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잔혹한 역사를 마주한 마음은 먹먹함으로 가득 찼다. 책의 초반부는 시점이 계속 바뀌고, 묘사도 마치 예술 작품처럼 추상적이어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점점 동호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이 드러난다. 군상(群像)처럼 그려진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쉽게 이입되진 않았다. 하지만 6장에서 동호 어머니의 이야기만큼은 달랐다. 마치 쏟아질 듯한 눈물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큰 형과 작은 형의 싸움, 그리고 어린 동호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생생히 기억해 읊조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그날의 비극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 기억들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는 고통이었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p.95) 책에서 언급되듯, 광주의 거리에 나섰던 사람들도, 총을 들었던 군인들도 대부분 너무 어렸다. 총에 맞아 숨진 동호와 전대, 또 수많은 시민군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군인들조차도, 하사라는 계급을 가졌지만 실상은 지금의 대학생과 다르지 않은 20대 초반이었다. 그 시절, 만약 내가 광주에 있었다면 나는 거리로 나섰을까? 아니면 집에 남아 있었을까? 만약 내가 그 나이의 군인이었다면, 과연 총을 들고 사람들을 향해 쏘지 않았을까? 우리는 모두 폭력성과 자비를 동시에 지닌 존재다. 나 또한 내 안에 분노와 폭력성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고, 동시에 사람을 향한 연민과 자비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더 무섭고 참혹하게 느껴진다. 명령을 내린 지휘관들뿐 아니라, 물론 그 명령을 따랐던 이들에게도 깊은 분노가 일었다.
- 알파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