였다. 오늘 계획은 진짜 별 것 없다. 일본에 도착한 이후로 가장 단순한 날이다!! 오전에는 오노미치로 이동하고(2시간 정도?) 오후에는 오노미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려고한다. 그 후에 6시에 맞춰 숙소에 체크인하면 오늘 일정은 끝이다. 여행 중이지만 할 것들이 잔뜩 있어서 일하기 좋은 카페를 찾아볼까도 했는데 역시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있기에는 스타벅스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히로시마에서 오노미치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달렸던 곳보다는 새롭지 않은 길이었다. 일본의 자동차 도로에 꽤 익숙해지기도 했고 내륙에 있는 바이패스(자동차 전용도로 비슷한...)로 이동해서 멋진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오노미치에 다다르자 다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혼슈의 남쪽 해안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 탓에 바다를 거의 매일 한 번씩은 보고있긴하지만 산길을 지나 만나는 바다는 항상 반갑다.
  • Amond
[23.10.17] Day-4 히로시마/ 広島
오늘은 히로시마런(?)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혹시 몰라 가방에 런닝화를 들고왔지만 피곤함을 핑계로 런닝을 미뤄오다가 나흘째 아침이 되서야 런닝을 하기로 했다. (당연히) 어떤 코스로 뛰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Strava를 깔아왔는데 드디어 써먹었다. 7시 30분쯤 숙소를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었는데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등교시간이 이른 모양이었다. 흰색과 빨간색 모자를 쓰고 등교를 하는 초등학생들과 삼삼오오 무리지어가는 중학생도 보이고, 자전거를 탄 고등학생들이 줄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5km정도 달렸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아침을 피부로 체험한 것 같아서 재밌었다. 등교하던 아이들은 이 시간에 뛰고 있는 날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던 것 같기도 하다. 런닝으로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한 후에는 어제 실패했던 미야지마에 가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바보 같은데 어제 승용차용 페리가 있는 것을 보고 일단 자동차를 가지고 미야지마 터미널로 향했다. 당당하게 창구에 차를 가지고 미야지마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자 직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관광 온거냐고 미야지마 안에는 주차장이 없다고 말했다. 어쩔수 없이 미야지마 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미야지마로 향하는 페리를 탔다. (주차장도 터미널 주차장 말고 주변에 사설 주차장에 세울 걸 그랬다... 훨씬 싼데...) 10시가 넘어서 탄 페리는 미야지마로 바로가는 것이 아니라 미야지마의 상징인 물 위의 토리이 방향으로 가깝게 지나가는 페리였다. 오래 전부터 이 커다란 토리이를 보고싶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물 위에 떠있는 거대한 토리이가 신비롭게 느껴졌다. 사실 토리이와 이츠쿠시마신사(물 위에 지어진 신사)가 있는 곳은 간조 때는 바닥이 드러날 만큼 얕은 곳에 지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그걸 알고 봐도 멋졌다. 페리에서 본 토리이(영상) 미야지마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는 건 사슴이었다?? 아침을 먹지 않아서 편의점에서 야끼소바빵을 하나 사서 도착하자마자 선착장 근처의 벤치에 앉아 먹었는데 저기 멀리서 사람들과 놀고 있던 사슴이 내게 다가와 미친듯이 내 소중한 식량을 빼앗으려 했다.(아쉽게도 이 장면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지 못했다.) 처음엔 다리로 열심히 밀어내다가 커다란 뿔에 다칠수도 있겠다 싶어서 자리를 빠져나왔다. 사슴에게 진 것 같아서 분하긴 했다.
