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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 記録
[23.10.25~26] Day-12, 13 고베/神戸
[23.10.25] 아침은 산뜻하게 고베런으로 시작했다. 코스를 잘못 선택(?)한 모양인지 너무 거친 오르막이 많은 코스여서 5km를 전부 달리지는 못하고 3.5km 정도에서부터는 걸어서 코스를 완주하기로 했다. 정해진 코스는 완주했지만 괜히 좀 아쉬워서 조금 더 걸어 아카시대교 건너편의 마이코 공원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제 하루 종일 숙소의 공용공간에서 아카시대교를 바라보았지만 아카시대교 바로 밑에서 보는 다리와 주변의 모습은 새로웠다. 여전히 다리 밑으로는 높은 다리에 닿을락말락 할 전도로 큰 화물선이 지나가고 있었고 다리 근처에는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마이코공원 안에는 쑨원기념관도 있었고(고베에 왜 쑨원기념관이 있는지는 찾아보지 못했다.) 조금 더 가자 오래됐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리조트형 호텔도 있었다. 이른 아침시간이었지만 산책하는 사람들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공원 안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정작 달린 건 20분도 안되는 시간이었는데 주변 산책만 1시간을 넘게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역시 수요일과 목요일은 관광보다는 일을 하기로한 날이기 때문에 멀리 나가지 않고 근처에서 노트북을 하기로 했다. 어제 계속해서 시간을 보냈던 공용공간은 오전 11시부터 운영하기 때문에 오전시간에는 이용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숙소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오전 시간은 스타벅스에서 보내기로 했다.(스타벅스 만세!!) 드립커피를 시키면 두잔째를 무료로 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드립커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일본에 와서 스타벅스는 여러번 왔기 때문에 스타벅스 대화는 이제 충분히 익숙해졌다.(매장 안에서 먹는 것을 점내에서 먹느냐고 묻는다든지, 머그나 글래스에 담아드려도 된다든지하는 대화) 테라스 자리에서 아카시대교가 보이는 뷰맛집이었기 때문에 오전부터 점심시간이 지날 때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찾았다. 3시쯤에는 다시 숙소의 공용공간으로 이동해서 업무를 계속했다. 공용공간이라고 하지만 사실 카페이자 식당이자 바로 사용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식사도 함께 해결하기로 했다. 숙소 이름을 딴 햄버거(게라게라버거)와 생맥주 한 잔을 시켜 업무를 하면서 천천히 분위기와 식사를 즐겼다 😎 저녁이 되어 해가 지고나자 투숙객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꽤 많이 들어와 식사나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나는 바닷가가 보이는 자리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 바다에서 번쩍번쩍 거리는 빛이 보였다. 처음엔 밤이 되었으니까 등대겠거니하고 관심을 주지않았다. 하지만 빛의 번쩍거림이 주기적이지 않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어제는 등대의 빛을 보지 못한 것 같아 이상했다. 뭔가 싶어서 테라스 밖으로 나가봤는데 바다 건너 저 멀리서 번개가 치고 있는 것이었다. 번개가 작열하는 모습이 구름 사이에서 보이기도 하고 구름 뒤에서 번개가 칠 때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구름 전체가 번쩍거렸다. 아마 번개가 치는 구름은 여기서 멀리 있는 모양인지 천둥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여긴 구름만 조금 있는 상황이라서 그 모습이 더 신기했다. 한참을 바다 건너 번개구름을 바라보다 다시 들어와서 작업을 계속했다. 늦은 9시에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온라인 미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1시간이 안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 시간을 훌쩍넘겨버렸다. 계속해서 자리하고 있던 공용공간은 10시까지 밖에 운영하지 않아 미팅을 하던 와중에 자리를 밖에 있는 테이블로 옮겼다. 불빛 없이 어두운 배경에 등 뒤로 불켜진 아카시대교가 보이는 뷰를 자랑하며 미팅을 계속했는데 꽤 느낌있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미팅을 잘 마치고 아쉬운 마음에 자기 전 숙소근처 멀리까지 밤산책을 하고 돌아와 오늘은 자리에 누웠다. [23.10.26] 오늘도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 체크아웃 하는 날이기 때문에 10시까지는 자리를 정리해야했지만, 오후 2시에 꽤 중요한 화상회의가 있어 위치는 이동하지 않고 이곳에 머무르기로 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전 시간에는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다시 숙소 공간으로 돌아왔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못했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직원들과도 얼굴을 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숙소에서 3일간의 식사는 계속 여기서 해결했는데 내가 참 좋은 고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잠도 자, 밥도 먹어, 가끔 맥주도 마셔!!!) 항상 앉는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업무를 정리하다가 화상회의에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오후 2시에 햇볕이 강해 강한 눈뽕(?)과 함께 미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미팅을 진행한 1시간 동안 좀 타버린 것 같기도 하다. 미팅을 마치고 나서는 바로 다음 숙소로 이동했다. 다음 숙소는 그 유명한 "갑자원(甲子園, 코시엔)" 근처에 있는 목욕탕이었다. 야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야구 만화는 많이 봐서 갑자원이 얼마나 유명한지 알고 있었고 일본의 공중 목욕탕은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그것만으로도 벌써 기대가 됐다.
[23.10.24] Day-11 토쿠시마, 고베/徳島、神戸
마음먹었던 것처럼 여유로읍게- 준비(가지고 온 누룽지로 아침도 해먹었다.)를 마치고 숙소를 나왔다. 시코쿠를 그냥 떠날까하다가 그래도 마지막으로 토쿠시마를 좀 즐기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 토쿠시마에 있는 비잔공원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원래 비잔공원은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나는 역시 차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원위치가 높아 꼬불꼬불 산길을 다시 한 번 올라가야했다. 비잔이라는 이름만 듣고는 막연히 美山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착하니 眉山이었다. (구글맵에는 한글로 비잔공원이라고 나와있어 몰랐다.) 눈썹 미자를 쓰는 것보면 산의 모양이 눈썹을 닮았거나 눈썹과 관련된 이야기를 품은 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잔공원에는 커다란 전망대 데크와 카페, 파고다가 있었다. 도쿠시마와 시코쿠를 눈에 새겨가려고 일단 전망대 데크로 올랐다. 아쉽게도 날이 흐린 편이라서 저 끝까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도쿠시마 시내와 바다와 이어지는 요시노강의 하구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전망대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비잔공원 카페에서는 "귀멸의 칼날" 콜라보가 진행 중이었는데 다양한 귀멸의 칼날 굿즈와 함께 영상과 음악이 함께 들렸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정리하면서 궁금했던 오카야마성과 전국시대의 전쟁사에 대해서 조금 찾아봤는데 귀멸의 칼날 OST와 묘하게 어우러져 쉽게 집중할 수 있었다. 일본 전국시대의 전쟁이야기는 꽤 흥미로워서 한국에 돌아가면 관련된 게임을 해볼까 싶었다.(갑자기?) 비잔공원에서 나와서는 곧장 다음 숙소로 향했다. 구글 지도 상으로 2시간 거리였고 숙소 체크인은 3시부터 할 수 있어서 시간도 딱 맞겠다 싶었다. 이번에 여행하는 동안 유료도로 이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바다를 건너 고베로 향하려면 어쩔수없이 고속도로를 타야했다. 중간에 들르지는 않았지만 시코쿠의 끝에는 나루토라는 도시가 있다. 나루토에서 시코쿠를 떠나 본섬쪽으로 향하는 다리(오나루토교)를 건널 수 있는데 이 해협에서는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해남에 울돌목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해협에 생기는 소용돌이라고하는데 나는 따로 이곳에 멈추지는 않고 오나루토교를 건너다 바다위에 파도의 윤슬들이 비치는 것을 보고 소용돌이위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오나루토교를 건너 이와지섬(시코쿠와 혼슈 사이의 큰 섬)을 지나는 동안에는 이와지섬에 있는 넓은 논들을 볼 수 있었다. 섬이라서 그런지 시선의 끝이 산이 아니라 논이나 줄지어 선 집들에 닿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이상하게 예전부터 지평선 혹은 수평선을 보는 것이 즐겁게 느껴졌는데 집으로된 지평선을 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와지섬을 지나자 대망의 "아카시해협대교(이하 아카시대교)"를 만나 건너게 되었다. 아카시대교를 건너기 전부터 이와지섬에 있는 대관람차가 눈을 잡아 끌더니 곧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현수교라는 아카시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아카시대교를 건너는 것은 지금까지 다리를 건너는 경험과는 달랐다. 먼저 현수교인만큼 외적으로 멋드러졌다. 그리고 아카시대교 밑을 지나는 수많은 배들을 보면서 해양도시/해양국가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아키시대교 건너편의 대도시였다. 아카시대교의 건너편은 일본에 도착해서 지금까지 거쳐온 어느 도시보다 북적이는 도시였다. 수많은 건물들이 바다 건너보였는데 다리 건너 갑자기 보이는 대도시들은 완전히 새로운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줬다. 괜히 평생을 시코쿠에 살았던 학생이 다리를 건너 도시로 간다면?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다리 건너의 대도시를 바라봤다. (잘은 모르지만 히메지에서 고베로 이어지는 도시들이 아닐까?) 차에 장착해둔 고프로로 이 순간을 촬영하기는 했지만 내가 본 "그걸"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숙소는 아카시대교를 건너 고베의 서쪽 끝에 해안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였다. 주차공간이 좁아 낑낑대며 주차를 한 후에 체크인을 했다. 일본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도미토리 숙소에 묵게되었다. 숙소는 좁았지만(몸을 늬울 침대 정도의 공간만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로비? 레스토랑?으로 쓰고 있는 공용공간의 뷰가 굉장히 멋졌다. 아카시대교를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 투숙객만 쓸 수 있는 프라이빗 비치도 있다고 하니 시간이 되면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은 다른 일정 없이 아카시대교가 보이는 공용 공간에서 다시 한 번 지금까지 여정과 앞으로 계획을 준비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아, 저녁은 로꼬모꼬와 생맥주로 했다. 🌉🌅 Translated by DeepL 決心した通り、のんびりと準備(持参した布団で朝食も済ませた)を済ませ、宿を出ました。四国をそのまま帰ろうかと思いましたが、最後に徳島を楽しんで(?)帰りたいと思い、徳島にある眉山公園に立ち寄ることにしました。
