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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원 드림
ⓒ 머시기 님 사가 에스텔은 송태원의 삶으로 생을 불어넣었다. 송태원은 사가 에스텔의 품에 잠겨 죽겠다고 결심했다. 나의 다정한 반려. 제가 당신의 바다에 깊이 빠지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머시기 님
  1. 그림
Sep 9, 2025
송태원 드림
© 사월 님 어느 때에도 서로를 보호한다는 약속을 맺었으므로 송태원이 던전을 공략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둘은 따로 행동하는 법이 없었다. 사가 에스텔은 송태원의 또 다른 인벤토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었다.
사월 님
  1. 그림
Apr 2, 2025
세리자와 카츠야 드림
ⓒ 한 님 시간은 세설처럼 흔적을 남기곤 했다. 언제나 그랬다. 돌아본 자리는 언제고 폐허일 때가 잦았지만, 그 폐허조차 제 손안의 것이라 울음을 뭉개고 앞으로 걸었던 기억이 무수했다. 세월은 그에게 나이테를 안기고 그는 세상에게, 혹은 사람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와는 아주 별개로. 그러나 이 세상에는 기어코 끌어안아 남긴 흔적마저도 훌훌 벗어놓고 떠날 것 같은 사람도 몇쯤은 존재하는 법이다. 고백하겠다. 세리자와 카츠야는 그것이 두려웠다. 어떤 이름이 있다. 눈을 감아도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다. 어떤, 희고 창백한 인영은 바람이 불면 연기가 되고 세설이 되고 꽃잎이 되어서 저 멀리로 사라졌다. 세상이 제 옷자락을 붙들고 이곳에 남으라고 애원하는 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저 멀리에 시선을 둔 채로 머리카락 끝부터 사그라드는 것이다. 어느 전래동화 속 나무꾼은 떠나갈 존재를 붙잡으려 날개옷을 훔쳤다가 결국에는 벌을 받아 하늘만을 그리워하는 수탉이 되었다고 했지. 선녀가 있는 곳은 하늘이라, 죄를 지은 나무꾼은 옷자락 한 겹 손에 쥐지 못하고 하늘만을 그리워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당신이 떠나면 저는 어느 곳을 향해 그리워하면 좋을까. 세리자와 카츠야는 손을 뻗어 선녀의 날개옷을 붙드는 상상을 했다. 아, 차라리 벼락이 떨어지거나 지엄한 신의 손가락질 아래 머리라도 숙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당신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채 왔으니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사라질 것이다. 그는 눈을 떴다. 눈 밑이 축축했다. 차마 구겨버리지도 못하고 쌓인 편지들이 보였다. 꼭 어딘가 한 구절씩 말을 절던 편지 몇 장 위로 눈물 자국이 남은 것이 보였다. 부러져버린 펜 몇 자루가 함께. 그러고도 당신 이름을 구길 수 없어 두 음절짜리 이름만은 어느 편지고 단정했다. 세리자와가 뺨에 묻은 물기를 거칠게 닦아내고는 정자로 책상 앞에 앉았다. 완성해야 할 미련이 있었다. /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 당신을 저는 아직도 자주 떠올립니다. 제 눈꺼풀 뒤의 당신은 언제고 두 발을 허공에 둔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사실은 정말로 두 다리로 생애를 지탱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는 사람은 저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무구하지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 저는 눈앞의 구원만 있다면 이 세계 따위는 다 타들어 가도 좋으리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고, 당신에게는 사람의 몸으로 신으로 추앙받았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가끔은 까닭 모를 동질감을 느끼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웃어버리고야 맙니다. 당신은 저와 같지 않으리라는 걸 아주 오래 전의 제가 깨우쳐 주는 것처럼요. 