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화, 그리고 대중
'EPS X PER', 주식 투자를 공부해 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아는 공식일 것이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의 곱으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공식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 의미를 깊이 있게 고민해보고 탐구해 본 사람은 적을 것이다. '주식 가격 = EPS X PER'은 '시가총액 = 기업의 실적 X 밸류에이션'이고, 이걸 다시 한번 더 들어가면 '기업의 가치 = 기업이 벌어 들이는 이익 X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풀 수 있다. 아무튼 오늘 이걸 말하려는 건 아니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신이 억만장자여서 A라는 기업을 브루마블 하듯이 살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얼마에 살까?를 고민할 때 가장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저 방법이다. 이 기업이 매년 얼마를 벌어들이고 있고, 내년, 내후년에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거고, 이 산업이 앞으로 어떤 미래가 다가올 것이니 나는 이정도의 프리미엄은 지불할 수 있겠다라고 계산하는 것이다. 중요한건 우리가 주식에 투자할 때, 기업을 M&A할 때에는 해당 기업이 미래에 얼마를 벌어들일 거고, 산업은 어떻게 변화해나갈지는 분석을 참 잘하는데(실제로 분석을 잘 한다기보다 주식 시장이 미래의 이익을 땡겨와 주가에 반영을 하니 그렇다는 말) 실제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내릴 때는 그닥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나는 1991년생으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한 3번 정도 맞이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입시, 두 번째는 코딩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것, 세 번째는 취직이다. 그 중요한 전환점들에서 나는 대중들의 선택이 근시안적이라는 것을 느껴왔다. 매번. 내가 똑똑하고 잘 났고 잘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대중을 이해하는 것이 투자에 있어서도,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에 글로 남겨 놓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팩트니까. 1. 입시판에서 경험 나는 삼수를 하고 대학을 갔다. 삼수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한건 아니었고 재수 때 지원한 대학에 모두 떨어지면서 강제로 삼수를 했던 케이스다. 그러다보니 삼수가 끝나고 원서를 쓸 때 굉장히 보수적이고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과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나는 경제에 관심이 많아 경영학과와 경제학과에 진학하길 원했지만 학교 레벨을 높이되 하위 학과를 가는 것과 학교 레벨을 낮추되 원하는 학과에 가는 것 사이에서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학교 레벨을 높이는 쪽을 선택했고 학과 선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제외한 과는 문과대, 사범대, 정외과 등이었다. 일단 내 성향 자체도 이과 성향이 강하지만 해당 과들에 진학했을 때 내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에 문과대, 사범대 등이 인기가 없던 게 아니었다. 특히 문과대는 그래도 주요 학교들에서 중위과 정도였다. 지금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미래를 상상했을 때 해당 과들이 과연 미래가 있는가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었다. 성장성이 안 보였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러다 내 눈에 띄었던 과가 보건행정학과였다. 지금은 보건정책관리학과로 이름이 바뀌었다. 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커리큘럼을 모두 봤던 기억이 난다. 인상적이었던건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과 관련 행정 시스템에 대해 배우고 병원 경영 쪽도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보건이라고 해서 말라리아나 뭐 질병 같은걸 배우는 줄 알았었다. 아무튼 커리큘럼을 보고는 딱 들었던 생각이 '아 이 분야는 지금은 좀 관심을 못 받고 있어도 내가 졸업할 때 즈음에는 분명 시장이 커 있고 지금보다 사회적 관심이 증대는 되어 있을 수 있겠구나'였다. 실제로 당시 하위학과였던 보건정책관리학부는 요즘 배치표를 보니 꾀나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 내가 주식 투자를 너무 좋아해서 증권사로 왔을 뿐이지 만약 뭐 별 취향도 없고 취직해서 돈이나 벌 성격이었으면 취직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을 거다. 그만큼 수요가 많으니까. 만약 그 때 점수 맞춰서 정외과나 어디 국어국문학과, 또는 그때 당시는 보건정책관리학과보다 컷이 높았던 철학과에 갔어봐라... 상상도 하기 싫다. 2. 2010년대 중반, 코딩 열풍을 보며 지금이야 당시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장과 이를 활용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으로 인해 IT 개발자 수요가 증대되었음을 분석할 수 있지 그 당시 시대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거시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힘들다. 숲을 만드는 대류현상을 알지는 못하지만 숲이 점차 변하고 내 옆에 있는 나무가 다른 종류로 바뀌는 현상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