  • Amond
[23.10.16] Day-3 시모노세키에서 히로시마까지/下関から広島まで
시모노세키에서 마지막 날이자 히로시마로 이동하기로 한 날이다. 시모노세키를 떠나기 전에 어제 시라이시씨에게 추천 받은 츠노시마(角島)라는 곳을 들르기로 했다. 츠노시마는 내가 어제까지 돌아다녔던 곳보다 20분 정도 더 북쪽에 있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츠노시마에 도착하기 전부터 츠노시마로 향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도로는 좌측통행이고 한국에서 가져간 내 차의 핸들은 왼쪽에 있다. 무슨 뜻이냐면 해안도로를 달릴 때 바다를 바로 옆에서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시모노세키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는 완충공간 없이 바로 울타리너머가 바다로 이어지는 낭떠러지였다. 무섭기보다는 탁트인 바다를 눈 앞에 두고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즐거웠다. 해안도로를 따라서는 몇시간이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안도로가 끝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츠노시마까지 이어지는 츠노시마 대교가 눈에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섬과 섬까지 이어지는 길고 얇은(?) 츠노시마 대교를 건너는 것은 해안도로를 달릴 때와는 또 다른 해방감이 있었다. 운전하면서 주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츠노시마 안에서는 가장 끝에 있는 츠노시마 등대로 향했다. 지도 상에서 츠노시마 등대는 한반도를 향해있었는데 저 멀리 부산이라도 보일까 싶었다.(농담) 츠노시마 등대에서의 풍경도 너무 좋았다. 좋았다라는 말 말고 해방감이나 감동을 잘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아쉬웠다. 등대 주변 공원을 둘러보고 등대에 직접 올라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등대로 올라가는 계단은 한 사람이 간신히 올라갈 수 있는 정도로 좁았다. 등대 위에서도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 내려왔다. 시모노세키의 해변에는 수리가 굉장히 많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활강하지 않고 제 자리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먹이를 찾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츠노시마를 둘러본 후에는 드디어 시모노세키를 떠나 히로시마로 향했다. 힘들게 자동차까지 끌고왔는데 고속도로를 타면 가는 길이 즐겁지 않을 것 같았고 일본의 톨비가 생각보다 비싸(히로시마까지 3,980엔이었던가..?)서 국도를 통해 히로시마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보다 2배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4시간 40분 정도 운전해야했다.) 이번 여행의 컨셉에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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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5] Day-2 시모노세키 토요우라초/下関市豊浦町
일본에서 첫날 밤을 지내고 눈을 떴다. 어제 다짐(?)한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대-충 바람막이 하나를 걸쳐 입고 어제 시라이시씨가 이야기해준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에 가는 길에는 정말 오래되 보이는 일본의 시골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나무로 만든 주택이 많아서인지 관리가 되지 않아 썩어가는 집도 있고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는 집도 있었다. 우체통에 "毎日ありがとう(매일 감사합니다.)"라고 붙여둔 어떤 집이 기억에 남는다. 골목길을 따라 1km 정도 걸어들어가자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마을의 바닷가는 해변은 없고 파도를 막기 위한 커다란 방파벽(?)과 테트라포드가 잔뜩 세워져있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방파벽을 따라 바다를 걷는 것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내가 왜 일본 여행을 시작했고 이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다시 한 번 곱씹게 되었다.(정답이 나온 것은 아니다.) 걷다보니 방파벽이 사라져 바다를 바라보면서 계속 걸어나갔다. 이번에는 뜬금없이 작은 석탑을 두개 만났다. 뭔가 의미가 있는 석탑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석탑을 사이에 두고 바다의 반대편 100m 뒤에 돌로 된 토리이가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더 멀리는 신사가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어제 본 "아카마 신궁"부터 시작해서 바다를 경외시하는 마음과 그 경외감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멋지다고 생각했다.(한국의 바닷가에 있는 많은 절들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것 같다.) 오늘은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다. 조용한 카페에 가서 다음 계획과 필요한 것들을 점검하고 싶었다. 일단은 차에 앉아 내 친구 구글맵을 켜고 다짜고짜 카페를 검색했다. 시골 지역이라 그런지 주변에 카페가 많지는 않았다. 바닷가가 보이는 Sig-co라는 카페에 가기로 결정하고 움직였다. 일본에서의 운전은 하루만에 꽤 많이 익숙해져 운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운전을 시작할 때 머릿속으로 "왼쪽, 왼쪽"을 서너번 되뇌인 후 운전을 시작한다. Sig-co라는 카페에 가기 위해서는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했는데 아침에 달리는 도로는 어제 저녁에 달린 도로와또 다른 느낌이었다. 여전히 하늘이 맑고 구름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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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4] Day-1 시모노세키/下関