저는 지나치게 강한 이능력 때문에, 당신은 당신을 신령으로 추앙하던 무수한 이들 탓에 오롯 인간이었던 세월보다는 도구나 어떤 존재에 가까웠을 것을 압니다. …어쩌면 그런 삶이 우리에게는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최근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제가 알지 못하는 것을 가르칩니다. 배워보지 못했던 것들.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 인생에서 일고의 고민도 필요 없었던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삶 속에서 유수처럼 흘려보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삶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이전 흘러가던 삶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 안에 꽈리를 틀고 앉은 어떤,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저를 찌를 때가 많습니다. 건물을 부수고 인간임을 잊었던 날들. 수치를 모르는 날들이었습니다. 누군가 배움은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제 배움은 제 과거의 해상도를 높이는데, 그 과거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은 탓에 고개를 돌려 도망가고 싶을 때가 여럿입니다. 그래도요, 고백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이런 생애를 허우적거리며 휘청거리다가 기어코 넘어져 꼴사납게 구를 때에도, 이전보다는 낫더군요.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삯에 대해 이제 와 고민하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마는, 비틀거리면서도 지금까지는 바닥 한 번 제 다리로 지탱해 보지 않았음을 깨닫는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일이 가끔은 버겁지는 않습니까. 비틀거리고, 꺼꾸러지는 것 같고. 이따금은 지구가 공전하는 궤도에 맞춰 빙글빙글 돌다가 멀미가 날 것도 같지 는 않습니까. 제 이야기입니다. 당신도 이따금은 그렇게 살지 않을까 해서.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언제고 이 자리에 있으리라는 사실입니다. 오늘 점심때는 빵을 뜯어 비둘기들의 모이로 던져줬습니다. 내일은 꽃 한 다발을 사들고 영등등 사무소로 가볼까 합니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땅을 디디고 걸어가 호수 구경을 하고, 쓸모없는 잡담을 나누고, 이유 없는 태만을 조금씩 깨물어 먹으며 나무 그늘 아래에 멎어있고. 그렇게 당신이 신이 아니고, 제가 어떤 재앙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렇게 할까요, 우리. 당신이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기에 저는 당신에게 이 세상을 남겨볼까 합니다. 내일의 햇살은 따스할 모양입니다. 당분간은 비 소식이 없다고 뉴스에서 떠드는 것을 들었습니다. 내일은 학교가 쉬는 날이군요. 꽃을 들고 가면 시간을 내주실까요. 당신에게 안기거든 그게 이 세상에 박편 정도는 될까요. 소리 내 묻지는 않겠습니다. 그저 눌러 담은 바람입니다. 오늘은 달빛이 분분합니다. 하니 오늘 밤 머리맡에는 좋은 기억만 앉았다 가길 빌겠습니다.
한 님
Dec 4, 2022
나카토미노 카마타리 드림
ⓒ 한 님 돌이키지 않을 인사는 하지 않겠다. 무뢰배의 방식이지만 이 밤 다시금 인사를 씹어댄들 내 진심은 거기 없을 까닭이다. 내내 입으로 뱉던 그것이 인사가 아니었느냐고 묻거든 그 소리를 뉘게 들었느냐고 되물을 테지. 나는 한평생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말이니. 하나 진정 안녕이 돌아옴과 동시에 떠나간다는 함의를 가졌거든 입 밖으로 제대로 비어지지 못한 단어들은 분명 내 기도에 들러붙어 있을 테다. 오늘은 수더분한 인상의 신관이 흰 머리를 틀어 올린 채 굽어진 길을 가는 것을 보았다.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어둠 속 숲이라도 반딧불이가 있는 탓에 두렵지 않다는 말이 돌아왔다. 너는 이 이야기를 믿겠나. 초라한 희망이나 삶에 잘못 찍힌 것 같은 흰 반점들이 한 생애를 떠받치는 들보가 된다는 문장 말이다. 그리하여 어둠 속 먼 길을 돌아도 결코 두렵지는 않노라고 고할. …오만. 