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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8] Day-5 오노미치/尾道
Amond
오늘은 내 사진이 하나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 료칸에서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고 오노미치로 떠나기로 했다. 이곳 주인과는 처음 체크인할 때부터 거의 이야기한적도 없고 뭔가 응대해주지 않아(?)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체크아웃할까하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스미마셍~"하고 체크아웃을 알렸다. 체크인한 이후로는 처음보는 주인이 짧게(아니, 꽤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체크아웃을 했다.
이 료칸 주인 히사야씨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지금은 40살인 히사야씨는 24살에 일본을 떠나 3년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와 료칸을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 전까지는 료칸과 이베이를 함께 운영하며 꽤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는데 코로나 이후로 료칸도 이베이도 수입이 뚝 끊겨 지금은 인생의 다음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히사야씨가 찾은 다음 먹거리는 부동산과 전기설비였다. 부동산은 료칸과의 합도 좋고 혼자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한다고하고, 전기설비는 점점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인프라들이 전환되고 있지만 점검이라던지 설비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시작한 히사야씨는 촘촘히 계획된 2027년까지의 계획표를 보여줬는데, 2027년까지 부동산과 전기설비 회사를 만들기 위해 따야하는 자격증과 학습 계획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내가 료칸에 묵는 동안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것도 오는 일요일 2023년에 계획한 마지막 시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 자신은 도쿄보다 히로시마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든지 다른 료칸을 400만엔에 사서 3,000만엔에 판다든지하는 히사야씨의 근황을 듣고 료칸을 빠져나왔다. 확신을 가지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에 옮겨가는 모습이 꽤 멋져보였다.
오늘 계획은 진짜 별 것 없다. 일본에 도착한 이후로 가장 단순한 날이다!! 오전에는 오노미치로 이동하고(2시간 정도?) 오후에는 오노미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려고한다. 그 후에 6시에 맞춰 숙소에 체크인하면 오늘 일정은 끝이다. 여행 중이지만 할 것들이 잔뜩 있어서 일하기 좋은 카페를 찾아볼까도 했는데 역시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있기에는 스타벅스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히로시마에서 오노미치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달렸던 곳보다는 새롭지 않은 길이었다. 일본의 자동차 도로에 꽤 익숙해지기도 했고 내륙에 있는 바이패스(자동차 전용도로 비슷한...)로 이동해서 멋진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오노미치에 다다르자 다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혼슈의 남쪽 해안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 탓에 바다를 거의 매일 한 번씩은 보고있긴하지만 산길을 지나 만나는 바다는 항상 반갑다.
스타벅스는 드라이브 쓰루였는데 넓직한 주차장이 함께 있어 여유-롭게 차를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부터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보다 드립커피(한국에서 아이스커피 또는 오늘의 커피)를 선호해서 드립커피를 하나 주문했다. 직원이 영수증을 보여 무언가 설명하기에 들어보니 드립커피를 주문하면 다음 드립커피는 조금 더 싼 가격에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개꿀!!) 드립커피가 아니라 카페미스트를 교차해서 추가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전세계 어딜가도 스타벅스"인 맛에 가기 때문에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할 일을 하던 도중에 갑자기 한국말이 들려 주변을 둘러보니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유니폼에 쓰여져있는 회사이름을 찾아보니 한국의 조선회사에서 오노미치에 출장온 직원들인 것 같았다. 3시가 지나갈 무렵부터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예측)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관찰해보면 서로 화장을 해주고 있는 여고생들도 있었고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도쿄나 오사카, 교토에서 스타벅스를 꽤 많이 가봤지만 이렇게 동네에 있는 스타벅스는 처음이었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한국과 일본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숙소의 주인에게 6시에 도착할 것이라고 이야기해놨기 때문에 5시 30분쯤 스타벅스를 나섰다. 다음 숙소는 오노미치 시에서도 무카이시마라는 섬 안에 있었기 때문에 다시 다리를 건너 이동해야했다. 다리를 건너기 위해 바다 근처로 가자 조선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문열린 공장 안에서는 만들고 있는 배의 모습도 보였고 커다란 배를 만들기 위한 크레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노미치시는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인데 이 섬들을 모두 건너면 시코쿠로 건너갈 수 있다고 한다. (시코쿠는 다음주에 갈 거다!)