[23.10.23] Day-10 츠루기산/剣山
드디어 오늘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등산을 하는 날이다. Gopro의 배터리도 충분히 충전해두고 인터넷에서 찾은 추천 산행 코스도 충분히 숙지해뒀다. 휴대폰 배터리가 나갈 것을 대비해서 늘 가지고 다니는 미니 노트에 주요 포인트 이름을 적어뒀다. 인터넷에서 찾은 추천 산행코스의 등산 시간이 4시간 30분이라고 적혀있어서 물과 먹을 것도 잔뜩 준비해뒀다. 어제 저녁에 사둔 치킨남방도시락을 데워먹고 집을 나섰다. 츠루기산은 등산로 입구에 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숙소가 있는 츠루기조(剣町)에서 1시간이 조금 넘게 차로 이동해야 츠루기산 등산로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1시간 동안 가야하는 길이 대부분 좁은 산길이었다. 나침반으로 확인해봤을 때 숙소의 해발고도가 40m였는데 등산로 입구가 1400m 정도되니 거의 대부분을 차로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산길을 타고 계속해서 올라가다보니 산골 마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츠루기산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민박을 운영했던 곳들도 보였고 차량정비소 같은 건물도 간간히 보였다. 좁은 산길의 대부분은 차가 하나밖에 지나갈 수 없는 길이었는데 반대쪽에서 차가 나타나면 먼저 길을 비켜주었기 때문에 1시간의 이동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훨씬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니 내심 차상태도 걱정되고 돌아오는 길이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츠루기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자 탁 트여있는 공간에서 지금까지 올라온 산길들이 보였다. 꼬불꼬불한 산길도 볼 수 있었고, 군데군데 단풍이 든 나무들도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아직 빨갛게 물든 정도는 아니었다. 평일(월요일) 아침이라서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등산로 입구와 가장 가까운 주차장은 차가 모두 차있어서 조금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을 준비했다. 츠루기산에는 리프트가 있어서 해발 1700m까지는 쉽게 올라갈 수 있는데 나는 처음부터 쭉 걸어올라가기로 했다. 츠루기산 리프트는 신기하게 생겼는데 안전장비 없이 지하철 의자(?)같은 게 로프에 매달려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발 300m 가까이 올라간다고 해서 타보고 싶긴했지만 돈도 좀 아까웠고 여기까지 올라와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게 아쉬워서 걸어올라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등산은 劔神社(츠루기신사 겠지...?)에서 시작한다. 꽤 높은 계단을 올라 신사건물 우측으로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할 수 있는 등산로가 있었다. 리프트를 옆에 끼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가며 등산을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져 바람막이 안에 후리스도 챙겨왔는데 얼마 올라가지 않아 너무 더워서 후리스를 벗어 가방 안에 넣었다. 일본에 오기 전에 유일하게 검색해본 것이 츠루기산 등산이었기 때문에 영상에서 봤던 파이프 굴이나 작은 신사들을 보고 반가워하면서 등산을 계속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다보니 저 위에 리프트역이 보였다. 리프트역 바로 아래에는 캠핑장으로 보이는 공간이 있었는데 이미 누가 쳐놓은 텐트가 캠핑장에 설치되어 있었다. 리프트역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물을 마셨다. 탁트인 광경을 보면서 한국의 산과 어떤 모습이 다른지 찬찬히 살펴봤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머리산이 꽤 많이 보였다. 아예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고 일정 높이 이상에는 나무가 없고 짧은 대나무로 뒤덮여있었다.(그게 짧은 대나무인지는 츠루기산 정상에 올라가서 알았다.) 군데군데 빨갛게 물든 단풍이 있긴했지만 아직 단풍구경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였다. 숨을 고르고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리프트역을 지나자 확실히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등산로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곤니찌와~하고 먼저 인사를 해주었다. 몇 번 인사를 당한(?) 후로는 내가 먼저 곤니찌와하고 인사를 건내기 시작했다. 좁은 산길을 지나갈 때는 한 사람이 주로 길을 비켜줘야하는데 확실히 일본에서는 훨씬 더 멀리서부터 길을 비켜주는 것 같았다. 너무 멀리서부터 기다리고 있어서 기다리는 줄 모르고 여유롭게 지나가다 죄송하다고 말하고 빠르게 지나간 적도 있을 정도였다. 슬슬 힘들다고 생각이 들 때쯤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생각보다 이르게 도착해서 좀 아쉬울 정도였다. 1시간이 조금 더 걸린 정도였다. 하지만 정산에 대한 감상은 대단했다. 정산은 데크가 올려져있었는데 데크 아래는 올라오면서 봤던 짧은 대나무들이 자리했다. 높은 위치에 데크를 올려놔서인지 진짜 하늘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 멀리 검산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름은 모르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봉우리가 가장 잘 보이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온 음식을 먹었다. 히로시마에서 친구가 챙겨준 모미지만쥬(단풍잎모양의 만쥬!)와 포도 그리고 사과쥬스를 먹으면서 천천히 정상을 즐겼다. 정상에서 구경하던 저 길 아래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보니 정상에서부터 길이 이어져있었다. 내려가는 길은 꽤 가파른데다가 주변에 잡을 것 없이 발목까지 밖에 안오는 짧은 대나무 뿐이어서 내려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저 멀리 표지판이 보여서 표지판까지만 보고와야지하고 내려갔는데 표지판을 보니 리프트역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써있었다.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가고 싶지 않아서 다시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 산을 내려갔다. 한가지 놓친 것은 츠루기산 정상 명판 사진을 못찍었다. 그리고 반대쪽 데크도 가보고 싶었는데 이미 내려가던 중에 그걸 깨달았다. 하지만 우회해서 내려가는 길이 경치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짧은 대나무 밭을 통과하는 잔도를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산의 둘레를 통과하는 길이다보니 저 멀리 다른 산의 모습을 너무 잘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다보니 크고 아름다운(?) 바위가 보여 잠시 멈춰서서 바위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앞으로 가니 방향표지판과 함께 大剣神社(발음을 모르겠다)라는 신사가 있다고 했다. 아마 저 바위 때문에 이 산이 츠루기산(剣山, 검산)이라고 불린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大剣神社를 지나 리프트역에서도 다시 돌아가는 길은 우회로를 이용했다. 내가 올라온 길보다 훨씬 길지만 편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가능하면 여러 길을 모두 경험해보고 싶어 우회로를 선택했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산길이었다. 우회로에서 내려오는 길은 사뿐사뿐(?) 걸으며 주변의 나무와 버섯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내려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빨리내려가고 싶은 모양인지, 아니면 모두 리프트를 타고 돌아갔는지 모르겠지만 내려오는 길은 나밖에 없어서 츠루기산 입구를 충분히 즐기며 내려왔다.
[23.10.22] Day-9 오카야마, 미마/岡山、美馬
오늘은 쿠라시키런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TMI이긴 하지만 달리는 동안 자꾸 바지가 흘러내려 달리는데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난 무카이시마런이 바닷가를 낀 어촌 마을을 뛰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쿠라시키런은 논을 끼고 달리는 익숙한 느낌이었다. 논만 놓고 본다면 우리 시골(충청남도 청양)과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조금 달랐던 점은 우리 시골보다 논두렁 주변의 물길이 시멘트로 발라져 관리되고 있는 것 정도였다. 규모가 더 큰 만큼 더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짧게 3km정도 달리고 돌아와 주인 부부가 챙겨준 아침을 먹고 일찍 숙소를 떠났다. 일본에 온 후 처음으로 1박만하고 떠난 숙소 였는데 그래서 인지 아쉽기도 하고 부부와 충분히 대화를 해보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주인 부부는 이름도 못 물어보고 숙소를 떠나버렸다. 오늘은 오카야마에서 오카야마 성과 고라쿠엔을 구경하고 시코쿠로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오카야마는 쿠라시키와 멀지 않았다. 오카야마 현청에 차를 주차하고 오카야마 성으로 향했다. 오카야마 도서관 주차장은 도서관 이외의 용무로 주차하면 안된다고 써있었지만 현청에는 그런 가이드가 없었으니까 괜찮겠지 뭐! 라고 생각하고 주차하고 오카야마 성으로 향했다. 이번에 일본에 와서 성을 제대로 구경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모지성은 성터만 있었고, 히로시마 성은 산책하면서 외부만 살짝 지나쳐갔을 뿐이었다. 오카야마성은 우조공원(烏城公園) 안에 있었다. 우조(烏城)는 까마귀성이라는 뜻으로 성의 외벽이 까맣게 칠해진 오카야마성의 별명이라고 한다. 따로 공원이 조성되어있는 만큼 보존 상태가 좋은 것 같았다. 우조공원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자 오카야마성이 보였다. 정확히는 해자로 둘러쌓인 우조공원 자체가 오카야마성이고, 오카야마성이라고 부르는(생각했던) 것은 오카야마성의 "천수각"이라고 한다. 오카야마성 주변의 출입문이나 외벽은 희게 칠해져있던데에 반해 오카야마성은 그 별명처럼 외벽이 검게 칠해져있었다. 외벽을 검게 칠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아마 쓰여있었을텐데 내가 읽지 못했을 거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번에는 입장료를 내고 성 안에 들어가 성에 전시된 내용물을 구경하기로 했다. 고라쿠엔과 통합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어서 통합 입장권을 구매하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 안에는 칼과 갑옷, 조총과 같은 사무라이스러운 전시물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었고 오카야마 성의 발전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오카야마성이 전국시대를 거쳐 꽤 중요한 거점이었던 모양이었다. 오카야마성의 성주 주 한 명인 우키다 히데이에는 임진왜란에 참여했던(나중에 찾아보니 행주대첩에서 크게 패배한) 네임드였다고 한다. 가장 아랫층에서는 전쟁에서 닌자의 역할에 대해서 게임으로 풀어낸 공간도 있었다. 역대 오카야마의 성주가 닌자를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듯 했다.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는 사실 어렸을 적 읽었던 "먼나라이웃나라 일본편"에서 읽은 정도가 다였는데 오카야마성에서 유물과 설명(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을 들으니 일본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전쟁에서의 전략과 전술을 크게 다루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일본의 역사에서는 전략과 전술에 대해 꽤 비중있게 다루는 모양이었다. 