그래, 인정하마. 너는 그걸 희망이나 다정 따위의 달큰한 언어로 다시 읽으리라는 사실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아름답지 않고, 사람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 세월을 바치며, 업業 위에 다시금 쌓이는 것은 세설 같은 업業에 불과한지라. 나는 빛을 내는 만화경 너머의 풍경을 알지 못한다. 도리 위에 욕심을 얹는 자들의 목을 수십 거두고, 숫제 친구 같은 죽음을 내 목에 두르고 거리를 걷거든 한낮 태양 아래에서도 그림자 어린 귀퉁이로 눈을 돌리게 되더군. 해서 종종은, 네 눈이 나를 바라보는 걸 읽을 때면 네가 내 바닥을 짚는 것만 같더군. 어찌, 수치스럽게도 숨은 쉬어졌다. 일평생 익힌 것이 혈겁으로 지은 비단옷을 베고 쓰러져 잠드는 것뿐이라서. 부끄러움마저 뉘게 배워야 할 것만 같았지. 의인은 마땅히 행복하고, 악인은 마땅히 불행해야 하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일 텐데, 너를 보고 있으면 그제야 삶이 욱신거린다. 언제고 삶으로 살아 행복해질 가치가 있는 생애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았는데도. 이제야 알겠다. 정이 무서울까, 거기에 욕심을 들이는 금수가 무서울까. 희망이 두려울까, 내 눈앞에 놓일 극독이 두려울까. 나는 그저 햇살이…가끔은 햇살이 두려워서. 혹은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어질 것만 같은 때가 있지. 너는 아마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못난 현실에서 달그림자를 자처하다가 아주 검어져 버린 생애다. 손을 뻗어도 그 무엇도 붙잡지 못해야 마땅할 허랑방탕한 생. 헌납할 곳 없는 두려움을 나는 아마 오늘 밤에도 간신히 벗어 서랍에 넣어두겠지. 오늘은 유난히도 달무리가 짙다. 햇살이 그리운데도 고작 촛불에 눈이 멀 것 같아서 이만 필을 놓는다. 오늘 밤에도 네 그림자 대신 검한 미련이 앉았다 가는구나. 그러니 너는 꿈에서라도 햇살의 한복판이기를 빈다. 나는 너를 그리워하며 새벽을 앓겠다. / 그는 여기까지 쓰고 손에 쥐었던 붓을 내려놓았다. 달무리 틈새로 가느다랗게 새어 들어오는 달빛이 흐렸다. 내일은 날이 화창치 못할 모양이구나. 입술로만 속삭인 그가 말라가는 편지지 끝을 바라봤다. 정갈하게 적은 글씨가 온통 흐린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는 문장이 그곳에 있었다. 본인에게는 결코 닿아서는 안 되는 간절이 그곳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짧게 소리 내 웃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편지지를 들어 올려 촛불 위에 가져다 댔다. 그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가느다란 화선지가 불길을 먹고 시커멓게 물드는 과정을. 그건 꼭 세설이 돋을새김 된 조각 위로 내려앉는 과정 같았다. 영원할까. 그게 아니면 영원하지 못할까. 잿가루를 한데 모아 창밖으로 털어내자 저 멀리서 봄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니지, 아니다. 온통 겨울이어야지. 창백하게만 희어야지. 그가 가만히 몸을 일으켰다. 단정히 접힌 겉옷을 집어 들고, 새벽의 열상이야 겪지도 않았던 사람처럼. 그래, 마중을 나가야지. 가만, 잠시 감은 눈꺼풀 너머 어떤, 한 사람의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어쩐지 태양의 소맷자락을 붙잡은 것만 같았다.
한 님
Nov 27, 2022
송태원 드림
ⓒ 맥콩 님 송태원과 사가 에스텔은 어느 때에도 상대를 보호하겠다며 서로에게 약속했다. 설령 지켜지지 않더라도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약속이었기에 둘은 서로를 반려로 삼을 수 있었다.
맥콩 님
  1. 그림
Aug 25, 2022
송태원 드림
ⓒ 포라 님 심해 끝에서 오직 저만이 죽지 않았기에 살아가는 삶. 스스로 죽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생. 두 세계는 서로와 마주했고 비로소 살기 시작하였다.
포라 님
  1. 음악
Jul 28, 2022
송태원 드림
ⓒ 1kkong4 님 그것은 오직 근원을 위하여 만들어졌다. 그 존재는 티끌을 고려하지 않는다. 수호자의 본분을 다하려면 때가 왔을 때 저와 관련된 모든 기억과 기록을 열화시켜야 했다. 송태원은 그의 반려로 오롯하게 기억을 남기는 것이 허락된 존재다.
