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는 나의 태양이 있다. 거의 들지 않는 햇볕을 대변해주듯, 나의 태양은 밤낮으로 밝게 빛난다.
본가에서 나와 산 지 어언 5년 반이 지났다. 처음 3년 동안은 마음 속에 태양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만들 재료가 부족한지 작은 태양이 생길랑말랑.
마음 바깥에 태양을 만들어보려고도 했다. 그 노력은 결실을 맺으려는 듯하면서도 나의 따뜻한 나무에서 다 자라기도 전에 자꾸 떨 어져 내려갔다. 조용하고도 차가운 방이었다.
다른 방으로 옮겨갔다. 나만의 하늘과 나만의 태양이 있는 방으로. 높아서 내가 닿지 않을 수 있는 방으로. 태양빛은 내 몸에 어느새 스며들어 몸 안에 두 번째 작은 태양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 작은 태양이 3년 전처럼 허무하게 없어지지 않도록 태양에 더욱 불을 지핀다. 장작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넣는다.
1. 하얀색 집
나 혼자 남은 집은 그 어느 곳보다도 가장 본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의 아이 같은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내가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나를 부끄럽게 만든 다. 그래도 집은 하얀색이라서, 본능도 행동도 하얗게 만들어 나의 부끄러움을 흡수해간다.
똑바르게 정리되었던 마음은 집을 나서면 조금씩 휘어진다. 마음은 곡선으로 휘저어지고, 그 흔적들이 중첩되어 직선은 어느새 동그라미로 바뀐다. 동그라미는 선 끝이 서로 묶여 긴장되어 있는 상태의 마음이다. 나는 ‘곡선인간’이 된다. 선 끝으로 닿지 않아 타인을 만나면 절대 상처를 입힐 수 없는(찌를 수 없는) 곡선인간 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긴장되어 있던 마음이 풀려 다시 스르르 직선이 된다. 하얀색으로 뒤덮인 내 집에는 보이지 않는 하얀색 가위가 숨어 있다.
예전부터 집에 있는 게 엄청 좋았다가 싫었다가 했다. 싫으면 아침부터 밤까지 밖에 있다 잠만 집에서 잤다. 하얀색 집은 공허한 느낌을 커지게 만들었다. 잡생각이 많아지게도 했다. 어떤게 싫다 좋다… 이런 직선적인 감정이 들게 해서 나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직선적인 감정은 커가면서 타인에게는 숨겼던 감정이다. 계속 곡선의 감정만을 내보였고, 무언가를 합리화시키고, 수습하는 데 애를 썼다. 이유 붙이는 행위를 강요 받아왔고(이 말 마저 합리화하는 말이다.), 그것이 내 깊은 곳 에 자리잡은 결과였다. 내 마음 속에는 여러 색의 곡선의 감정이 섞여있다.
그래도 집은 하얀색이라서, 집에 있는 것만큼은 이유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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