아마 전쟁이나 전투의 빈도가 우리나라보다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내전보다는 외세의 침입에서 나라를 지켜낸 전쟁의 역사가 많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해본다. 오카야마성을 둘러보고 바로 고라쿠엔으로 향했다. 고라쿠엔은 오카야마성의 성주였던 누군가(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가 자신과 자신의 후손들을 위해 만든 정원이라고 한다. 고라쿠엔의 주변은 키가 큰 나무로 둘러 쌓여있어 고라쿠엔의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대충 사진을 찾아보긴했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정문으로 입장해 나무들을 지나쳐갔을 때는 내가 상상했던 정원과 다른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커다란 크기였는데 정원의 대부분이 잔디로 되어있어서 어디서든 정원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일본식 정원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잔디밭으로 이루어져있는 가운데 연못이라던지 건물이 요소요소에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누가봐도 "만든" 정원의 모습이었다.(어른을 위한 일본풍 텔레토비 동산이라는 느낌도 있었다.) 게다가 나무 뒤에 보이는 까만색 오카야마성의 모습도 정원에서 바라본 풍경에 특별함을 더했다. 정원 이곳 저곳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 고라쿠엔을 산책하듯 둘러봤다.(말차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었다.) 고라쿠엔(後楽園)이라는 이름처럼 그 당시에는 이곳이 낙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고라쿠엔에서는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다음 목적지인 시코쿠로 출발했다. "시코쿠하면 우동"(마루가메제면의 마루가메도 시코쿠에 있다.)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점심은 조금 늦더라도 시코쿠에 이동해서 먹기로했다. 오카야마에서 시코쿠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바다를 건너야했다. 이번에는 이름난 세토대교를 건너 시코쿠를 건너야 했다. 오노미치에서 시코쿠로 건너갈 때는 여러 섬을 지나가야했기 때문에 섬과 섬 사이에서 여러 다리를 건너가야 했는데 이번에는 세토대교라는 커다란 다리 하나를 건너는 것이었다. 특히 세토대교는 위에는 자동차가 아래에는 기차가 지나가는 복합 구조라고해서 흥미로웠다. 일본에 와서 정말 많은 다리를 통해 바다를 건넜지만 바다를 건널 때 마다 속으로 탄성을 지르고 있다. 저 멀리서 커다란 다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한 번, 그리고 다리 위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볼 때 다시 한 번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특히 이번 세토대교는 체감상 10분 이상 달려야하는 긴 다리였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그 놀라움을 즐길 수 있었다. 시코쿠의 우동집은 항상 그렇든 구글 맵에서 골랐다. 처음에 가려고 한 우동가게는 휴일이라서 조금 거리가 있지만 타카마츠시의 리뷰가 많은 우동가게에 가기로 했다. "우동바카이치다이"라는 이름의 우동가게였는데 애매한 시간에 도착했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다. 내 앞에만 15명 정도 있는 것 같았다. 다른 곳으로 갈까도 했지만 멀리왔기도 했고 시간을 놓치면 우동을 먹지 못할 것 같아서 기다려서라도 여기서 우동을 먹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검색해보니 이곳은 "가마버터우동"이라는 메뉴가 특별한 곳이었다. 회전율이 빠른 탓인지 20분정도 기다려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은 셀프 우동 가게라서 기본 우동메뉴를 시키고 원하는 토핑을 추가해서 먹는 것이었다. 마루가메제면이라고 생각하면된다. "가마버터우동"을 시키고 토핑으로 치쿠와(가운데가 뚫려있는 원통 모양의 오뎅)를 추가했다. 가마 버터우동은 일반 우동위에 버터와 날계란 그리고 후추가 뿌려져있는 우동이었다. 먹을 때는 맛있네, 알싸하네, 부드럽네 정도였는데 우동을 먹고 다음 목표로 이동하는 길에 입에 남아있는 버터와 후추향이 자꾸 가마버터우동을 생각나게 했다. 정통 우동의 기본기와 배리에이션을 한 번에 맛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다음 숙소로 이동하기 전에 타카하츠에 있는 고시키다이(五色台, 오색대)에서 세토대교를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꽤 높이 올라가서 고시키다이 전망대 주차장으로 향했는데 의외로 아무것도 없었다. 차 한대가 주차되어있을 분이었고 차에서 나온 가족이 주차장 앞 잔디밭에서 놀고 있었다. 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세토대교를 볼 수는 없었다. 옆을 보니 오래된 폐식당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이름이 전망대인데 이것 밖에 없겠냐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폐식당 옆으로 작은 길이 하나 나있었다. 표지판에 전망대장이라고 써있어서 한 번 들어가보기로 했다. 4시쯤 되서 해가 이제 떨어지고 있는 시간이었고 폐식당이 주는 으스스한 분위기 때문에 조금 무서웠지만 여기까지 온게 아까워서 용기를 내 가보기로 했다. 중간 중간에 표지판은 있었지만 사람의 손이 잘 닿지 않는 길인 것 처럼 보여서 잔뜩 긴장을 한채 전망대장까지 향했다.(뭐라도 튀어나오면 기록할 요량으로 고프로를 손에 꽉 잡고 이동했다.) 전망대장 역시 관리가 되어있지 않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내판을 보니 원래는 전망이 좋은 곳인 것 같았는데 주변 나무 때문에 세토대교를 볼 수 없었다. 다음 숙소는 산을 넘어가야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전망을 포기하고 네비게이션을 따라 숙소로 이동하고 있는데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길이 생각보다 멋졌다. 시코쿠의 북쪽 해안을 따라 중심으로 이동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해안도로를 다시 달려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 멀리 세토대교가 보였다!! 노을지는 하늘과 세토대교를 함께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앞으로 달리니 해안도로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람들이 대포카메라를 들고 세토대교와 노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잘됐다 싶어 해안도로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세토대교와 노을을 바라봤다. 오색대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잘됐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넋놓고 세토대교와 노을을 바라보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마음 속으로 와 멋지다라는 말을 되내일 뿐이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그 모습을 연신 찍었지만 내가 본 그 모습을 담고있지는 못한 것 같아서 맨눈으로 잔뜩 즐기기로 했다.
[23.10.21] Day-8 쿠라시키/倉敷
오노미치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히로시마현을 떠나는 날이다. 나흘간 묵었던 B&B潮風를 떠나려니 기분이 묘했다. 야마구치씨와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많이 들기도 했고 이제 구글 지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동네가 눈에 익기시작했는데 떠나야한다니 허무하기도 했다. 야마구치씨에게도 좋은 기억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공용 거실에 있는 방명록도 작성하고 예비로 가져왔던 자동차 번호판도 선물(?)로 남겨두었다. 진심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시 B&B潮風를 방문하고 싶다. 여유만 된다면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싶을 정도다. 오노미치의 마지막 일정은 우연히 어제 숙소에 도착한 오츠카씨 부부 중 아내분과 함께 하게되었다. 남편 오츠카씨는 오늘 무카이시마와 근처 섬들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내 오츠카씨는 오노미치 근처를 관광하는 스케줄이었는데 내가 오노미치시립미술관에 갈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보였다. 원래부터 미술관을 좋아한다고 했던 아내 오츠카씨는 길치였기 때문에(지도를 읽지 못한다고 한다.) 혹시 자동차를 얻어탈 수 있는지 부탁했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아내 오츠카씨는 69살이다!) 오노미치시립미술관은 센코지 공원(센코지절과 그 주변의 공원)에 자리잡고 있었다. 오노미치시립미술관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이기 때문에 유명하다고 한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 대해서 잘 알고있진 못하지만(성산일출봉에 있는 안도 타다오의 건물과 콘크리트를 좋아한다 정도?) 괜히 시립미술과의 외관을 조금 눈여겨 보게 되었다. 역시 콘크리트와 유리된 외벽이 눈에 띄었다. 시립미술관의 전시는 Landskap(나중에 찾아보니 말레이어로 풍경이라는 뜻이라고 한다.)이라는 이름으로 오노미치의 폐가를 주제로 한 전시였다. 일본 목조 주택의 면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내가 알던 우리 시골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집에 사는 사람과 사람의 친구 고양이(?)의 유골도 전시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일본어를 읽을 수 없어 전시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간간히 오츠카씨의 쉬운 일본어 설명을 들으며 익숙하지 않은 일본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끝까지 관람했다. 오노미치는 고양이 마을로 유명하다고 해서인지 전시 끝의 기념품 가게에서는 고양이와 관련된 물건도 잔뜩 볼 수 있었다. (나는 오노미치에서 고양이를 본 적이 없지만...) 미술관을 나와서 오츠카 씨와 헤어지기 전에 센코지 공원의 전망대에 올라 오노미치 시내를 구경했다. 오노미치 중심지와 내가 지난 나흘을 보낸 무카이시마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오노미치시는 일본에서 "레트로"한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하는데 전망대를 통해 본 오노미치시는 한 눈에 봐도 옛날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오노미치시를 색깔로 표현하라고 하면 오래된 나무의 고동색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그만큼 오래된 목조 건물이 많았다.) 경적을 울리며 오노미치시를 지나가는 화물열차를 보면서 100년 전의 오노미치시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츠카씨와는 전망대 구경까지하고 헤어지기로 했다. 원래 오츠카시는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지도를 읽지 못해 길을 잃을까봐 좀 무서워하셔서 공원 아래의 오노미치 상점가까지는 차로 바래다 드렸다. 한국차를 타고 왔다갔다한 경험이 꽤 재밌었던 모양인지 떠나는 나를 배웅(?)하면서 연신 카메라에 셔터를 누르셨다.(사진은 나중에 오츠카씨에게 메일로 받았다) 오츠카씨와 헤어지고는 오늘 목적지인 쿠라시키로 향했다. 