퇴근시간인 모양인지 조금 막히긴 했지만 너무 늦지 않게 숙소에 도착했다. 이번 숙소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나올법한 2층짜리 가정집이었다. 1층 공용거실에서 주인 할머니 야마구치씨가 도착하자마자 녹차와 쿠키를 내주었다. 녹차를 마시며 또 조잘조잘 이번 여행 이야기를 풀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살쪘다는 이야기를 제일 좋아하셨다. 이제 살쪄서 무릎도 아프고 달리는 것도 어려워요라는 말에 유난히 빵 터지셨다. 지금까지 이 숙소를 거쳐간 특이한 사람들 이야기도 해주시고 주변에 볼거리나 저녁 먹기 좋은 식당도 소개해주셨다. 저녁은 야마구치씨가 소개해준 라멘을 먹기로 했다.
소개해준 라멘집은 굳은 철문으로 닫혀있어 들어가도 되나 싶었지만 용기를 내 문을 열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불을 끄고 티비를 보고 계셔서 영업 중이냐고 물어보니 영업 중이라고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라멘집은 정말 오래된 가게였다. 촌스러운 벨벳 쇼파에 테이블이 늘어서 있고 바테이블이 있었는데 라멘집이라고 써있지 않았다면 가라오케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뭔가 이 분위기에서는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라멘과 교자, 생맥주를 함께 시켰다. 라멘은 맑은 국물에 차슈가 하나 올라가 있는 기본 라멘이었고 교자는 직접 만든 수제 교자였다. 이곳의 분위기와 너무 잘어울리는 음식이었고 수제 교자가 특히 맛있었다. 라멘집의 주인 아저씨와도 한국에서 왔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곧 들어온 4인 가족 손님과도 일본여행이라던지 한국, 서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상태로 일본에 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초보 수준의 일본어긴 하지만 원하는 말을 듣고 또 할 수 있어서 여행과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더 풍부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라멘집 할아버지에게 근처에 여러곳을 추천받았는데 내일은 세토대교를 건널지 자전거를 타볼지 고민이 된다. 🫠🫠🫠
Translated by DeepL
朝起きて旅館でざっと荷物をまとめて尾道へ向かうことにした。ここの主人とは最初のチェックイン時からほとんど話したこともなく、何か対応してくれないので(?)、話さずにすぐにチェックアウトしようかと思ったのですが、礼儀に反するような気がして「すみませ〜ん」とチェックアウトを告げました。チェックインして以来、初対面のオーナーと短い(いや、かなり長い)会話をしてチェックアウトをした。
この旅館の主人、久弥さんはなかなか面白い人だった。現在40歳のヒサヤさんは、24歳で日本を離れ、3年間世界一周をして帰ってきて旅館を始めたそうです。COVID-19までは旅館とイーベイを一緒に経営し、かなり稼いでいたそうですが、COVID-19以降、旅館もイーベイも収入が途絶え、今は人生の次の食べ物を見つけるために勉強しているそうです。ヒサヤさんが次に見つけたのは、不動産と電気設備でした。不動産は旅館との相性も良く、一人で始められる仕事だと思い始めたそうで、電気設備はどんどん化石燃料から電気へインフラが移行していますが、点検や設備に携わる人の数は減っているのでチャンスがあると考えているそうです。話を始めた久弥さんは、2027年までの綿密に計画された2027年までの計画表を見せたが、2027年までに不動産と電気設備会社を作るために取得しなければならない資格や学習計画がびっしりと書かれていた。私が旅館に泊まっている間、顔を見ることができなかったのも、来る日曜日に2023年に予定している最後の試験があるからだった。 その他、自分は東京より広島の方が似合うとか、他の旅館を400万円で買って3,000万円で売ったとか、ヒサヤさんの近況を聞いて旅館を後にした。確信を持って未来を具体的に計画し、実践に移していく姿がとても素敵に見えた。
今日の予定は本当に何もない。日本に来てから一番シンプルな日だ!!! 午前中に尾道まで移動して(2時間くらい?)、午後は尾道にあるスターバックスで仕事をするつもりだ。その後、6時までに宿にチェックインすれば今日の予定は終了。旅行中だけどやることがたくさんあるので、仕事しやすいカフェを探そうかと思ったけど、やっぱり長時間腰を据えているのにはスターバックスしかないようだ。広島から尾道へ向かう道は、今まで走った場所よりは新しい道ではなかった。日本の自動車道にかなり慣れてきたし、内陸にあるバイパス(自動車専用道路のようなもの...)に移動して、素晴らしい風景を期待するのは難しい。 しかし、尾道に近づくと、再び海が見え始めた。本州の南海岸に沿って移動しているため、ほぼ毎日一度は海を見ているのですが、山道を通り過ぎて出会う海はいつも嬉しいものです。