*이것도 Day-2에 업로드함 생각보다 배에서 단잠을 잤다. 혹시 몰라산 멀미약을 먹지 않았지만 개-운 그 자체였다. 일어나서는 여객선에 있는 목욕탕에서 샤워도 하고, 미리 사둔 조식 쿠폰으로 조식(미역국이 나왔는데 맛있었다.)도 먹었다. 조식을 먹고나니 6시50분쯤되어 밖이 이미 밝았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과 일본어들을 보니 배를 타고 일본에 넘어온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여러번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가봤지만 배에서 만나는 일본은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차량과 함께 배를 탄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까지 어제 차를 이동시켜둔 곳으로 이동해야했다. 차로 내려가서는 배에서 내리기 전에 한국에서 준비한 차량 준비물을 부착했다. 일본에서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타원형의 "ROK" 스티커와 앞 A4용지로 출력한 번호판 2개(대시보드에 올려놓기용과 뒷번호판 대신 부착용)가 필요해서 부산으로 이동하기 전에 준비했다. 뒷번호판은 A4용지로 부착해도 된다고 하지만 2달정도 일본에 있을텐데 멋져보이고(?) 싶어서 한국 번호판과 같은 사이즈의 번호판을 출력하여 차에 직접 부착했다. 대충 이렇게 붙임!! 어디선가 들었는데 기존 차량 번호판을 가리면 안된다고 한다. 기존 국가 번호판을 보조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번호판도 보여야한다고. 시간이 되자 일본 담당자를 따라 차를 배에서 내려 터미널 주차장 같은 공간(차량 입국장?)으로 이동했다. 처음 배에서 내려 일본 땅을 밟을 때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차량 수속은 걱정했던 것에 비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담당자 안내에 따라 잠시 일반 승객들과 합류하여 입국 수속을 한 후 다시 돌아와 보험 가입과 통관 수속을 하면 끝이었다. 일시수출입을 안내 받을 때 차량을 비워둬야한다는 말을 들어서 굳이 차를 비워뒀었는데 그렇진 않았던 모양이다. 차량수속을 하며 얼굴을 익힌 바이크 형들과 한국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본 아저씨(일본 아저씨와는 통관수속을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더 친해졌다.)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터미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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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3] Day-0 부산/釜山
*사실 Day-2에 업로드함 2개월의 일본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꽤 많은 것들을 미루고 가는 여행인데, 이걸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무엇을 미루고 있는지는 다음에 또 적어봐야지. 오랫동안 막연히 하고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차를 타고 일본을 길게 여행하는 것"이다. 계기는 진짜 단순했다. '기사단장죽이기'라는 무라카미하루키의 소설의 첫 장면에서 주인공이 이혼당한 후 차를 타고 일본의 지방 도로를 몇일이고 운전하는데(내용이 정확하진 않다.) 그냥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언젠간 꼭 해봐야지 했던 "차를 타고 일본을 길게 여행하는 것"을 이번에 하게 되었다. 나는 서울에 살고, 일본으로 떠나지만 이번 여정은 부산에서 시작한다.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언젠가 하고싶은 일본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일시수출입제도"를 소개해줬다. 한국에서 내 차를 가지고 일본을 여행할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 도로도 반대고 핸들 방향도 반대지만 한국에 수입된 영국이나 일본 차들도 종종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청과 면허시험장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기도하고 직접 작성하기도하면서 배편을 예약하고 드디어 오늘 부산에 왔다. 배에 차를 실어본 적도 배를 타고 해외에 가본적도 없었기 때문에 설레고 새로웠다. 일본에 나가는 배에 차를 태우는 여정이 짧지는 않았다. 2시 반쯤 승선 수속을하고 3시에 차량(다른 사람들은 주로 오토바이였다.)을 타고가는 사람들과 모여 준비한 서류도 전달하고 먼저 항만에 차량을 이동시켰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내심 승선을 거절 당하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됐다. 하지만 배에 차를 싣는 과정은 생각보다도 더 어렵지 않았다. 상상 속의 승선 수속은 대기업의 압박면접 같은 것이었는데 사실은 알바 면접 같은 것이었다.물론 아직 시모노세키에서 뭔가 더 해야하니까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일반 승객들과 함께 탑승 수속을 하고 차량을 배에 실을 사람들은 따로 모여 먼저 이동시킨 차량을 배에 실었다. 국제여객선의 화물칸은 상상을 초월했다. 비행기 짐칸의 커다란 버전 정도로 생각했는데 컨테이너부터 트레일러까지 안들어가는 게 없었고, 그 크기도 상상을 초월했다. 서든어택에 나오는 웨어하우스 정도 사이즈는 되는 것 같다. 해운 사업에 대한 경외심이 생겼다.
  • 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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