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9~20] Day-6, 7 오노미치/尾道
*여행기를 미루지 않고 작성하는게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23.10.19] 내가 묵고 있는 B&B 潮風는 아침을 준다!!! 숙소의 주인 야마구치(山口)씨가 일본식(밥)이나 서양식(빵) 중에 원하는 타입의 아침을 만들어주시는데 나는 도착한 날 밥을 선택해서 정말 오랜만에(한국에 있을 때 포함) 아침으로 밥을 먹었다. 진정한 의미의 일본 가정식 덕분에 산뜻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야마구치씨가 짚 앞에 빵집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셔서 함께 빵집에가 치킨 샌드위치와 단팥빵, 가게에서 직접 만든 진저에일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금요일까지 이틀간은 일하는 날로 정했기 때문에 오전은 빵과 진저에일과 함께 숙소의 거실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숙소의 바로 옆에 중학교가 있어서 수업소리와 함께 오전 시간을 보냈다. 음악실에서 들리는 음악소리나 운동장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일본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해야할 일을 정리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비소식이 있어서 내일은 밖을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후 시간은 저 멀리 다리를 건너 시코쿠 이마바리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하기로 했다. 오늘 다리를 건너면 혼슈(일본의 본섬)과 시코쿠(혼슈 아래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 3개를 모두 건너볼 수 있기 때문에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루트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오노미치에서의 사흘은 여행에만 시간을 쓸수는 없어서 포기하고 자동차로 눈팅정도 하기로 했다. 시코쿠까지 고속도로를 따라 4개의 섬을 더 건너야 반대편의 이마바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노미치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섬에는 조선소가 굉장히 많았다. 다리를 건너면서 크고 작은 선박을 만들고 있는 조선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널 때 마다 양쪽에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유만 있었다면 나도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체력이 받쳐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바다를 건너 이마바리시에 도착했는데... 예상 외로 출혈이 컸다... 구글 맵으로 톨비를 확인했을 때는 2,500엔 정도 였는데 실제로 내가 내야하는 톨비는 4,600엔 정도가 됐다.(왕복으로 따지면 9만원이 넘는다... 🥲) 시모노세키에서 히로시마로 넘어올 때 3,800엔 정도 톨비가 아까워서 국도로 왔는데(좋은 경험이었지만...) 두배가 넘는 돈을 왕복 2시간이 안되는 거리에 써버린게 속이 쓰렸다. 그래도 멋진 경치를 구경했으니까!! 라고 생각하고 잊기로 했다. 잊기로 했다. 잊기로 했다... 오후에는 바다 건너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다 숙소로 돌아와 다시 남은 일들을 정리했다. 거실에서 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새로운 손님은 후쿠다(福田) 씨라는 74세 할아버지였다. 나이에 맞지 않게 탄탄한 체격과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숙소 주인 야마구치씨가 내가 한국에서 와서 일본 여행 중이라고 이야기하자 후쿠다씨가 한국에 갔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었다. 후쿠다씨가 갔던 한국은 올림픽 전의 80년대 한국이었다. 후쿠다씨가 기억하고 있는 한국, 한국인 그리고 달라진 한국, 한국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생활양식이나 남북관계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후쿠다씨와는 목욕 후에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기로 했다. 이자카야에서 사시미와 함께 일본주를 마시며 후쿠다씨와 남은 이야기를 잔뜩 나누었다. 조금은 취한 후쿠다씨가 처음 봤을 때부터 얼굴이 밝아 나를 좋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해줬다. 내가 그럼 이제 형님(アニキ: 아니키)이라고 부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자 자기는 형님이라고 불리는 건 오버니까 삼촌?(オジキ: 오지상+아니키)라고 부르라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70살이 넘는 할아버지와 이렇게 술마시며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일본의 노인(70대가 노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삶을 살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70살은 잘 모르겠지만 10년 후 나의 아버지가 70살이 되었을 때는 비슷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23.10.20] 오늘 아침은 후쿠다 오지키가 빵으로 정했기 때문에 빵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토스트와 쨈 그리고 베이컨과 오믈렛이 함께 나왔다. 어제먹은 일본식 아침과는 또 다른 정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계란이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믈렛이 나와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을 먹고 후쿠다 오지키가 자신의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줬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쿄(본가)나 시즈오카(개인 집?)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일기예보 한 것처럼 아침부터 바람이 꽤 불고 조금씩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은 숙소에만 있을 생각으로 이른 아침부터 거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쭉 숙소에 있었더니 오늘은 야마구치씨가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고 해서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차를 타고 섬을 벗어나 오노미치 시가지에 있는 중화요리를 먹기로 했다. 오노미치시는 에도시대(17, 19세기)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오래된 도시의 느낌이 물씬 났다. 오래된 목조 건물과 꼬불꼬불한 골목들이 오래된 도시스러웠다. 이치라꾸(一楽)라는 중화요리점에서 야마구치씨는 중화소바(라멘), 나는 탄탄멘 세트(탄탄멘 + 치마키)를 먹었다. 치마키는 대나무 잎으로 싼 주먹밥이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맛있었다.) 라멘을 먹고 잠시 케이크집에 들러 커피와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우리 엄마랑도 이렇게 둘이 돌아다닌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뜬금없이 야마구치씨한테 효도하는 것 같아서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야마구치씨도 아들 얘기를 하면서 아들이랑은 이런 곳 잘 못온다고 하는 걸보면 아들이 어려운 것(?)도 전세계 공통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