スターバックスはドライブスルーでしたが、広々とした駐車場が併設されているので、ゆったりと車を停めて中に入りました。もともとスタバではアメリカーノよりドリップコーヒー(韓国ではアイスコーヒーまたは今日のコーヒー)を好むので、ドリップコーヒーを注文しました。従業員がレシートを見せて何かを説明するので聞いてみると、ドリップコーヒーを注文すると次のドリップコーヒーは少し安い価格で注文できるそうです!!!(笑)ドリップコーヒーではなくカフェミストを追加注文することも可能だそうです。"スターバックスは世界中のどこに行ってもスターバックス"な味なので、慣れ親しんで席に座って用事を済ませることができました。仕事をする途中、突然韓国語が聞こえてきて周りを見ると、ユニフォームを着た従業員がコーヒーを飲みながら韓国語で話していました。制服に書かれている会社名を見ると、韓国の造船会社から尾道へ出張してきた社員のようでした。3時を過ぎたあたりから、制服を着た高校生(予想)が入り始めた。たまに観察してみると、お互いに化粧をしている女子高生もいたし、モバイルゲームをしている学生も簡単に見られました。東京や大阪、京都のスターバックスには何度も行きましたが、こんなに近所にあるスターバックスは初めてでした。スターバックスを利用する方法は日本と韓国はあまり変わらないようです。
次の宿のオーナーに6時に到着すると伝えていたので、5時30分頃にスターバックスを出ました。次の宿は尾道市でも向島という島の中にあったので、また橋を渡って移動しなければならなかった。橋を渡るために海の近くに行くと、造船所が並んでいた。扉を開けた工場内では、船を作っている様子も見られ、大きな船を作るためのクレーンも簡単に見つけることができました。尾道市は複数の島からなる都市で、この島々をすべて渡れば四国に渡ることができるそうです。(四国は来週行く予定!)
仕事帰りの時間だったようで、少し渋滞しましたが、遅れることなく宿に到着しました。 今回の宿は、日本のアニメや映画に出てきそうな2階建ての民家でした。1階の共用リビングで、オーナーの山口おばあちゃんが到着するとすぐに緑茶とクッキーを出してくれました。緑茶を飲みながら、またまたざっくばらんに今回の旅の話をした。理由はわかりませんが、最近太ったという話が一番好きで、「太ったから膝が痛くて走るのも大変だよ」と言うと、珍しく爆笑していました。今までこの宿を通った変わった人の話や、周辺の観光スポットや夕食におすすめのレストランも紹介してくれました。夕食は山口さんが紹介してくれたラーメンを食べることにした。
紹介されたラーメン屋さんは鉄の扉が固く閉まっていて、入っていいのかなと思いましたが、勇気を出して扉を開けました。おじいさんの一人が電気を消してテレビを見ていたので、営業しているのか聞いてみると、営業しているというので中に入った。ラーメン屋は本当に古い店だった。古びたビロードのソファにテーブルが並んでいて、バーテーブルがあり、ラーメン屋と書いてなければカラオケだと思ったかもしれない。なんとなくこの雰囲気ではビールを飲まないといけないと思い、ラーメンと餃子、生ビールを頼んだ。ラーメンは透き通ったスープにチャーシューが一つ乗っている基本的なラーメンで、餃子は自家製の手作り餃子でした。この店の雰囲気ととてもよく合う食べ物で、特に自家製餃子が美味しかったです。ラーメンの店主のおじさんとも韓国から来たということでいろいろな話をし、すぐに入ってきた4人家族のお客さんとも日本旅行や韓国、ソウルの話をしました。日本語ができる状態で日本に来て本当に良かったと思いました。初級レベルの日本語ですが、聞きたいことを聞き、話せるので、旅行や旅行を通じて出会った人々とより豊かなコミュニケーションをとることができました。
店主のおばあちゃんとラーメン屋のおじいちゃんに近くのお店をいくつか紹介してもらい、明日は瀬戸大橋を渡るか自転車に乗るか迷っています。🫠🫠🫠🫠。
/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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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Day-9 오카야마, 미마/岡山、美馬
오늘은 쿠라시키런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TMI이긴 하지만 달리는 동안 자꾸 바지가 흘러내려 달리는데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난 무카이시마런이 바닷가를 낀 어촌 마을을 뛰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쿠라시키런은 논을 끼고 달리는 익숙한 느낌이었다. 논만 놓고 본다면 우리 시골(충청남도 청양)과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조금 달랐던 점은 우리 시골보다 논두렁 주변의 물길이 시멘트로 발라져 관리되고 있는 것 정도였다. 규모가 더 큰 만큼 더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짧게 3km정도 달리고 돌아와 주인 부부가 챙겨준 아침을 먹고 일찍 숙소를 떠났다. 일본에 온 후 처음으로 1박만하고 떠난 숙소 였는데 그래서 인지 아쉽기도 하고 부부와 충분히 대화를 해보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주인 부부는 이름도 못 물어보고 숙소를 떠나버렸다. 오늘은 오카야마에서 오카야마 성과 고라쿠엔을 구경하고 시코쿠로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오카야마는 쿠라시키와 멀지 않았다. 오카야마 현청에 차를 주차하고 오카야마 성으로 향했다. 오카야마 도서관 주차장은 도서관 이외의 용무로 주차하면 안된다고 써있었지만 현청에는 그런 가이드가 없었으니까 괜찮겠지 뭐! 라고 생각하고 주차하고 오카야마 성으로 향했다. 이번에 일본에 와서 성을 제대로 구경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모지성은 성터만 있었고, 히로시마 성은 산책하면서 외부만 살짝 지나쳐갔을 뿐이었다. 오카야마성은 우조공원(烏城公園) 안에 있었다. 우조(烏城)는 까마귀성이라는 뜻으로 성의 외벽이 까맣게 칠해진 오카야마성의 별명이라고 한다. 따로 공원이 조성되어있는 만큼 보존 상태가 좋은 것 같았다. 우조공원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자 오카야마성이 보였다. 