쿠라시키로 가는 길에 잠시 정비(사실 밀린 기록을 정리)하고자 후쿠야마에 있는 스타벅스(주차장이 있고, 인터넷이 있고, 콘센트가 있는 최고의 장소)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구글 지도에서 한적해보이는 스타벅스를 선택했는데 재밌게도 스타벅스 안에 키보드와 기타가 있었고 키보드와 기타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연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익숙하게 드립커피와 먹을 것을 시키고 잠시 앉아있었더니 연주가 시작됐다. 한국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관경이라서 재밌게 보았다. 중간 중간 연주에 실수가 있는 것을 보면 100% 프로는 아닌 모양이었지만 스타벅스의 색깔과 잘 어울리는 연주라고 생각했다.(아는 곡들도 몇곡 연주했는데 제목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연주 중간에 멤버 중에 한 명인듯한 사람이 설문조사를 위한 종이를 나누어주었다. 내용은 크리스마스에 듣고 싶은 곡을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이 멤버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한 번 스타벅스에서 공연을 하는 모양이었다. 연주가 모두 끝나자 설문지를 나눠준 멤버가 다시 설문지를 걷어갔다. 나는 타이타닉 OST라고 적은 종이를 냈다. 쿠라시키로 이동하면서는 점점 논들이 많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지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쿠라시키(倉敷)의 쿠라(倉)가 곳간이라는 뜻이니까 일본의 곡창 지대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쿠라시키에는 4시쯤 되어 도착했는데 이른 노을과 논에서 자라는 벼가 겹쳐 쿠라시키는 노오란 느낌이었다. 쿠라시키에서는 비칸(美観)지구라는 곳을 구경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근처에 차를 세우고 비칸(美観)지구로 향했다. 비칸지구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지 않아서(기대가 적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칸지구는 한 눈에 보기에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시대극에 나올 법한 일본의 옛날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비칸지구를 흐르는 강과 버드나무, 일본의 과거 건물들이 서로 잘어우러져 있는 곳이었다. 교토의 기온을 많이 방문해봤지만 기온이 주는 분위기와는 또 달랐다. 교토가 (내 느낌상) 시대 정치극의 배경 같은 느낌이라면 비칸지구는 시대 로맨스물의 배경 같은 느낌이었다. 비칸지구 안에는 오하라 미술관이라는 그리스 스타일의 미술관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곳은 시간이 부족해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줄지어있는 목조 건물들을 지나 만난 그리스식 석조 미술관의 모습이 신기하게도 그렇게 이질적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을 따라(?) 아이비스퀘어라는 곳에 들어가봤다. 이름처럼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벽과 건물을 휘감고 있는 덩굴줄기들이 잔뜩 보였다. 입구에서 덩굴 정원(?)을 지나자 빨간건물이 보였는데 짧은 일본어로 건물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니 과거 방적소였던 모양이었다. 건물 안에 들어가자 중정(中庭)이 있었는데 중정에서 옥토버페스트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직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커다랗게 들리는 음악소리와 춤추는 호객꾼들(?)의 모습들이 눈에 보였다. 너무너무너무 참여하고 싶었지만 차를 가지고 돌아가야하는터라 맥주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비칸지구를 한바퀴 더 산책하고 쿠라시키역 상점가에서 카레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 마을에 있었다. 주차가 되는 저렴한 숙소를 찾다보니 아무래도 대부분 숙소가 시골에 있었다. 오늘 숙소는 흰백발에 멋드러지게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와 유쾌해보이는 할머니의 집이었다. 도착해서 집에 들어가니 할머니가 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흥미롭게도 김치를 드시고 계셨다. 할머니가 유쾌한 것에 비해 할아버지는 좀 낯을 가리는 것처럼 보였다. 적고 보니 오늘도 꽤 긴 하루를 보냈다.(이제 2주째인데 더 열심히 다녀야할 것 같긴하다.)
[23.10.19~20] Day-6, 7 오노미치/尾道
*여행기를 미루지 않고 작성하는게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23.10.19] 내가 묵고 있는 B&B 潮風는 아침을 준다!!! 숙소의 주인 야마구치(山口)씨가 일본식(밥)이나 서양식(빵) 중에 원하는 타입의 아침을 만들어주시는데 나는 도착한 날 밥을 선택해서 정말 오랜만에(한국에 있을 때 포함) 아침으로 밥을 먹었다. 진정한 의미의 일본 가정식 덕분에 산뜻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야마구치씨가 짚 앞에 빵집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셔서 함께 빵집에가 치킨 샌드위치와 단팥빵, 가게에서 직접 만든 진저에일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금요일까지 이틀간은 일하는 날로 정했기 때문에 오전은 빵과 진저에일과 함께 숙소의 거실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숙소의 바로 옆에 중학교가 있어서 수업소리와 함께 오전 시간을 보냈다. 음악실에서 들리는 음악소리나 운동장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일본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해야할 일을 정리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비소식이 있어서 내일은 밖을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후 시간은 저 멀리 다리를 건너 시코쿠 이마바리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하기로 했다. 오늘 다리를 건너면 혼슈(일본의 본섬)과 시코쿠(혼슈 아래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 3개를 모두 건너볼 수 있기 때문에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루트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오노미치에서의 사흘은 여행에만 시간을 쓸수는 없어서 포기하고 자동차로 눈팅정도 하기로 했다. 시코쿠까지 고속도로를 따라 4개의 섬을 더 건너야 반대편의 이마바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노미치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섬에는 조선소가 굉장히 많았다. 다리를 건너면서 크고 작은 선박을 만들고 있는 조선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널 때 마다 양쪽에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유만 있었다면 나도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체력이 받쳐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바다를 건너 이마바리시에 도착했는데... 예상 외로 출혈이 컸다... 구글 맵으로 톨비를 확인했을 때는 2,500엔 정도 였는데 실제로 내가 내야하는 톨비는 4,600엔 정도가 됐다.(왕복으로 따지면 9만원이 넘는다... 🥲) 시모노세키에서 히로시마로 넘어올 때 3,800엔 정도 톨비가 아까워서 국도로 왔는데(좋은 경험이었지만...) 두배가 넘는 돈을 왕복 2시간이 안되는 거리에 써버린게 속이 쓰렸다. 그래도 멋진 경치를 구경했으니까!! 라고 생각하고 잊기로 했다. 잊기로 했다. 잊기로 했다... 오후에는 바다 건너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다 숙소로 돌아와 다시 남은 일들을 정리했다. 거실에서 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새로운 손님은 후쿠다(福田) 씨라는 74세 할아버지였다. 나이에 맞지 않게 탄탄한 체격과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숙소 주인 야마구치씨가 내가 한국에서 와서 일본 여행 중이라고 이야기하자 후쿠다씨가 한국에 갔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었다. 후쿠다씨가 갔던 한국은 올림픽 전의 80년대 한국이었다. 후쿠다씨가 기억하고 있는 한국, 한국인 그리고 달라진 한국, 한국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생활양식이나 남북관계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후쿠다씨와는 목욕 후에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기로 했다. 이자카야에서 사시미와 함께 일본주를 마시며 후쿠다씨와 남은 이야기를 잔뜩 나누었다. 조금은 취한 후쿠다씨가 처음 봤을 때부터 얼굴이 밝아 나를 좋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해줬다. 내가 그럼 이제 형님(アニキ: 아니키)이라고 부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자 자기는 형님이라고 불리는 건 오버니까 삼촌?(オジキ: 오지상+아니키)라고 부르라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70살이 넘는 할아버지와 이렇게 술마시며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일본의 노인(70대가 노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삶을 살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70살은 잘 모르겠지만 10년 후 나의 아버지가 70살이 되었을 때는 비슷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23.10.20] 오늘 아침은 후쿠다 오지키가 빵으로 정했기 때문에 빵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토스트와 쨈 그리고 베이컨과 오믈렛이 함께 나왔다. 어제먹은 일본식 아침과는 또 다른 정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계란이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믈렛이 나와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을 먹고 후쿠다 오지키가 자신의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줬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쿄(본가)나 시즈오카(개인 집?)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일기예보 한 것처럼 아침부터 바람이 꽤 불고 조금씩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은 숙소에만 있을 생각으로 이른 아침부터 거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쭉 숙소에 있었더니 오늘은 야마구치씨가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고 해서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차를 타고 섬을 벗어나 오노미치 시가지에 있는 중화요리를 먹기로 했다. 오노미치시는 에도시대(17, 19세기)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오래된 도시의 느낌이 물씬 났다. 오래된 목조 건물과 꼬불꼬불한 골목들이 오래된 도시스러웠다. 이치라꾸(一楽)라는 중화요리점에서 야마구치씨는 중화소바(라멘), 나는 탄탄멘 세트(탄탄멘 + 치마키)를 먹었다. 치마키는 대나무 잎으로 싼 주먹밥이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맛있었다.) 라멘을 먹고 잠시 케이크집에 들러 커피와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우리 엄마랑도 이렇게 둘이 돌아다닌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뜬금없이 야마구치씨한테 효도하는 것 같아서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야마구치씨도 아들 얘기를 하면서 아들이랑은 이런 곳 잘 못온다고 하는 걸보면 아들이 어려운 것(?)도 전세계 공통인가보다.
