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인생 연습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인생 연습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사랑을 연습했고 이별을 연습했으며 결혼을 연습했다. 연습을 하다 보니 그에겐 이미 아내와 자식 둘이 있었다. 모범 가장을 연습하기 위해 그는 술도 끊고 담배도 끊은 채 오로지 가정에만 충실한 적도 있었으며 가정 파탄을 연습하기 위해 외도와 도박과 술로써 방탕한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폭력을 휘두르며 집을 부술 때면 아내와 아이들이 울었으나 그 슬픔과 공포 또한 감정 연습에 불과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결혼 생활을 몇 년 한 뒤에 그는 이제 이혼을 연습할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혼에 실패했다. 아내는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해서 이혼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이혼 연습을 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일부일처제에서는 법적으로 그것이 불가했다. 이혼 연습이 잘 안 되자 그는 이번엔 살인 연습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벌건 대낮 경찰서 앞을 지나가는 청년 하나를 칼로 찔러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그리고 감옥에 갔다. 거기서는 별로 더 연습해 볼 만한 인생이 없었다. 그는 감옥에서 고독을 연습했고 절망을 연습했으며 허무를 연습했다. 그러다가 인생 연습을 그만두고 이제는 세상으로 나가겠다고 간수들에게 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형집행일이 되었을 때 그는 중얼거렸다. "이제 나는 죽음을 연습한다. 죽은 다음에는 인생 연습을 끝내고 멋진 인생을 살아봐야지.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사라졌다. 최승호 시인의 <인생 연습> 은 시집 <눈사람 자살 사건>에 수록된 첫번째 산문시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운문시보다 산문시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시라고 하기에는 단편 소설 같은 느낌과 어딘가 짧은 조각글 같은 느낌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전혀 시 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간편하고 각 잡고 보지 않아도 되는 시. 산문시를 이리저리 찾아 보다가 최승호의 <눈사람 자살 사건>이라는 시집을 알게 되었다. 그 시집에서 제일 여운이 남는 시를 고르라고 한다면, <눈사람 자살 사건>과 오늘 이야기 나눌 <인생 연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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