정확히는 해자로 둘러쌓인 우조공원 자체가 오카야마성이고, 오카야마성이라고 부르는(생각했던) 것은 오카야마성의 "천수각"이라고 한다. 오카야마성 주변의 출입문이나 외벽은 희게 칠해져있던데에 반해 오카야마성은 그 별명처럼 외벽이 검게 칠해져있었다. 외벽을 검게 칠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아마 쓰여있었을텐데 내가 읽지 못했을 거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번에는 입장료를 내고 성 안에 들어가 성에 전시된 내용물을 구경하기로 했다. 고라쿠엔과 통합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어서 통합 입장권을 구매하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 안에는 칼과 갑옷, 조총과 같은 사무라이스러운 전시물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었고 오카야마 성의 발전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오카야마성이 전국시대를 거쳐 꽤 중요한 거점이었던 모양이었다. 오카야마성의 성주 주 한 명인 우키다 히데이에는 임진왜란에 참여했던(나중에 찾아보니 행주대첩에서 크게 패배한) 네임드였다고 한다. 가장 아랫층에서는 전쟁에서 닌자의 역할에 대해서 게임으로 풀어낸 공간도 있었다. 역대 오카야마의 성주가 닌자를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듯 했다.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는 사실 어렸을 적 읽었던 "먼나라이웃나라 일본편"에서 읽은 정도가 다였는데 오카야마성에서 유물과 설명(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을 들으니 일본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전쟁에서의 전략과 전술을 크게 다루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일본의 역사에서는 전략과 전술에 대해 꽤 비중있게 다루는 모양이었다. 아마 전쟁이나 전투의 빈도가 우리나라보다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내전보다는 외세의 침입에서 나라를 지켜낸 전쟁의 역사가 많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해본다. 오카야마성을 둘러보고 바로 고라쿠엔으로 향했다. 고라쿠엔은 오카야마성의 성주였던 누군가(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가 자신과 자신의 후손들을 위해 만든 정원이라고 한다. 고라쿠엔의 주변은 키가 큰 나무로 둘러 쌓여있어 고라쿠엔의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대충 사진을 찾아보긴했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정문으로 입장해 나무들을 지나쳐갔을 때는 내가 상상했던 정원과 다른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커다란 크기였는데 정원의 대부분이 잔디로 되어있어서 어디서든 정원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일본식 정원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잔디밭으로 이루어져있는 가운데 연못이라던지 건물이 요소요소에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누가봐도 "만든" 정원의 모습이었다.(어른을 위한 일본풍 텔레토비 동산이라는 느낌도 있었다.) 게다가 나무 뒤에 보이는 까만색 오카야마성의 모습도 정원에서 바라본 풍경에 특별함을 더했다. 정원 이곳 저곳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 고라쿠엔을 산책하듯 둘러봤다.(말차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었다.) 고라쿠엔(後楽園)이라는 이름처럼 그 당시에는 이곳이 낙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고라쿠엔에서는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다음 목적지인 시코쿠로 출발했다. "시코쿠하면 우동"(마루가메제면의 마루가메도 시코쿠에 있다.)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점심은 조금 늦더라도 시코쿠에 이동해서 먹기로했다. 오카야마에서 시코쿠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바다를 건너야했다. 이번에는 이름난 세토대교를 건너 시코쿠를 건너야 했다. 오노미치에서 시코쿠로 건너갈 때는 여러 섬을 지나가야했기 때문에 섬과 섬 사이에서 여러 다리를 건너가야 했는데 이번에는 세토대교라는 커다란 다리 하나를 건너는 것이었다. 특히 세토대교는 위에는 자동차가 아래에는 기차가 지나가는 복합 구조라고해서 흥미로웠다. 일본에 와서 정말 많은 다리를 통해 바다를 건넜지만 바다를 건널 때 마다 속으로 탄성을 지르고 있다. 