[23.10.18] Day-5 오노미치/尾道
아침에 일어나 료칸에서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고 오노미치로 떠나기로 했다. 이곳 주인과는 처음 체크인할 때부터 거의 이야기한적도 없고 뭔가 응대해주지 않아(?)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체크아웃할까하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스미마셍~"하고 체크아웃을 알렸다. 체크인한 이후로는 처음보는 주인이 짧게(아니, 꽤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체크아웃을 했다. 이 료칸 주인 히사야씨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지금은 40살인 히사야씨는 24살에 일본을 떠나 3년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와 료칸을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 전까지는 료칸과 이베이를 함께 운영하며 꽤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는데 코로나 이후로 료칸도 이베이도 수입이 뚝 끊겨 지금은 인생의 다음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히사야씨가 찾은 다음 먹거리는 부동산과 전기설비였다. 부동산은 료칸과의 합도 좋고 혼자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한다고하고, 전기설비는 점점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인프라들이 전환되고 있지만 점검이라던지 설비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시작한 히사야씨는 촘촘히 계획된 2027년까지의 계획표를 보여줬는데, 2027년까지 부동산과 전기설비 회사를 만들기 위해 따야하는 자격증과 학습 계획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내가 료칸에 묵는 동안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것도 오는 일요일 2023년에 계획한 마지막 시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 자신은 도쿄보다 히로시마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든지 다른 료칸을 400만엔에 사서 3,000만엔에 판다든지하는 히사야씨의 근황을 듣고 료칸을 빠져나왔다. 확신을 가지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에 옮겨가는 모습이 꽤 멋져보였다. 오늘 계획은 진짜 별 것 없다. 일본에 도착한 이후로 가장 단순한 날이다!! 오전에는 오노미치로 이동하고(2시간 정도?) 오후에는 오노미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려고한다. 그 후에 6시에 맞춰 숙소에 체크인하면 오늘 일정은 끝이다. 여행 중이지만 할 것들이 잔뜩 있어서 일하기 좋은 카페를 찾아볼까도 했는데 역시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있기에는 스타벅스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히로시마에서 오노미치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달렸던 곳보다는 새롭지 않은 길이었다. 일본의 자동차 도로에 꽤 익숙해지기도 했고 내륙에 있는 바이패스(자동차 전용도로 비슷한...)로 이동해서 멋진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오노미치에 다다르자 다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혼슈의 남쪽 해안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 탓에 바다를 거의 매일 한 번씩은 보고있긴하지만 산길을 지나 만나는 바다는 항상 반갑다. 스타벅스는 드라이브 쓰루였는데 넓직한 주차장이 함께 있어 여유-롭게 차를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부터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보다 드립커피(한국에서 아이스커피 또는 오늘의 커피)를 선호해서 드립커피를 하나 주문했다. 직원이 영수증을 보여 무언가 설명하기에 들어보니 드립커피를 주문하면 다음 드립커피는 조금 더 싼 가격에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개꿀!!) 드립커피가 아니라 카페미스트를 교차해서 추가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전세계 어딜가도 스타벅스"인 맛에 가기 때문에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할 일을 하던 도중에 갑자기 한국말이 들려 주변을 둘러보니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유니폼에 쓰여져있는 회사이름을 찾아보니 한국의 조선회사에서 오노미치에 출장온 직원들인 것 같았다. 3시가 지나갈 무렵부터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예측)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관찰해보면 서로 화장을 해주고 있는 여고생들도 있었고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도쿄나 오사카, 교토에서 스타벅스를 꽤 많이 가봤지만 이렇게 동네에 있는 스타벅스는 처음이었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한국과 일본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숙소의 주인에게 6시에 도착할 것이라고 이야기해놨기 때문에 5시 30분쯤 스타벅스를 나섰다. 다음 숙소는 오노미치 시에서도 무카이시마라는 섬 안에 있었기 때문에 다시 다리를 건너 이동해야했다. 다리를 건너기 위해 바다 근처로 가자 조선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문열린 공장 안에서는 만들고 있는 배의 모습도 보였고 커다란 배를 만들기 위한 크레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노미치시는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인데 이 섬들을 모두 건너면 시코쿠로 건너갈 수 있다고 한다. (시코쿠는 다음주에 갈 거다!) 퇴근시간인 모양인지 조금 막히긴 했지만 너무 늦지 않게 숙소에 도착했다. 이번 숙소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나올법한 2층짜리 가정집이었다. 1층 공용거실에서 주인 할머니 야마구치씨가 도착하자마자 녹차와 쿠키를 내주었다. 녹차를 마시며 또 조잘조잘 이번 여행 이야기를 풀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살쪘다는 이야기를 제일 좋아하셨다. 이제 살쪄서 무릎도 아프고 달리는 것도 어려워요라는 말에 유난히 빵 터지셨다. 지금까지 이 숙소를 거쳐간 특이한 사람들 이야기도 해주시고 주변에 볼거리나 저녁 먹기 좋은 식당도 소개해주셨다. 저녁은 야마구치씨가 소개해준 라멘을 먹기로 했다. 소개해준 라멘집은 굳은 철문으로 닫혀있어 들어가도 되나 싶었지만 용기를 내 문을 열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불을 끄고 티비를 보고 계셔서 영업 중이냐고 물어보니 영업 중이라고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라멘집은 정말 오래된 가게였다. 촌스러운 벨벳 쇼파에 테이블이 늘어서 있고 바테이블이 있었는데 라멘집이라고 써있지 않았다면 가라오케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뭔가 이 분위기에서는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라멘과 교자, 생맥주를 함께 시켰다. 라멘은 맑은 국물에 차슈가 하나 올라가 있는 기본 라멘이었고 교자는 직접 만든 수제 교자였다. 이곳의 분위기와 너무 잘어울리는 음식이었고 수제 교자가 특히 맛있었다. 라멘집의 주인 아저씨와도 한국에서 왔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곧 들어온 4인 가족 손님과도 일본여행이라던지 한국, 서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상태로 일본에 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초보 수준의 일본어긴 하지만 원하는 말을 듣고 또 할 수 있어서 여행과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더 풍부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라멘집 할아버지에게 근처에 여러곳을 추천받았는데 내일은 세토대교를 건널지 자전거를 타볼지 고민이 된다. 🫠🫠🫠 Translated by DeepL 朝起きて旅館でざっと荷物をまとめて尾道へ向かうことにした。ここの主人とは最初のチェックイン時からほとんど話したこともなく、何か対応してくれないので(?)、話さずにすぐにチェックアウトしようかと思ったのですが、礼儀に反するような気がして「すみませ〜ん」とチェックアウトを告げました。チェックインして以来、初対面のオーナーと短い(いや、かなり長い)会話をしてチェックアウトをした。 この旅館の主人、久弥さんはなかなか面白い人だった。現在40歳のヒサヤさんは、24歳で日本を離れ、3年間世界一周をして帰ってきて旅館を始めたそうです。COVID-19までは旅館とイーベイを一緒に経営し、かなり稼いでいたそうですが、COVID-19以降、旅館もイーベイも収入が途絶え、今は人生の次の食べ物を見つけるために勉強しているそうです。ヒサヤさんが次に見つけたのは、不動産と電気設備でした。不動産は旅館との相性も良く、一人で始められる仕事だと思い始めたそうで、電気設備はどんどん化石燃料から電気へインフラが移行していますが、点検や設備に携わる人の数は減っているのでチャンスがあると考えているそうです。話を始めた久弥さんは、2027年までの綿密に計画された2027年までの計画表を見せたが、2027年までに不動産と電気設備会社を作るために取得しなければならない資格や学習計画がびっしりと書かれていた。私が旅館に泊まっている間、顔を見ることができなかったのも、来る日曜日に2023年に予定している最後の試験があるからだった。 その他、自分は東京より広島の方が似合うとか、他の旅館を400万円で買って3,000万円で売ったとか、ヒサヤさんの近況を聞いて旅館を後にした。確信を持って未来を具体的に計画し、実践に移していく姿がとても素敵に見えた。
[23.10.17] Day-4 히로시마/ 広島
오늘은 히로시마런(?)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혹시 몰라 가방에 런닝화를 들고왔지만 피곤함을 핑계로 런닝을 미뤄오다가 나흘째 아침이 되서야 런닝을 하기로 했다. (당연히) 어떤 코스로 뛰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Strava를 깔아왔는데 드디어 써먹었다. 7시 30분쯤 숙소를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었는데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등교시간이 이른 모양이었다. 흰색과 빨간색 모자를 쓰고 등교를 하는 초등학생들과 삼삼오오 무리지어가는 중학생도 보이고, 자전거를 탄 고등학생들이 줄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5km정도 달렸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아침을 피부로 체험한 것 같아서 재밌었다. 등교하던 아이들은 이 시간에 뛰고 있는 날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던 것 같기도 하다. 런닝으로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한 후에는 어제 실패했던 미야지마에 가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바보 같은데 어제 승용차용 페리가 있는 것을 보고 일단 자동차를 가지고 미야지마 터미널로 향했다. 당당하게 창구에 차를 가지고 미야지마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자 직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관광 온거냐고 미야지마 안에는 주차장이 없다고 말했다. 어쩔수 없이 미야지마 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미야지마로 향하는 페리를 탔다. (주차장도 터미널 주차장 말고 주변에 사설 주차장에 세울 걸 그랬다... 