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다’는 착각
어떤 문장은 평생 뇌리에 박힙니다. (제 뇌의 유익균들은 (뇌에도 미생물이 있겠죠?) 그런 문장을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비옥한 문장을 뇌의 양식 삼아 주기적으로 채워주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 때 전공 교수님 중 sarcasm 이 일품인 분이 계셨습니다. 교수님의 고급 유머에 우리 모두 깔깔댔지만 수업이 끝나고 흩어질 때면 '교수님, 또 이 모든 게 우습다며 신랄하게 까셨군.' 하고 뒤늦게 타격이 찾아오는 식이었습니다. 어느 날 교수님이 ‘앎’에 대한 짧은 문장을 꺼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안다는 것은 행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하여 행하지 않는다면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느 때처럼 대상모를 풍자와 함께 금새 지나간 문장인데 저는 수업이 끝나고 학식을 먹으면서도,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 이후 몇 년간 수시로 밥을 먹을 때, 길을 걸을 때 그 문장을 떠올립니다. 가슴 속에 큰 짐인지, 구멍인지를 남겨두신 셈이죠. 안다고 믿지만 행하지 않는 진실이 있을 때 앎을 자문하게 된 겁니다. 칼질을 잘못하면 손가락 다칠 것을 알 듯, 삶은 언젠가 끝남을 알 듯, 1에 1이 더해지면 2가 됨을 (좋은 예시가 아닐지도…) 알 듯이 그 앎과 같은 방식으로, 장사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풀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혼자가 아닌 팀일 때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관련하여 김동호 대표님의 글에서 와닿는 부분도 발췌해둡니다. 결국 앎은 말해지고, 행동되어야지만 실현될 겁니다: • 나아가 회사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자질을 꼽자면 1) 어디로 가는지 명확히 아는 것(to know where you’re going.), 2) 그것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것(all of life is about convincing people to do what you want),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3) 솔선수범(the most effective way is to do what you want people to do lead by example.)입니다. 번외로 교수님이 또 다른 수업 시간에는 “가위 한 자루”의 은유를 말씀하셨던 것 또한 재밌습니다. 유일의 이데올로기가 삶 전체를 지배할 때 가위 한 자루를 처음 가져본 마냥 모든 보이는 것을 그 가위로 자르고/재단하고 다닌다고요. 즉 나의 앎이 꼭 진실을 가리키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둘 모두 극복할수도 떨쳐낼수도 없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주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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