저 멀리서 커다란 다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한 번, 그리고 다리 위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볼 때 다시 한 번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특히 이번 세토대교는 체감상 10분 이상 달려야하는 긴 다리였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그 놀라움을 즐길 수 있었다. 시코쿠의 우동집은 항상 그렇든 구글 맵에서 골랐다. 처음에 가려고 한 우동가게는 휴일이라서 조금 거리가 있지만 타카마츠시의 리뷰가 많은 우동가게에 가기로 했다. "우동바카이치다이"라는 이름의 우동가게였는데 애매한 시간에 도착했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다. 내 앞에만 15명 정도 있는 것 같았다. 다른 곳으로 갈까도 했지만 멀리왔기도 했고 시간을 놓치면 우동을 먹지 못할 것 같아서 기다려서라도 여기서 우동을 먹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검색해보니 이곳은 "가마버터우동"이라는 메뉴가 특별한 곳이었다. 회전율이 빠른 탓인지 20분정도 기다려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은 셀프 우동 가게라서 기본 우동메뉴를 시키고 원하는 토핑을 추가해서 먹는 것이었다. 마루가메제면이라고 생각하면된다. "가마버터우동"을 시키고 토핑으로 치쿠와(가운데가 뚫려있는 원통 모양의 오뎅)를 추가했다. 가마 버터우동은 일반 우동위에 버터와 날계란 그리고 후추가 뿌려져있는 우동이었다. 먹을 때는 맛있네, 알싸하네, 부드럽네 정도였는데 우동을 먹고 다음 목표로 이동하는 길에 입에 남아있는 버터와 후추향이 자꾸 가마버터우동을 생각나게 했다. 정통 우동의 기본기와 배리에이션을 한 번에 맛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다음 숙소로 이동하기 전에 타카하츠에 있는 고시키다이(五色台, 오색대)에서 세토대교를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꽤 높이 올라가서 고시키다이 전망대 주차장으로 향했는데 의외로 아무것도 없었다. 차 한대가 주차되어있을 분이었고 차에서 나온 가족이 주차장 앞 잔디밭에서 놀고 있었다. 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세토대교를 볼 수는 없었다. 옆을 보니 오래된 폐식당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이름이 전망대인데 이것 밖에 없겠냐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폐식당 옆으로 작은 길이 하나 나있었다. 표지판에 전망대장이라고 써있어서 한 번 들어가보기로 했다. 4시쯤 되서 해가 이제 떨어지고 있는 시간이었고 폐식당이 주는 으스스한 분위기 때문에 조금 무서웠지만 여기까지 온게 아까워서 용기를 내 가보기로 했다. 중간 중간에 표지판은 있었지만 사람의 손이 잘 닿지 않는 길인 것 처럼 보여서 잔뜩 긴장을 한채 전망대장까지 향했다.(뭐라도 튀어나오면 기록할 요량으로 고프로를 손에 꽉 잡고 이동했다.) 전망대장 역시 관리가 되어있지 않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내판을 보니 원래는 전망이 좋은 곳인 것 같았는데 주변 나무 때문에 세토대교를 볼 수 없었다. 다음 숙소는 산을 넘어가야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전망을 포기하고 네비게이션을 따라 숙소로 이동하고 있는데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길이 생각보다 멋졌다. 시코쿠의 북쪽 해안을 따라 중심으로 이동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해안도로를 다시 달려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 멀리 세토대교가 보였다!! 노을지는 하늘과 세토대교를 함께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앞으로 달리니 해안도로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람들이 대포카메라를 들고 세토대교와 노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잘됐다 싶어 해안도로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세토대교와 노을을 바라봤다. 오색대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잘됐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넋놓고 세토대교와 노을을 바라보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마음 속으로 와 멋지다라는 말을 되내일 뿐이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그 모습을 연신 찍었지만 내가 본 그 모습을 담고있지는 못한 것 같아서 맨눈으로 잔뜩 즐기기로 했다.