훨씬 싼데...) 10시가 넘어서 탄 페리는 미야지마로 바로가는 것이 아니라 미야지마의 상징인 물 위의 토리이 방향으로 가깝게 지나가는 페리였다. 오래 전부터 이 커다란 토리이를 보고싶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물 위에 떠있는 거대한 토리이가 신비롭게 느껴졌다. 사실 토리이와 이츠쿠시마신사(물 위에 지어진 신사)가 있는 곳은 간조 때는 바닥이 드러날 만큼 얕은 곳에 지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그걸 알고 봐도 멋졌다. 페리에서 본 토리이(영상) 미야지마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는 건 사슴이었다?? 아침을 먹지 않아서 편의점에서 야끼소바빵을 하나 사서 도착하자마자 선착장 근처의 벤치에 앉아 먹었는데 저기 멀리서 사람들과 놀고 있던 사슴이 내게 다가와 미친듯이 내 소중한 식량을 빼앗으려 했다.(아쉽게도 이 장면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지 못했다.) 처음엔 다리로 열심히 밀어내다가 커다란 뿔에 다칠수도 있겠다 싶어서 자리를 빠져나왔다. 사슴에게 진 것 같아서 분하긴 했다. 미야지마에는 수학여행온 학생들과 단체 관광객이 많아서 현지 가이드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30% 정도 밖에 못알아듣긴 했지만 일본인 가이드의 이야기를 엿들어가며 이츠쿠시마신사로 이동했다. 미야지마는 일본3경 중에 하나인데 가이드에게 듣기로는(더블체크가 필요하지만) 토리이와 신사 때문이 아니라 바다와 소나무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2경은 마쓰시마의 어딘가와 교토의 어딘가라고 했다. 이번 2개월 간의 여행에서 혹시 들를 수 있다면 들러봐야겠다. 이츠쿠시마신사에 대한 내 평가는 "와 이거 안 숭배하고 배겨?" 였다. 날씨가 좋았던 탓도 있었겠지만 물 위에 지어진 거대한 토리를 신사 안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고 신사 자체도 물위에 떠있어서 용궁같은 느낌을 줬다. (실제로 용궁을 본따 만든 건 시모노세키에서 본 아카마신궁이지만...) 신토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신사 방문한 일본인들이 어떤 마음인지 무엇을 위해 기도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곳을 신성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도 더러 신토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버렸다. 이츠쿠시마신사 말고도 미야지마에는 신사와 절이 엄청나게 많았다. 잠시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로는 미야지마의 생김새가 천국과 같아서 신사와 절을 많이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야지마 안을 돌아다니는 내내 주변에서 석탑들을 계속 볼 수 있었고 조금만 걷다 눈을 돌려보면 크고 작은 신사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일본어가 짧아, 심지어 대부분 멋지게 쓴 한문으로 쓰여있었기 때문에 어떤 신사인지는 알 수 없어서 아쉬웠다. 나는 미야지마를 관광을 위해 조성된 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야지마에 사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페리에 차를 태울 수 있었겠지만...) 미야지마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미야지마를 떠나면서 일본에서의 첫 기념품을 샀다. 노스페이스스러운 디자인에 The North Face가 아닌 The Shikano Face라고 쓰여져있고 사슴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다.(Shika가 일본어로 사슴이다.) 미야지마에서 처음 만난 사슴놈(!!!)이 생각나기도 하고 원래부터 노스페이스 티쳐츠가 많으니 좋은 기념품이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오늘은 미국에서 어학연수할 때 만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린 걸 보고 고맙게도 먼저 연락을 해줘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했는데 친절하게도 히로시마 원폭돔과 평화공원 근처를 소개해주겠다고했다. 히로시마 중심지 근처는 주차비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통해 이동하기로 했다. 운전을 하며 자주 만났던 노상전차 히로덴 정류장이 숙소 근처에 있어 히로덴을 타고 이동했다. 처음엔 막연히 지하철 역같은 것일거라고 생각해서 아무런 준비없이 갔는데 히로덴은 지하철보다는 버스에 가까운 개념이었다. 역이라고는 부르지만 개찰구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교통카드를 가진 사람들은 그냥 오는 전철에 탑승하면 끝이었다. 문제는 내게 교통카드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전철이 오기전까지 역 주변을 둘러보자 "현금을 내는 사람은 이 티켓을 뽑으세요"라는 문구를 발견하고 티켓을 뽑아 챙겼다. 티켓이라고 해봤자 내가 어디서 탔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역의 도장이 찍혀있는 것 뿐이었다. 내릴 때는 티켓을 내면서 현금을 내면 오케이였다. (딱 맞게 220엔을 내면 됐는데, 300엔을 내려고하니 기관사 아저씨가 기겁을 하며 나를 말렸다) 친구보다 조금 일찍 원폭 돔에 도착하여 원폭돔을 둘러봤다. 원폭돔 근처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특히 원폭돔 앞에는 다시 피해자를 위한 물이 놓여져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원자폭탄이 폭발했을 때 그 불길과 열기에 많은 사람들이 물을 찾고 심지어 강으로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그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원폭돔은 반정도 날아가긴 했지만 형태는 꽤 잘 유지하고 있었다. 원자폭탄이 머리 위(상공 600m)에서 터진 탓에 그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원폭돔 주변의 가이드들은 원폭돔의 보존이 다시는 전쟁에 원자폭탄이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계속해서 설명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으로 조금만 나가보면 사사키 사다코 상이 있다. 사사키 사다코의 이야기는 어렸을 때(초등학생 때인가 중학생 때)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원자폭탄에서는 살아남았지만 그 여파로 백혈병에 걸려 병을 극복하기 위해 종이학을 접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난 소녀의 이야기이다.
[23.10.16] Day-3 시모노세키에서 히로시마까지/下関から広島まで
시모노세키에서 마지막 날이자 히로시마로 이동하기로 한 날이다. 시모노세키를 떠나기 전에 어제 시라이시씨에게 추천 받은 츠노시마(角島)라는 곳을 들르기로 했다. 츠노시마는 내가 어제까지 돌아다녔던 곳보다 20분 정도 더 북쪽에 있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츠노시마에 도착하기 전부터 츠노시마로 향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도로는 좌측통행이고 한국에서 가져간 내 차의 핸들은 왼쪽에 있다. 무슨 뜻이냐면 해안도로를 달릴 때 바다를 바로 옆에서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시모노세키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는 완충공간 없이 바로 울타리너머가 바다로 이어지는 낭떠러지였다. 무섭기보다는 탁트인 바다를 눈 앞에 두고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즐거웠다. 해안도로를 따라서는 몇시간이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안도로가 끝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츠노시마까지 이어지는 츠노시마 대교가 눈에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섬과 섬까지 이어지는 길고 얇은(?) 츠노시마 대교를 건너는 것은 해안도로를 달릴 때와는 또 다른 해방감이 있었다. 운전하면서 주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츠노시마 안에서는 가장 끝에 있는 츠노시마 등대로 향했다. 지도 상에서 츠노시마 등대는 한반도를 향해있었는데 저 멀리 부산이라도 보일까 싶었다.(농담) 츠노시마 등대에서의 풍경도 너무 좋았다. 좋았다라는 말 말고 해방감이나 감동을 잘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아쉬웠다. 등대 주변 공원을 둘러보고 등대에 직접 올라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등대로 올라가는 계단은 한 사람이 간신히 올라갈 수 있는 정도로 좁았다. 등대 위에서도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 내려왔다. 시모노세키의 해변에는 수리가 굉장히 많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활강하지 않고 제 자리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먹이를 찾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츠노시마를 둘러본 후에는 드디어 시모노세키를 떠나 히로시마로 향했다. 힘들게 자동차까지 끌고왔는데 고속도로를 타면 가는 길이 즐겁지 않을 것 같았고 일본의 톨비가 생각보다 비싸(히로시마까지 3,980엔이었던가..?)서 국도를 통해 히로시마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보다 2배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4시간 40분 정도 운전해야했다.) 이번 여행의 컨셉에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국도 운전은 해안도로 운전과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꼬불꼬불한 일본의 산길을 지나가기도 하고, 일본의 시골 마을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의 일본 여행은 관광 느낌이었다면 국도를 운전하는 것은 여행의 느낌이 들었다. (Sightseeing과 Raodtrip의 차이랄까...?) 오늘은 따로 식사를 하지 못해 한국에서 가져온 누룽지를 야금야금 씹어가며 계속해서 운전했다. 계속해서 가다보면 휴게소나 드라이브인 식당이 있을 것 같았는데 절반쯤 갈 때까지 따로 식당은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몇군데 발견했는데 일본어를 읽는 속도가 느려서 이미 식당을 지나친 후 그게 식당인줄 알아챘다. 잠시 휴식도 하고 점심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해서 트럭이 잔뜩 세워져있는 Lawson에 나도 차를 세웠다. 원래 계획은 편의점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편의점에서 식사하는 것이 금지된 모양이었다. 차 안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카츠카레를 사서 데운 후 차로 이동했다. 편의점에서 산 카츠카레는 돈까스는 조금 눅눅해졌지만 카레만큼은 한국의 카레가게 만큼 맛있었다.(현지 보정이 좀 있을 수 있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 Lawson의 도시락 시리즈를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2시간 반 정도를 더 운전하니 저 멀리 바다를 끼고 히로시마가 보였다. 확실히 주변에 집들이 많아졌다. 저 멀리 공장들도 많이 보이는 걸 보니 확실히 일본의 큰 도시 중 하나인 것 같다. 