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영 작업 김소현 디자인 왜 내게는 호그와트행 편지를 문 부엉이가 찾아오지 않는 걸까.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소설 《해리포터》속 마법 학교 호그와트는 상상의 세계라는 것을 물론 알고 있지만요. 만약 호그와트로의 초대장이 도착한다면 새로운 기회와 환상적인 세계를 향해 기쁘게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사람들 모르게 존재하는 마법 세계, 옷장을 통해 들어가는 환상의 나라, 꿈을 꾸다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는 내용... 어딘가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별세계로 떠나는 소설은 글을 막 읽기 시작했던 무렵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장르보다도 제 마음을 사로잡곤 합니다. 이상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 어렸을 적에는 순수한 모험심이나 설렘 때문이었다면, 지금에 와서는 진로와, 직업과, 보다 현실적인 고민들이 묻어 보다 복잡한 감정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완전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나, 돈... 명예... 세속적인 가치들을 버릴 만큼 완전한 충족감을 주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 그렇다면 유토피아에 대한 동경은 어쩌면 현실에 대한 회피일까요? 그렇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운 구석이 참 많이 존재하고, 시선을 사로잡고 감탄을 자아내는 것들이나, 별 이유 없이 단지 마음이 끌린다는 이유만으로 애정을 줄 것들로 충만합니다. 한때는 환상을 가졌었던, 그러나 지금은 완전한 일상이 되어버린 서울에서 만난 일상의 순간들과 유토피아로의 '입구'를 합치는 작업은 여기서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환상세계로 향하는 문이 열렸을 때, 떠나기를 망설일 수 있도록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기를 바라는 소망과, 새로운 세계로 발걸음을 떼더라도 그 모든 이유가 순수한 '모험심'과 '즐거움'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