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망생의 작업실

나보고서

김도형 글
매년 나만의 ‘올해의 어워즈’를 작성한다. 올해의 인물, 올해의 노래, 올해의 장소 등등.
2년째 내 자취방이 올해의 장소로 선정되었으나 2024년의 올해의 장소는 내 작업실이 될 예정이다. 자취방과 작업실을 동시에 유지한다는 건 여러모로 꽤 무리가 있는 선택이었으나,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하려 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다’라는 아무개의 말을 듣고 일단 저질렀다.

내 작업실은 창이 넓고 층고가 높다. 벽이 많아 작품을 걸기에도 용이하다. 양옆에는 일반 사무실이 들어와 있는데 나는 주로 6시 이후에 작업실을 이용하므로 다른 사람을 마주칠 일도 거의 없다. 1층엔 카페가 있으며 바로 앞에는 안산천이 흐르는 공원도 있다.

아주아주 더러운 내 작업실. 작업실에서는 주로 유화 작업을 한다. 작업실이 생긴 뒤 가장 좋은 점은 내 작업을 여기저기 널어놓을 수 있다는 거다. 작업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왠지 열심히 사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정리는 내일 할 예정이다.
아주아주아주 더러운 내 작업대. 솔직한 모습을 담기 위해 일부러 정리는 하지 않았다.(아니다) 작업은 하기 싫은데 놀고 있는 나를 견딜 수도 없다면 작업실에 앉아 화방 쇼핑을 하면 된다. 학창 시절에 공부하기 싫어 문구점에서 볼펜 쇼핑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도형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1.
입냄새를 신경 쓴다
2.
고양이를 유혹하고 싶어 한다
3.
소화가 잘 안된다
4.
눈이 자주 건조하다
5.
토레타를 좋아한다.
여기서 오답은 5번이다. 토레타를 좋아하지는 않고 편의점에서 행사하길래 사 마셨다.
책상의 탈을 쓴 선반. 비슷한 예로 실내 자전거의 탈을 쓴 빨래대를 들 수 있다. 가끔 식탁의 역할도 수행한다.
매일의 할 일들을 적어놓고 하나씩 지워나갈 때의 쾌감이 있다. 그런데 침착맨의 말처럼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을 때의 쾌감이 더 크다.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를 주제로 회화 작업을 해왔는데, 최근 홍경한씨의 강의를 듣고는 회화 작업을 멈추고 미술사 공부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2년전 주땡땡 친구가 ‘이제 스킬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작업실에 앉아 작업만 많이 하는 것도.’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다작이 미덕이라고, 그 어떤 회화적 아우라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최근 들어 주땡땡 친구의 그 말들에 점점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당시에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강의를 듣고도 생각을 고쳐먹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역시 상대에게 씨앗을 건네주듯이 말할 줄 아는 사람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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