또 히로시마에 들어오니 철도 건널목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히로덴이라고 부르는 노상전철이 때문이었는데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리는 전철이라서 시내에서도 철도 건널목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지도를 보니 히로시마에서 꼭 가보고싶었던 미야지마(이츠쿠시마 신사)가 보여 목적지를 수정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분명 구글 지도에서는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미야지마 터미널에 도착해보니 미야지마까지는 페리를 타고 이동해야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어 주변에 주차하고 배를 타고 들어갈 수도, 페리에 차를 싣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아쉽지만 저 멀리 보이는 이츠쿠시마의 토리이(물 위에 있는 엄청나게 큰 토리이)를 뒤로 하고 숙소로 바로 향했다. 히로시마의 숙소는 흔한 동네에 있는 오래된 료칸이었다. 흔히 관광으로 가는 료칸(노천탕이 딸려있는 고오급의?)과는 달리 오래된 일본식 주택에 방 한칸을 내주는 식이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료칸 안에 아무도 없어 근처에 아무렇게나 차를 세우고 저녁을 먹으러갔다. 저녁은 중화요리집에서 중식 도시락(중화벤또)를 사왔다. 사실은 제대로 앉아서 중화요리를 먹고 싶었는데 벤또는 테이크아웃만 된다는 걸 벤또를 주문한 이후에 알아버렸다. 숙소로 돌아오자 주인이 돌아와있었다. 그 동안 모아놓은 빨래를 돌리고, 샤워한 후 중화벤또를 먹었다. 오늘 나 쫌 일본 사람 같은데?라고 혼자 생각했다. 뿌듯했다. 내일은 오늘 실패한(?) 미야지마부터 들러봐야겠다. 🌊⛩️🌊 Translated by DeepL 下関での最後の日、広島に移動することになった。下関を離れる前に、昨日白石さんに勧められていた角島というところに立ち寄ることにした。角島は私が昨日まで回っていた場所より20分くらい北にありました。車に乗って移動するとき、角島に到着する前から角島に向かえばよかったと思いました。日本の道路は左側通行で、韓国から持ってきた私の車のハンドルは左側にあります。どういうことかというと、海岸道路を走るときに海をすぐそばで楽しめるということです。下関から北に向かう海岸道路は、緩衝空間がなく、柵の向こうが海に続く崖でした。怖いというよりは、目の前に広がる海を見ながら走れるのがとても楽しかった。海岸道路を走れば何時間でも走れそうでした。 海岸道路が終わるのが惜しいと思う頃、角島まで続く角島大橋が見えてきた。遠くに見える大きな島と島まで続く細長い(?)対馬大橋を渡るのは、海岸道路を走る時とはまた違った解放感がありました。運転しながら周りの写真を撮れないのがとても残念でした。対馬の中では一番奥にある対馬灯台に向かった。地図上、津野島灯台は半島に面していましたが、遠く釜山でも見えるかと思いました(笑)角島灯台からの景色もとても良かったです。 良かったという言葉以外に、解放感や感動をうまく表現したいのですが、表現する方法がなくて残念でした。 灯台周辺の公園を見学し、灯台に直接登って周辺の風景を見ました。 灯台に上がる階段は一人でやっと登れるくらい狭かったです。 灯台の上でもずっと海を眺めて下りてきました。下関の浜辺には、修理がとても多かった。風が強いせいか、滑空せずにその場で羽を広げて餌を探す姿がよく見られました。
[23.10.15] Day-2 시모노세키 토요우라초/下関市豊浦町
일본에서 첫날 밤을 지내고 눈을 떴다. 어제 다짐(?)한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대-충 바람막이 하나를 걸쳐 입고 어제 시라이시씨가 이야기해준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에 가는 길에는 정말 오래되 보이는 일본의 시골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나무로 만든 주택이 많아서인지 관리가 되지 않아 썩어가는 집도 있고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는 집도 있었다. 우체통에 "毎日ありがとう(매일 감사합니다.)"라고 붙여둔 어떤 집이 기억에 남는다. 골목길을 따라 1km 정도 걸어들어가자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마을의 바닷가는 해변은 없고 파도를 막기 위한 커다란 방파벽(?)과 테트라포드가 잔뜩 세워져있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방파벽을 따라 바다를 걷는 것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내가 왜 일본 여행을 시작했고 이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다시 한 번 곱씹게 되었다.(정답이 나온 것은 아니다.) 걷다보니 방파벽이 사라져 바다를 바라보면서 계속 걸어나갔다. 이번에는 뜬금없이 작은 석탑을 두개 만났다. 뭔가 의미가 있는 석탑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석탑을 사이에 두고 바다의 반대편 100m 뒤에 돌로 된 토리이가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더 멀리는 신사가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어제 본 "아카마 신궁"부터 시작해서 바다를 경외시하는 마음과 그 경외감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멋지다고 생각했다.(한국의 바닷가에 있는 많은 절들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것 같다.) 오늘은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다. 조용한 카페에 가서 다음 계획과 필요한 것들을 점검하고 싶었다. 일단은 차에 앉아 내 친구 구글맵을 켜고 다짜고짜 카페를 검색했다. 시골 지역이라 그런지 주변에 카페가 많지는 않았다. 바닷가가 보이는 Sig-co라는 카페에 가기로 결정하고 움직였다. 일본에서의 운전은 하루만에 꽤 많이 익숙해져 운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운전을 시작할 때 머릿속으로 "왼쪽, 왼쪽"을 서너번 되뇌인 후 운전을 시작한다. Sig-co라는 카페에 가기 위해서는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했는데 아침에 달리는 도로는 어제 저녁에 달린 도로와또 다른 느낌이었다. 여전히 하늘이 맑고 구름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Sig-co는 해변가 공원의 건너편에 있는 카페였다. 비교적 새로 만든 카페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토요우라초(이 근처)에서 만난 건물들 중에 가장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 서핑보드와 스케이트보드를 오브제로 둔 한국에서도 만날법한 카페였다. 특이한 점은 주변에 카페가 이 곳 하나 뿐이라는 것!! Sig-co에서는 1일차와 2일차의 여정을 정리하고 다음 일주일의 숙소에 대해서 찾아봤다. 여정을 정리하는데 꽤 시간을 많이 쓰게되어 금방 3시간이 지났다. 카페에서 나와 건너편에 있는 해변가 공원을 둘러봤다. 공원이라기보다는 공터에 가까웠는데 한쪽 모서리에 정자와 벤치들이 있고 중앙은 넓은 공터로 되어있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친구들의 가족모임으로 보이는 인원이 (아마) 나베파티를 하고 있었다. 나도 해본 적은 없지만 방송에서 파라솔을 쳐두고 좋아하는 재료를 사다가 나베를 해먹는 장면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모습과 똑같았다. 여전히 바다와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여기에서 노을을 보면 좋을 것 같아 저녁에 다시 돌아와 노을을 보기로 했다. 점심을 먹기도 저녁을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 되어 이번엔 TENのてしごと라는 카페에서 대충 요기를 하기로 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てしごと: 손으로 하는 일) 직접 재배한 재료로 만든 빵과 음료를 파는 곳이다. 음식을 팔 뿐만 아니라 목공예품이나 인테리어도 직접 하는 모양이었다. 한국 번호판이 있는 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들어가자 점원이 어디에서 오셨냐며 친절하게 맞이해주었다. TENのてしごと는 넓진 않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사과주스와 대파 시라소 치즈 프레즐(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을 시켰는데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사이드 메뉴로 나온 시오링고(사과 소금 절임?)와 파마산 치즈가 뿌려진 샐러드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프레즐도 두말할 나위없이 맛있었다. 다음에 시모노세키에 다시 온다면 꼭 한 번 더 와서 다른 메뉴도 먹어봐야지라고 생각했다. 계산을 하고 나가는 길에는 주인 아주머니가 자신의 딸도 한국에서 댄스 유학을 한 적이 있다며 한국에 대해 여러가지를 물어보셨다. 내 여행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더니 겨울이 되면 일본 북쪽에는 눈이 미친듯이 많이 온다며 조심해야한다고 말해주셨다. (간단하게 루트도 짜주셨다!!) 차를 타고 나가려는데 아주머니가 달려나와 선물로 쿠키를 하나 주셨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음은 편의점에서 마실 것과 방울토마토(괜히 비타민이 부족해진 느낌이라서...)를 사서 노을이 예뻣던 해변 공원으로 향했다. 다시 가려고 지도를 켜니 그 공원의 이름이 海の綺麗な浜(바다의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초직관적인 이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해변에 도착하니 슬슬 노을이 지려는 모양인지 해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해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여행 전 친구(이자 동료 슬찬)에게 선물받은 캠핑 의자를 꺼내 설치했다. 편의점에서 사온 녹차와 방울토마토를 까먹으며 천천히 노을이 지는 것을 기다렸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너무 멋졌다. 아쉽게도 수평선 위에 구름이 많아 바다가 해를 삼키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구름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태양과 빨간 하늘의 모습도 충분히 멋졌다. 여의도 불꽃 축제를 집에서 귀로 듣는 느낌(?)과 비슷했다. 낮부터 바람은 계속해서 많이 불고 있어서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수평선 너머에서 끝도 없이 구름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와 진짜 지구 둥그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뜬금없이 이 구름 그럼 지금 한국 지나서 온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해변에 혼자 앉아 바다를 구경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이 많은데(사실 뭘 해야할지부터도 고민해봐야하는데)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즐겁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두 달여 간의 여정 중에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서인지 이 여정에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가. 현실감을 잊게되는 것 같다. 물론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하지만 지금은 이 순간에 충실해야겠다. 행복은 뭐지? 삶은 뭐지? 성장은 뭐지?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몰려오는데 손에 쥐고있는 노트의 글씨도 보이지 않게되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숙소로 돌아가자 시라이시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맥주 한 잔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시라이시 부부와 막내 아들과 함께 볶음밥, 단호박 부침과 함께 맥주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 가기 위해 시모노세키로 돌아올 때 다시 한 번 이 곳에 들르기로 약속했다.
