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Sign In

아크로비스타 유폐론

애써 태연하나 '여사 특검'에 대한 셈법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나쁜놈이라 손가락질 하다가 막상 탄핵이나 죽음, 테러 같은 극단적 상황에 맞주친걸 보면 언제그랬냔듯 동정몰표를 줘버리는 변덕의 민족의 나라에서, '역풍' 만큼 무서운게 없기 때문이다.
여권내에서 "(소복 입혀) 아크로비스타로 모시는 '유폐 안' " 만이 살길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 물론, 권력 '서열'을 모르는 놈의 망상적 소설이란 말도 있다.
한명회의 딸 '공혜왕후 한씨' 는 '성종'과 결혼했으나, 불임에 몸도 약해 성종은 후궁둘을 들였다. * 대를 잊기위해 양반가 규수중에서 아예 '숙의' 급으로 들이는 후궁을 '간택후궁'이라고 한다.
'공혜황후 한씨'는 싫어하는 내색없이 오히려 '후궁들에게 귀한 옷과 패물을 선물했다'는 살아있는 부처님, 천사였지만 성종 5년 불과 18살의 나이로 병사한다.
간택후궁으로 들어온 2명중 한명인 '尹氏'가 먼저 임신을 했고, 연산군이 뱃속에 든 상태에서 '국모'에 오른다.
윤씨는 훤칠한 키에 얼굴도 아주 미녀였지만 평소 옷도 허름하게 입으며 검소하고, "과부의 집에서 자라나 보고 들은게 없는 제가 뭘 알겠습니까"며 (누구와 다르게) 매사 겸손하기까지 해 시엄마(인수대비)와 시할머니(정희대비)에게 이쁨 받았다고 한다. * 그래서 연산군이 엄마를 닮아 키가 크고 마른 '졸잘남'이었다고 한다. "억울하게 일찍 죽은 우리 엄마 얼굴이 너무 보고 싶다"고 했을때 윤씨의 얼굴을 아는 신하가 "전하, 그럼 거울을 보셈"이라고 했다는 야사가 있다.
그렇게 검박하고 착했던 윤씨가 (이준석처럼) '黑化'한 것은 성종이 임신한 자신을 외면하고 밤마다 다른 후궁 처소를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당대표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제가 흑화하지 않도록 만들어주십시오. 제가 흑화하면 것도 재밌을 겁니다, 진짜. 저같이 여론선동 잘하는 사람이 흑화해가지고 그러고 다니면은, 기대해도 될 겁니다. "라고 한 바 있다.
질투에 눈이 먼 윤씨는 급기야 성종에게 후궁들을 독살하려한 정황과 증거물을 들키게 되고, 정희대비와 인수대비까지 "저 년이 저러다가 주상도 죽일 년이네"며 폐비를 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성종이 천년만년 임금할거도 아니고, 폐비 시켰다가 원자가 왕이 되면 우리는?) 신하들은 "한번만 좀 참으세요" 라고 해서 일단 없던 일이 된다.
대신 독극물 비상을 궁내로 반입한 나인 '삼월이'만 교수형에 처하는 선에서 끝냈다. * 디올백 받는 몰카는 金이 찍혔는데, 모가지는 국정원장이 달아난 것과 비슷한 경우다.
성종 커플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 윤씨는 친정에서 궁으로 "주상이 싸대기를 때렸다. 내 자식들을 데려와 친정에서 살겠다" 는 왕위계승 1순위(연산군)을 친정에서 키우겠다는 발칙한 편지를 써 보내고, 그 와중에 궁에 놔두고 온 젖먹이 차남이 죽는 등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다.
-급기야 마누라 생일날 잔치를 챙기기는 커녕 다른 후궁과 놀고자빠진 성종에게 눈이 돌아간 윤씨는 처소를 급습하여 용안을 손톱으로 할퀴고 만다.
이런 개막장 드라마 저리가라는 상황에도 폐비만은 말리는 신하들에게 성종은 "독극물(비상) 가지고 다니고, 때리지도 않았는데 때렸다고 임금을 무고하고, 그런 여자하고 계속 살라고? 미친거임?" 라고 강변한다.
성종이 "(니들 후환이 두려워 그러는거 알겠는데) 원자가 저렇게 어린데도 저러는데 더 크면? 왕 되면 감당가능?" 고 하자 신하들은 '아닥'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윤씨는 '폐비' 되고 3년 뒤 '사약을 내려 賜死사사' 된다. * 성종의 '사약' 배달,집행은 당시 좌승지 '이세좌'가 했다. 한때 이세좌를 총애했던 연산군이 '뭐 그놈이 이세좌?' 라며 눈이 돌아가 버렸고, 이세좌는 어명을 받은 군인들이 자신의 목을 베러오자 목을 메 자결해 버린다.
시킨대로 잘한 죄로 삼월이와 이세좌를 비롯해 수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 나갔다.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건 메탄올 같은 독극물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