[23.10.21] Day-8 쿠라시키/倉敷
오노미치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히로시마현을 떠나는 날이다. 나흘간 묵었던 B&B潮風를 떠나려니 기분이 묘했다. 야마구치씨와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많이 들기도 했고 이제 구글 지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동네가 눈에 익기시작했는데 떠나야한다니 허무하기도 했다. 야마구치씨에게도 좋은 기억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공용 거실에 있는 방명록도 작성하고 예비로 가져왔던 자동차 번호판도 선물(?)로 남겨두었다. 진심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시 B&B潮風를 방문하고 싶다. 여유만 된다면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싶을 정도다. 오노미치의 마지막 일정은 우연히 어제 숙소에 도착한 오츠카씨 부부 중 아내분과 함께 하게되었다. 남편 오츠카씨는 오늘 무카이시마와 근처 섬들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내 오츠카씨는 오노미치 근처를 관광하는 스케줄이었는데 내가 오노미치시립미술관에 갈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보였다. 원래부터 미술관을 좋아한다고 했던 아내 오츠카씨는 길치였기 때문에(지도를 읽지 못한다고 한다.) 혹시 자동차를 얻어탈 수 있는지 부탁했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아내 오츠카씨는 69살이다!) 오노미치시립미술관은 센코지 공원(센코지절과 그 주변의 공원)에 자리잡고 있었다. 오노미치시립미술관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이기 때문에 유명하다고 한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 대해서 잘 알고있진 못하지만(성산일출봉에 있는 안도 타다오의 건물과 콘크리트를 좋아한다 정도?) 괜히 시립미술과의 외관을 조금 눈여겨 보게 되었다. 역시 콘크리트와 유리된 외벽이 눈에 띄었다. 시립미술관의 전시는 Landskap(나중에 찾아보니 말레이어로 풍경이라는 뜻이라고 한다.)이라는 이름으로 오노미치의 폐가를 주제로 한 전시였다. 일본 목조 주택의 면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내가 알던 우리 시골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집에 사는 사람과 사람의 친구 고양이(?)의 유골도 전시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일본어를 읽을 수 없어 전시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간간히 오츠카씨의 쉬운 일본어 설명을 들으며 익숙하지 않은 일본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끝까지 관람했다. 오노미치는 고양이 마을로 유명하다고 해서인지 전시 끝의 기념품 가게에서는 고양이와 관련된 물건도 잔뜩 볼 수 있었다. (나는 오노미치에서 고양이를 본 적이 없지만...) 미술관을 나와서 오츠카 씨와 헤어지기 전에 센코지 공원의 전망대에 올라 오노미치 시내를 구경했다. 오노미치 중심지와 내가 지난 나흘을 보낸 무카이시마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오노미치시는 일본에서 "레트로"한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하는데 전망대를 통해 본 오노미치시는 한 눈에 봐도 옛날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오노미치시를 색깔로 표현하라고 하면 오래된 나무의 고동색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그만큼 오래된 목조 건물이 많았다.) 경적을 울리며 오노미치시를 지나가는 화물열차를 보면서 100년 전의 오노미치시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츠카씨와는 전망대 구경까지하고 헤어지기로 했다. 원래 오츠카시는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지도를 읽지 못해 길을 잃을까봐 좀 무서워하셔서 공원 아래의 오노미치 상점가까지는 차로 바래다 드렸다. 한국차를 타고 왔다갔다한 경험이 꽤 재밌었던 모양인지 떠나는 나를 배웅(?)하면서 연신 카메라에 셔터를 누르셨다.(사진은 나중에 오츠카씨에게 메일로 받았다) 오츠카씨와 헤어지고는 오늘 목적지인 쿠라시키로 향했다. 