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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를 하라

2007년 한화 김승연 회장이 '청계산'사건으로 남대문경찰서에 출두하기 직전의 일이다.
장희곤 남대문 서장은 회장님 출석을 앞두고 간부들과 출두 리허설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하필 뒷편에 "쇼를하라!" 는 KTF 광고판을 단 버스가 지나가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며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장 총경은 이후 구속됐다 풀려나서, 현재 삼성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장으로 근무중이다.
사람들은 김승연 회장을 손가락질을 하지만, 당시 김동원을 때린 놈은 북창동에서 풀싸롱을 운영하는 건달로 '자기를 쳐다봤다'는 이유로 김동원을 때렸다.
'풀싸롱'이란 술과 성매매를 2시간 이내로 저렴하게 FULL 패키징해서 박리다매하는 공장식 주점을 말한다. 룸싸롱 황제 이경백이 창안한 '초원의 집'이 시초로, 북창동에서 시작해 강남으로 수 많은 업장을 전개하며 떼돈을 벌었다. 소비자의 니즈와 가성비를 절묘히 조화한 상품을 만들어 낸 마케팅의 귀재라 할 수 있겠다.
일반인들이 김동원 같은 일을 당했을때 경찰서 가면 듣는 소리는 "맞은거 CCTV 있어요?" , "좋게좋게 합의하시죠" 정도니,
자기 한 몸과 명예를 희생하시어 무뢰배에게 린치를 가하심으로써 '지가 깡패라도 사람을 함부로 때리면 안된다'고 사회적 경종을 울리시고,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각성시켜 주셨기에 오히려 칭송을 들어 마땅하다.
Lynch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여러명이 한 사람을 때리는(속칭 '다구리')걸로 알고 있지만, 공권력 대신 민간인이 직접 죄를 저지른 사람을 직접 처벌하는 Private Purnishment(私刑)이란 뜻이다.
이런 SHOW를 너무 잘한게 문제였던 대통령이 있었는데, 이제는 대통령이 SHOW를 너무 못해서 문제다.
17일 열린 '금융분야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서두에서부터 "우리 상장기업들이 저평가된 이유는 '과도한 상속세율' 때문이라며, (깎아주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상속세로 고통받는 재벌 일가들을 긍휼히 여기시는 대통령의 깊은 연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통령의 서두 발언 직후 한 유튜버가 저평가 원인으로 "쪼개기 상장"이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아주 완곡하게 얘기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고' 하는 깊은 빡침을 표정과 말투에서 읽을 수 있었다.
증권 트레이더 출신인 '슈카월드' 운영자(전석재)다. 류희림(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출동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통령은 동감한다고 해서 '쪼개기 상장' 얘기도 할 줄 알았더니, 이내 또 기승전 '상속세' 로 돌아갔다. 주구장창 상속세, 상속세였다. * 주야장천(晝夜長川)이 옳은 표현이다.
대통령은 둘 중 하나다. '쪼개기 상장' 즉, 물적분할 후 IPO 문제를 아예 모르거나, 아예 외면하고 싶거나.
'쪼개기 상장'이란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해 IPO(상장)함으로 인해 LG화학 소액주주들이 엄청난 손해를 본 사례처럼 '물적분할 후 상장' 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대주주들에겐 엄청난 이득을,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배신적 행위다.
구글이 동영상플랫폼 자회사 '유튜브'를 IPO 하면 래리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큰 돈을 만질 수 있겠지만, 바로 소액주주들한테 소송을 당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짓이다.
누군들 재벌들한테 잘 보이고 싶지 않겠는가. 윤통이 우리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으로 피해를 입은 주주들보다, 무자비한 상속세율로 고통받는 재벌들을 더 가엽게 여기는 그 마음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설사 맘이 어떻든 간에 일단 쪼개기 상장으로 물의를 일으킨 LG, 카카오, SK 총수들 불러놓고 일단 개 패듯이 팬 다음에 뒤에서 안티푸라민 살짝 발라주면서 "형 맘 사실 그거 아닌거 알지? 내가 끌고 다니면서 폭탄주,떡볶이 먹여서 미안한데 내가 니들 고민 다 알아. 상속세는 형이 해결해주께 임마. 힘내" 이렇게 해야지,
국민들 다 보는데서 대통령이 웃통을 까고 기꺼이 화살을 맞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권 지지자들의 구멍난 가슴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다.
SHOW를 하라가 아니라 SHOW하는 척이라도 해야된다. 용산엔 탁현민 같은 인재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