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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자국
5인의 비서울인이 바라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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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서가] - S의 작업
김소현 작업 김소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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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겨울] - J의 작업
전예슬 작업 김소현 디자인 사진 출처 픽사베이 요즘 너무 덥다가 너무 춥다가 어떤 옷을 입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겠다가도, 기모를 꺼내야 할 확신이 드는 한기를 느끼고는 몸집을 부풀리게 되었다. 몸과 점차 커지는 옷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는 게 싫어서 몸을 늘려보기도 하고, 옷을 더 두껍게도 하면서 그 빈 공간을 조율한다. 서울에서 지낸 지 5년이 넘었다. 느껴온 서울의 계절의 개수가 손가락 발가락을 모두 세고도 남아서 이제는 서울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떤 모습인지 알만도 한데, 전혀 그러지 못한다. 같은 곳을 가도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서울이다. 그래도 어딜가든 서울의 목적지에 도착하면 산이 반겨주었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당산역과 합정역을 지나는 지하철 창밖의 강이 나를 반겨주었다. 다시 서울겨울의 아름다움을 느끼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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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와 눈발] - K의 작업
김효주 작업 김소현 사진, 디자인 한채영 편집 슬리퍼와 눈발 아직 이른 새벽, 술이 덜 깬 사람 무리는 연기가 난다 셔터가 내려진 가게들이 쉭 쉭 지나간다 요깃거리를 사자 골목의 귀퉁이 편의점에서 몸을 녹입시다 띵- 30초 돌린 김밥을 들고 다시 달려 폐를 타고 뱃속까지 스며드는 겨울의 공기가 몸속에서 차오르는 온기와 접한다 이건 줄다리기인데 들숨에 냉기가 날숨에 온기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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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H의 작업
한채영 작업 김소현 디자인 왜 내게는 호그와트행 편지를 문 부엉이가 찾아오지 않는 걸까.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소설 《해리포터》속 마법 학교 호그와트는 상상의 세계라는 것을 물론 알고 있지만요. 만약 호그와트로의 초대장이 도착한다면 새로운 기회와 환상적인 세계를 향해 기쁘게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사람들 모르게 존재하는 마법 세계, 옷장을 통해 들어가는 환상의 나라, 꿈을 꾸다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는 내용... 어딘가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별세계로 떠나는 소설은 글을 막 읽기 시작했던 무렵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장르보다도 제 마음을 사로잡곤 합니다. 이상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 어렸을 적에는 순수한 모험심이나 설렘 때문이었다면, 지금에 와서는 진로와, 직업과, 보다 현실적인 고민들이 묻어 보다 복잡한 감정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완전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나, 돈... 명예... 세속적인 가치들을 버릴 만큼 완전한 충족감을 주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 그렇다면 유토피아에 대한 동경은 어쩌면 현실에 대한 회피일까요? 그렇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운 구석이 참 많이 존재하고, 시선을 사로잡고 감탄을 자아내는 것들이나, 별 이유 없이 단지 마음이 끌린다는 이유만으로 애정을 줄 것들로 충만합니다. 한때는 환상을 가졌었던, 그러나 지금은 완전한 일상이 되어버린 서울에서 만난 일상의 순간들과 유토피아로의 '입구'를 합치는 작업은 여기서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환상세계로 향하는 문이 열렸을 때, 떠나기를 망설일 수 있도록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기를 바라는 소망과, 새로운 세계로 발걸음을 떼더라도 그 모든 이유가 순수한 '모험심'과 '즐거움'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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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돌] - D의 작업
김도형 작업 김소현 디자인 날씨가 풀려서 [서울의 돌] 작업을 시작했다. 안산 작업실에서 출발해 서울 각 동의 돌들을 줍는 간단한 작업이다. 작업 배경은 이렇다. 나는 인천에서 태어나 안산에 살고 있다. 비서울인의 시각에서 서울은 애증의 도시다. 무얼 하려던 간에 활동의 중심은 서울이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을 드나들어야 한다. 서울의 여러 자원이 부러워 서울에 살고 싶다가도, 숨쉬기도 버거운 인파 속에 묻히거나 도시적인 비극을 접할 때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진다. 이런 생각을 하고 지내던 와중, 안산으로 돌아와 바지를 벗는데 바짓단에서 작은 돌맹이 하나가 떨어져 나왔다. 서울의 돌멩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본 작업을 기획했다. 본 작업에서 돌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공간과 맥락을 상징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매체가 된다. 공간 구획 기준은 서울 행정동 경계를 따랐다. 서울은 총 426개의 행정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적지 않은 개수지만 꼭 완료하고 싶은 작업이다. 안산 작업실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을 찾는다 돌을 주워 라벨을 붙여 봉투에 넣는다 이렇게 주운 돌들을 작업실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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