쿠라시키로 가는 길에 잠시 정비(사실 밀린 기록을 정리)하고자 후쿠야마에 있는 스타벅스(주차장이 있고, 인터넷이 있고, 콘센트가 있는 최고의 장소)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구글 지도에서 한적해보이는 스타벅스를 선택했는데 재밌게도 스타벅스 안에 키보드와 기타가 있었고 키보드와 기타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연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익숙하게 드립커피와 먹을 것을 시키고 잠시 앉아있었더니 연주가 시작됐다. 한국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관경이라서 재밌게 보았다. 중간 중간 연주에 실수가 있는 것을 보면 100% 프로는 아닌 모양이었지만 스타벅스의 색깔과 잘 어울리는 연주라고 생각했다.(아는 곡들도 몇곡 연주했는데 제목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연주 중간에 멤버 중에 한 명인듯한 사람이 설문조사를 위한 종이를 나누어주었다. 내용은 크리스마스에 듣고 싶은 곡을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이 멤버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한 번 스타벅스에서 공연을 하는 모양이었다. 연주가 모두 끝나자 설문지를 나눠준 멤버가 다시 설문지를 걷어갔다. 나는 타이타닉 OST라고 적은 종이를 냈다. 쿠라시키로 이동하면서는 점점 논들이 많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지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쿠라시키(倉敷)의 쿠라(倉)가 곳간이라는 뜻이니까 일본의 곡창 지대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쿠라시키에는 4시쯤 되어 도착했는데 이른 노을과 논에서 자라는 벼가 겹쳐 쿠라시키는 노오란 느낌이었다. 쿠라시키에서는 비칸(美観)지구라는 곳을 구경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근처에 차를 세우고 비칸(美観)지구로 향했다. 비칸지구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지 않아서(기대가 적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칸지구는 한 눈에 보기에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시대극에 나올 법한 일본의 옛날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비칸지구를 흐르는 강과 버드나무, 일본의 과거 건물들이 서로 잘어우러져 있는 곳이었다. 교토의 기온을 많이 방문해봤지만 기온이 주는 분위기와는 또 달랐다. 교토가 (내 느낌상) 시대 정치극의 배경 같은 느낌이라면 비칸지구는 시대 로맨스물의 배경 같은 느낌이었다. 비칸지구 안에는 오하라 미술관이라는 그리스 스타일의 미술관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곳은 시간이 부족해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줄지어있는 목조 건물들을 지나 만난 그리스식 석조 미술관의 모습이 신기하게도 그렇게 이질적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을 따라(?) 아이비스퀘어라는 곳에 들어가봤다. 이름처럼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벽과 건물을 휘감고 있는 덩굴줄기들이 잔뜩 보였다. 입구에서 덩굴 정원(?)을 지나자 빨간건물이 보였는데 짧은 일본어로 건물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니 과거 방적소였던 모양이었다. 건물 안에 들어가자 중정(中庭)이 있었는데 중정에서 옥토버페스트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직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커다랗게 들리는 음악소리와 춤추는 호객꾼들(?)의 모습들이 눈에 보였다. 너무너무너무 참여하고 싶었지만 차를 가지고 돌아가야하는터라 맥주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비칸지구를 한바퀴 더 산책하고 쿠라시키역 상점가에서 카레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 마을에 있었다. 주차가 되는 저렴한 숙소를 찾다보니 아무래도 대부분 숙소가 시골에 있었다. 오늘 숙소는 흰백발에 멋드러지게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와 유쾌해보이는 할머니의 집이었다. 도착해서 집에 들어가니 할머니가 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흥미롭게도 김치를 드시고 계셨다. 할머니가 유쾌한 것에 비해 할아버지는 좀 낯을 가리는 것처럼 보였다. 적고 보니 오늘도 꽤 긴 하루를 보냈다.(이제 2주째인데 더 열심히 다녀야할 것 같긴하다.)