[23.10.14] Day-1 시모노세키/下関
*이것도 Day-2에 업로드함 생각보다 배에서 단잠을 잤다. 혹시 몰라산 멀미약을 먹지 않았지만 개-운 그 자체였다. 일어나서는 여객선에 있는 목욕탕에서 샤워도 하고, 미리 사둔 조식 쿠폰으로 조식(미역국이 나왔는데 맛있었다.)도 먹었다. 조식을 먹고나니 6시50분쯤되어 밖이 이미 밝았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과 일본어들을 보니 배를 타고 일본에 넘어온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여러번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가봤지만 배에서 만나는 일본은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차량과 함께 배를 탄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까지 어제 차를 이동시켜둔 곳으로 이동해야했다. 차로 내려가서는 배에서 내리기 전에 한국에서 준비한 차량 준비물을 부착했다. 일본에서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타원형의 "ROK" 스티커와 앞 A4용지로 출력한 번호판 2개(대시보드에 올려놓기용과 뒷번호판 대신 부착용)가 필요해서 부산으로 이동하기 전에 준비했다. 뒷번호판은 A4용지로 부착해도 된다고 하지만 2달정도 일본에 있을텐데 멋져보이고(?) 싶어서 한국 번호판과 같은 사이즈의 번호판을 출력하여 차에 직접 부착했다. 대충 이렇게 붙임!! 어디선가 들었는데 기존 차량 번호판을 가리면 안된다고 한다. 기존 국가 번호판을 보조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번호판도 보여야한다고. 시간이 되자 일본 담당자를 따라 차를 배에서 내려 터미널 주차장 같은 공간(차량 입국장?)으로 이동했다. 처음 배에서 내려 일본 땅을 밟을 때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차량 수속은 걱정했던 것에 비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담당자 안내에 따라 잠시 일반 승객들과 합류하여 입국 수속을 한 후 다시 돌아와 보험 가입과 통관 수속을 하면 끝이었다. 일시수출입을 안내 받을 때 차량을 비워둬야한다는 말을 들어서 굳이 차를 비워뒀었는데 그렇진 않았던 모양이다. 차량수속을 하며 얼굴을 익힌 바이크 형들과 한국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본 아저씨(일본 아저씨와는 통관수속을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더 친해졌다.)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터미널을 떠났다. 드디어 일본 도로에 첫 발? 아니 바퀴를 디뎠다. 일본에서의 운전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너무 오랜만 + 반대 핸들이었기 때문에 잔뜩 쫄아있는채로 운전을 시작했다. 처음 30분은 운전 연습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다른 차들을 따라다녔다. 아 좌회전 이렇게~ 우회전 이렇게~ 하면서 감을 익혔다.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도로로 나온 느낌이었다. 일본에서의 운전이 익숙해질 때 쯤 시모노세키 체육관에 잠시 차를 세웠다. 목적이 있던 것은 아니고 주차가 가능한 넓은 공간인 것 같아서 다짜고짜 차를 세웠다. 시모노세키 체육관에선 간단히 운전에 필요한 짐을 정리하고(충전기를 준비하고 입국할 때 준비한 서류를 정리했다.) 다음 목적지를 찾기 위해 구글 지도를 켰다. 연습 운전을 하면서 눈여겨 본 히노야마 공원에 가기로 했다. 눈대중으로 보니 근처에서 가장 높은 곳인 것 같아서 시모노세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여행의 첫 목적지가 된 히노야마 공원은 역시 시모노세키 시내와 칸몬교(관문교) 그리고 칸몬교 건너편의 기타큐슈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예전에는 일본 육군의 포대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일본어가 짧아 정확히 어느시기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에게 중요한 고지였던 것 같다. 지금은 포대 자리에 피크닉을 할 수 있는 테이블들과 놀이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히노야마 공원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가라토 시장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시모노세키로 이동 전 유일하게 검색을 통해 알고 있던 곳이었다. 가라토 시장에서는 주말에 스시 좌판(?)이 열려 원하는 스시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사람들이 어디서 어떤 스시를 사는지 한참을 관찰하다 나도 참치 전문(?)으로 보이는 집에서 참치 초밥 잔뜩과 방어 초밥, 그리고 계란 초밥을 샀다. 시모노세키는 복어가 유명하다고 하니 복어 회도 한접시 샀다. 가라토 시장 2층의 실내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거나 시장 밖의 데크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나도 자판기에서 녹차 한 병을 사서 시장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바닥에 앉아 시장에서 산 스시와 해산물들을 먹고 있었다. 커플과 가족, 동아리로 보이는 무리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데크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피어39 같은 느낌과 보스턴 첼시마켓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초밥과 회를 모두 해치우고 잠시 가라토 시장 주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가라토시장 근처에는 아카마 신궁이라는 신사가 있다. 둘러보기 전에 슬쩍 검색해보니 조선시대에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도착하여 처음 묵은 곳이라고 한다. 아카마 신궁은 용궁에 있는 신사를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한다. 잘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겐페이 전쟁 중에 안토쿠 천황이 일본의 삼신기를 안은채 바다로 뛰어내렸다고 하는데 아카마 신궁은 그 안토쿠 천황을 모신 곳이라고 한다. 아카마 신궁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곳은 신사 왼쪽으로 돌아들어가면 있는 호이치당과 무사들의 무덤이었다. (참고: 귀없는 호이치 - 나무위키) 귀없는 승려 호이치상과 무사들의 무덤을 보면서 오래된 이야기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진짜 있던 일이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라토시장 옆에 있는 "카몬와프"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저 멀리 보이는 칸몬대교를 직접 한 번 건너보기로 했다. 다시 구글 지도를 켜 근처를 살펴보니 다리 건너 세계평화파고다라는 눈을 사로잡는 장소가 있어 일단 가보기로 했다. 칸몬대교를 건너기 위해서 처음으로 일본의 고속도로를 탔다. 핸들이 좌측에 있어서 톨게이트를 어떻게 지나가야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반대쪽 핸들을 위한 티켓 발급기가 있어 쉽게 톨게이트를 지나갈 수 있었다. 칸몬대교는 생각보다 길지는 않았다. 칸몬대교를 지나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세계평화파고다 근처의 주차장에는 차를 세워놓고 차 안에서 낮잠을 자는 사람이 많았다. 세계평화파고다는 진짜 묘하게 생긴 건물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죽은 사람들을 위해 세워진 사원이라고 한다. 세계평화파고다는 미얀마식 불교사원이라고 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봤던 어떤 사원과도 달랐다. 세계평화파고다의 첨탑 모양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스테인드 글라스로 만들어진 공작과 싯다르타 그림들이 함께 있었다. 내가 상상하던 불교 사원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드나드는 사람이나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종교 시설은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합장을 하고 간단히 반배를 하고 세계평화파고다와는 안녕했다.
[23.10.13] Day-0 부산/釜山
*사실 Day-2에 업로드함 2개월의 일본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꽤 많은 것들을 미루고 가는 여행인데, 이걸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무엇을 미루고 있는지는 다음에 또 적어봐야지. 오랫동안 막연히 하고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차를 타고 일본을 길게 여행하는 것"이다. 계기는 진짜 단순했다. '기사단장죽이기'라는 무라카미하루키의 소설의 첫 장면에서 주인공이 이혼당한 후 차를 타고 일본의 지방 도로를 몇일이고 운전하는데(내용이 정확하진 않다.) 그냥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언젠간 꼭 해봐야지 했던 "차를 타고 일본을 길게 여행하는 것"을 이번에 하게 되었다. 나는 서울에 살고, 일본으로 떠나지만 이번 여정은 부산에서 시작한다.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언젠가 하고싶은 일본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일시수출입제도"를 소개해줬다. 한국에서 내 차를 가지고 일본을 여행할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 도로도 반대고 핸들 방향도 반대지만 한국에 수입된 영국이나 일본 차들도 종종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청과 면허시험장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기도하고 직접 작성하기도하면서 배편을 예약하고 드디어 오늘 부산에 왔다. 배에 차를 실어본 적도 배를 타고 해외에 가본적도 없었기 때문에 설레고 새로웠다. 일본에 나가는 배에 차를 태우는 여정이 짧지는 않았다. 2시 반쯤 승선 수속을하고 3시에 차량(다른 사람들은 주로 오토바이였다.)을 타고가는 사람들과 모여 준비한 서류도 전달하고 먼저 항만에 차량을 이동시켰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내심 승선을 거절 당하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됐다. 하지만 배에 차를 싣는 과정은 생각보다도 더 어렵지 않았다. 상상 속의 승선 수속은 대기업의 압박면접 같은 것이었는데 사실은 알바 면접 같은 것이었다.물론 아직 시모노세키에서 뭔가 더 해야하니까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일반 승객들과 함께 탑승 수속을 하고 차량을 배에 실을 사람들은 따로 모여 먼저 이동시킨 차량을 배에 실었다. 국제여객선의 화물칸은 상상을 초월했다. 비행기 짐칸의 커다란 버전 정도로 생각했는데 컨테이너부터 트레일러까지 안들어가는 게 없었고, 그 크기도 상상을 초월했다. 서든어택에 나오는 웨어하우스 정도 사이즈는 되는 것 같다. 해운 사업에 대한 경외심이 생겼다. 차까지 배에 실은 후에는 배가 출항할 때까지 여객선을 이곳저곳 구경했다. 9시에 출발인데 7시도 되기 전부터 술자리를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고, 고수?로 보이는 사람들은 이불부터 깔고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그 외에 여객선 안에 식당, 노래방, 오락실, 자유공간(멀티홀이라고 부르는)에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도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9시가 되니 선내 방송으로 출항을 알리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큰 배를 처음 타봤기 때문에 배가 항구에서 빠져나와 항해를 시작하는 모습을 꼭 눈에 담고 싶었다. 출항시간이 늦어 선명한 바다를 볼 수 없었지만 부산 야경을 배경으로 이 커다란 배가 움직이는 모습은 생각보다 더 멋졌다. 여객선은 천천히 T턴을 하며 기수를 일본 방향으로 돌리고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가 항구를 떠나기 시작하니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항구를 지켜주는 방파제, 선박들의 길이 되주는 등대, 항구를 떠나 어디론가 떠나는 다른 배들. 처음엔 그냥 커다란 배가 움직이는 걸 보고싶었는데 내가 타고 있는 배보다 배 주변의 것들이 묘한 감동을 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모르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갑판에 나온 사람들이 모두 들어간 이후에도 한참동안 갑판에 남아 주변을 바라봤다. 선두(맞는 표현인가?)에서 배가 이동하는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엄청나게 큰 해방감을 주었다. 어둡긴 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과 가끔 보이는 불빛을 보며 바다의 거대함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벅찬 마음으로 선내로 들어왔는데 사실 내일이 걱정이다. 내일 아침에 시모노세키 터미널에 도착한 이후에 계획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난 시모노세키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시모노세키 조약" 정도...? 당연히 배 안에서 Wifi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승무원에게 따로 인터넷이 지원되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는게 목표였긴했다. 이렇게 정처없을지는 몰랐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한 번 더 갑판에 나가봐야지!! Translated by DeepL 2ヶ月の日本旅行に行くことにした。 かなり多くのことを先延ばしにして行く旅行だが、これを旅行と呼べるのかどうかよくわからない。何を先延ばしにしているのかはまた今度書くことにしよう。ずっと前から漠然とやりたいことがあった。それは「車に乗って日本を長く旅すること」だ。きっかけは本当に単純だった。騎士団長殺し」という村上春樹の小説の最初のシーンで、主人公が離婚した後、車で日本の地方を何日も何日も運転しているのを見て(内容は正確ではない。)、私もやってみたいと思った。 それ以来、いつか必ずやってみようと思っていた"車で日本を縦断すること"を今回実現することになっ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