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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17 육하영

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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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인생 연습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인생 연습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사랑을 연습했고 이별을 연습했으며 결혼을 연습했다. 연습을 하다 보니 그에겐 이미 아내와 자식 둘이 있었다. 모범 가장을 연습하기 위해 그는 술도 끊고 담배도 끊은 채 오로지 가정에만 충실한 적도 있었으며 가정 파탄을 연습하기 위해 외도와 도박과 술로써 방탕한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폭력을 휘두르며 집을 부술 때면 아내와 아이들이 울었으나 그 슬픔과 공포 또한 감정 연습에 불과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결혼 생활을 몇 년 한 뒤에 그는 이제 이혼을 연습할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혼에 실패했다. 아내는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해서 이혼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이혼 연습을 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일부일처제에서는 법적으로 그것이 불가했다. 이혼 연습이 잘 안 되자 그는 이번엔 살인 연습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벌건 대낮 경찰서 앞을 지나가는 청년 하나를 칼로 찔러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그리고 감옥에 갔다. 거기서는 별로 더 연습해 볼 만한 인생이 없었다. 그는 감옥에서 고독을 연습했고 절망을 연습했으며 허무를 연습했다. 그러다가 인생 연습을 그만두고 이제는 세상으로 나가겠다고 간수들에게 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형집행일이 되었을 때 그는 중얼거렸다. "이제 나는 죽음을 연습한다. 죽은 다음에는 인생 연습을 끝내고 멋진 인생을 살아봐야지.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사라졌다. 최승호 시인의 <인생 연습> 은 시집 <눈사람 자살 사건>에 수록된 첫번째 산문시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운문시보다 산문시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시라고 하기에는 단편 소설 같은 느낌과 어딘가 짧은 조각글 같은 느낌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전혀 시 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간편하고 각 잡고 보지 않아도 되는 시. 산문시를 이리저리 찾아 보다가 최승호의 <눈사람 자살 사건>이라는 시집을 알게 되었다. 그 시집에서 제일 여운이 남는 시를 고르라고 한다면, <눈사람 자살 사건>과 오늘 이야기 나눌 <인생 연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육하영
박노해, 첫마음
한 번은 다 비치고 다시 겨울나무로 서 있는 벗들에 저마다 지닌 상처 깊은 곳에 맑은 빛이 숨어 있다 첫마음을 잃지 말자 그리고 성공하자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첫마음으로 박노해 시인의 짧지만 강한 여운을 주는 시 <첫마음>이다. 필자는 세상의 이 많은 사람 중 어느 누구도 가슴 속에 상처를 품고 다니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 라는 말이 있는 것 처럼 우리는 생각보다 원망하고 내가 당했던 일들을 곱씹으면서 복수를 꿈꾼다. 자신이 받은 상처가 크던 작던 가슴 속에 철저히 못 박아놓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상처에 가려진 빛을 못보기 일쑤이다. 계속 그 상처에만 머물러 살고는 빛을 향해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물론 아주 극단적이게 전혀 실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앙심에 가득 차 좋은 마음을 잊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첫마음. 첫마음이란 무엇일까. 첫마음은 무슨 상태일까. 필자는 시에서 말하는 첫마음이란 상처받지 않았던, 순수했던 우리의 태초 상태하고 생각한다.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백의 상태. 하얀색이 얼룩지고 검게 그을리면, 아무리 지워도 원래의 상태를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잊지 말자가 아닌 잃지 말자인 것도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상처로 인해 검게 변해버린 우리 마음 때문에 원래의 순결했던 하얀 마음을 잃지 말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검은 마음으로 성공하는 것과 하얀 마음으로 성곡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나에게 더 행복한 일인지 생각해보자. 아마 대부분 후자를 고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어딘가 모순된 문장이다. 보통 참혹하다와 아름답다를 연결지어 사용하는가? 아니다. 참혹하다와 아름답다는 반대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라는 문장을 씀으로써 우리는 세상에 참혹하게 무너져 내렸으나, 그럼에도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육하영
모진 소리
모진 소리를 들으면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더라도 내 귀를 겨냥한 소리가 아니더라도 모진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쩌엉한다. 온몸이 쿡쿡 아파 온다 누군가의 온몸을 가슴속부터 쩡 금 가게 했을 모진 소리 나와 헤어져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고개를 수그리고 내 모진 소리를 자꾸 생각했을 내 모진 소리에 무수히 정 맞았을 누군가를 생각하면 모진 소리, 늑골에 정을 친다 쩌어엉 세상에 금이 간다. 2003년에 발표된 황인숙의 <모진 소리>는 타인에 대한 모진 소리가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잘 알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내뱉는 모진 소리들과 그리고 내가 밭았던 모진 소리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이 시에서 '모진 소리'는 상처를 주는 말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동까지 포괄적으로 의미하고 있다. 1연을 보면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더라도, 내 귀를 겨냥한 소리가 아니더라도' 라는 문장에서 모진 소리가 소리를 낸 사람이나 소리의 대상이 아닌 제삼자의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일꺠워주고 있다. 작가는 2연에서 넘어가 화자가 내뱉었던 모진 소리들을 ㄸ설명하며 깊이 성찰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 시의 특징은 아무래도 재미있는 의성어를 반복해서 사용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쩡'이라는 의성어를 변형하고 반복하고. 그럼에 모진 소리에 받는 상처를 강조되어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다. 의성어를 반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사한 문장을 반복해서 사용해 의미를 강조하고 운율을 느끼게 한다. 1연에서의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더라도, 내 귀를ㄹ 겨냥한 소리가 아니더라도' 라던가 2연에서의 '내 모진 소리를 자꾸 생각했을, 내 모진 소리에 무수히 정 맞았을'이라는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쩡'뿐만 아니라 그 뒤에 쿡쿡을 사용한다던지, '쩌어엉 세상에 금이 간다.'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모진 소리로 인한 강처가 커져가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가 띵해졌다가 저릿저릿 아파져 가는게 온몸으로 확산이 되는 듯한 그런 느낌.
육하영
단편소설 서평
중장편소설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