[23.10.19~20] Day-6, 7 오노미치/尾道
*여행기를 미루지 않고 작성하는게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23.10.19] 내가 묵고 있는 B&B 潮風는 아침을 준다!!! 숙소의 주인 야마구치(山口)씨가 일본식(밥)이나 서양식(빵) 중에 원하는 타입의 아침을 만들어주시는데 나는 도착한 날 밥을 선택해서 정말 오랜만에(한국에 있을 때 포함) 아침으로 밥을 먹었다. 진정한 의미의 일본 가정식 덕분에 산뜻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야마구치씨가 짚 앞에 빵집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셔서 함께 빵집에가 치킨 샌드위치와 단팥빵, 가게에서 직접 만든 진저에일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금요일까지 이틀간은 일하는 날로 정했기 때문에 오전은 빵과 진저에일과 함께 숙소의 거실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숙소의 바로 옆에 중학교가 있어서 수업소리와 함께 오전 시간을 보냈다. 음악실에서 들리는 음악소리나 운동장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일본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해야할 일을 정리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비소식이 있어서 내일은 밖을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후 시간은 저 멀리 다리를 건너 시코쿠 이마바리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하기로 했다. 오늘 다리를 건너면 혼슈(일본의 본섬)과 시코쿠(혼슈 아래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 3개를 모두 건너볼 수 있기 때문에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루트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오노미치에서의 사흘은 여행에만 시간을 쓸수는 없어서 포기하고 자동차로 눈팅정도 하기로 했다. 시코쿠까지 고속도로를 따라 4개의 섬을 더 건너야 반대편의 이마바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노미치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섬에는 조선소가 굉장히 많았다. 다리를 건너면서 크고 작은 선박을 만들고 있는 조선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널 때 마다 양쪽에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유만 있었다면 나도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체력이 받쳐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바다를 건너 이마바리시에 도착했는데... 예상 외로 출혈이 컸다... 구글 맵으로 톨비를 확인했을 때는 2,500엔 정도 였는데 실제로 내가 내야하는 톨비는 4,600엔 정도가 됐다.(왕복으로 따지면 9만원이 넘는다... 🥲) 시모노세키에서 히로시마로 넘어올 때 3,800엔 정도 톨비가 아까워서 국도로 왔는데(좋은 경험이었지만...) 두배가 넘는 돈을 왕복 2시간이 안되는 거리에 써버린게 속이 쓰렸다. 그래도 멋진 경치를 구경했으니까!! 라고 생각하고 잊기로 했다. 잊기로 했다. 잊기로 했다... 오후에는 바다 건너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다 숙소로 돌아와 다시 남은 일들을 정리했다. 거실에서 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새로운 손님은 후쿠다(福田) 씨라는 74세 할아버지였다. 나이에 맞지 않게 탄탄한 체격과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숙소 주인 야마구치씨가 내가 한국에서 와서 일본 여행 중이라고 이야기하자 후쿠다씨가 한국에 갔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었다. 후쿠다씨가 갔던 한국은 올림픽 전의 80년대 한국이었다. 후쿠다씨가 기억하고 있는 한국, 한국인 그리고 달라진 한국, 한국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생활양식이나 남북관계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후쿠다씨와는 목욕 후에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기로 했다. 이자카야에서 사시미와 함께 일본주를 마시며 후쿠다씨와 남은 이야기를 잔뜩 나누었다. 조금은 취한 후쿠다씨가 처음 봤을 때부터 얼굴이 밝아 나를 좋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해줬다. 내가 그럼 이제 형님(アニキ: 아니키)이라고 부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자 자기는 형님이라고 불리는 건 오버니까 삼촌?(オジキ: 오지상+아니키)라고 부르라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70살이 넘는 할아버지와 이렇게 술마시며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일본의 노인(70대가 노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삶을 살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70살은 잘 모르겠지만 10년 후 나의 아버지가 70살이 되었을 때는 비슷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23.10.20] 오늘 아침은 후쿠다 오지키가 빵으로 정했기 때문에 빵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토스트와 쨈 그리고 베이컨과 오믈렛이 함께 나왔다. 어제먹은 일본식 아침과는 또 다른 정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계란이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믈렛이 나와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을 먹고 후쿠다 오지키가 자신의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줬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쿄(본가)나 시즈오카(개인 집?)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일기예보 한 것처럼 아침부터 바람이 꽤 불고 조금씩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은 숙소에만 있을 생각으로 이른 아침부터 거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쭉 숙소에 있었더니 오늘은 야마구치씨가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고 해서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차를 타고 섬을 벗어나 오노미치 시가지에 있는 중화요리를 먹기로 했다. 오노미치시는 에도시대(17, 19세기)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오래된 도시의 느낌이 물씬 났다. 오래된 목조 건물과 꼬불꼬불한 골목들이 오래된 도시스러웠다. 이치라꾸(一楽)라는 중화요리점에서 야마구치씨는 중화소바(라멘), 나는 탄탄멘 세트(탄탄멘 + 치마키)를 먹었다. 치마키는 대나무 잎으로 싼 주먹밥이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맛있었다.) 라멘을 먹고 잠시 케이크집에 들러 커피와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우리 엄마랑도 이렇게 둘이 돌아다닌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뜬금없이 야마구치씨한테 효도하는 것 같아서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야마구치씨도 아들 얘기를 하면서 아들이랑은 이런 곳 잘 못온다고 하는 걸보면 아들이 어려운 것(?)도 전세계 공통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