1kkong4 님
  1. 그림
May 3, 2022
아이반 로덴 드림 (망애증후군)
ⓒ 순무 님 망가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망가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느 시점부터는 망가진 것이고, 어느 시점부터는 망가지지 않은 것일까. 사실 모든 인간은 조금씩 망가져 있는 것이고, 살아가며 조금씩, 조금씩 더 망가져 가는 것은 아닐까. 돌을 쌓아 만든 탑에서 돌이 하나씩 떨어져, 바닥에 뒹굴어도 탑은 그리 쉬이 넘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무언가 떨어져 나간 분만큼 더 많은 것을 지고 있던 돌이 빠지는 순간. 탑은 무너져 내려버리는 것이다. 떨어지는 돌들은 아래의 것까지 뭉그러트린다. 결국, 높았던 탑은 뿌리조차 남지 않고 조각난다. 저들끼리 부딪치며 깨어진 돌조각만이 바닥에 나뒹군다. 그때가 되면 늦었다. 탑을 다시 쌓아 올릴 수 없게 된다. 느긋함과 느릿함은 다르다. 손을 느릿하게 뻗어 미간을 꾹 짓누른다. 아니, 손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쪽이 조금 더 가까우리라. 머리가 멍하다고 할까, 자꾸만 집중하는 것이 막힌다. 사고가 수월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빠른 판단력이 필요한 로열 가드로써는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당연한 절차는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반 로덴은 그저 가만히,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자신조차도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오로지 기억나는 것은, 기억나지 않는 것. 기억나지 않는 이와 기억나지 않는 일을 한 기억. 기억이라기보다는 기억의 조각에 가까운 그것만이 지금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아이반 로덴은 자신을 향해 그렇게 읊조렸다. 자신은 로열 가드. 오로지 왕실을 위해 살아가며, 필요하다면 제 죽음까지도 그들에게 내어줘야 하므로 삶도 죽음도 자신의 의지로 판단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니 이따위 기억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왕실이다. 그는 몇 번이고 그렇게 말했다. 듣는 이가 없는 말은 허공을 맴돌아 바닥에 떨어진다. 말은 바닥에 떨어져 꽃이 지듯이 스러져버린다. 말한 자신조차 듣지 않은 말은 피지도 못한 채 진다. 마치 그처럼. 그. 그게 누구지? 아이반 로덴은 생각했지만, 생각해낼 수 없었고, 결국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순무 님
Jul 10, 2020
아이반 로덴 드림 (현대 AU)
ⓒ 유호키호레 님 사가 에스텔. 기억이 날 지 모르겠군. 그날도 오늘과 같이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지금처럼. 빗줄기가 꽤나 굵었지. 비가 올 거란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기에 우산을 챙길 생각조차 않았다. 덕에 난데없는 소나기로 영락없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될 판이었건만. 어느 순간에 피부 위로 내려앉던 빗방울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차츰 빗물에 옷자락이 젖어들어 한기가 스며들던 차였건만 일순간 제동이 걸린 것처럼 그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조금 의아스러웠다. 다른 이들이 그렇듯, 제 갈 길을 걸어 지나갈 거라 생각했던 인기척이 그대로 곁에 머물러 남아있었으니까. 머리 위로 드리운 그림자는 찰나의 시간이라 칭하기엔 긴 순간을 영유했기에 결국엔 무시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마주한 우산 주인은 낯선 얼굴이었다. 그때의 네 눈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처음 보는 색을 옅게 띈 채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가라앉은 눈으로 날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지. 처음엔 동정인가 싶었으나 단순히 그걸로 치부하긴 조금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 속을 짐작해보려고 잠자코 지켜보고 있자니 이러다 감기에 걸리겠다며 퍽 잔잔히 운을 떼더군. 그 말을 들은 당시엔 오지랖이 넓은 편인가 싶었다. 그렇지만 그게 나쁘게 느껴지진 않았다. 어째서 분명한 타인임에도 마저 가던 길을 가지 않고 내게 우산을 씌워주었나. 네가 입을 열고 나서는 더는 그에 대해 물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게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잔병치레를 할까 염려하기엔 생판 남이었으므로 그것은 빈 말에 가까웠을 게 분명했지만 마찬가지로 그걸 물고 늘어질 생각 또한 들지 않았다. 그 또한 무의미하게 느껴졌으니. 우산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서 감도는 것을 의식하고 나서야 다시금 네가 눈에 들어왔다. 웃었던가. 내 착각이었을 수도 있겠지. 찰나의 순간에 실로 미미했으니까. 이렇게 서 있을 게 아니라 가던 곳이 근처라면 거기까지 같이 가주겠다는 말에 그저 지레짐작하던 것에 조금 더 확신이 생겼다. 오지랖이 넓든가, 착해빠졌다든가. 둘 중 하나이리라고. 덕에 근처 가게까지 더 젖는 일 없이 갈 수 있었다. 소낙비라면 조만간 그치겠지만 언제 멎을 지도 모르는 비를 하염없이 멎기만을 기다릴 생각은 없으니 우산을 새로 하나 사야했었다. 내 손에 우산이 들리는 걸 보고 나서야 본래 가던 길로 몸을 돌리더군. 나릿하게 빗줄기 속을 걸어나가길 얼마, 이윽고 네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서야 나는 네 이름조차 몰랐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오는 길에 요즘 해가 떨어지면 공기가 차다느니, 길가의 한 가게를 가리키며 저 식당의 분위기가 꽤 괜찮다느니 빗소리에 어우러지게 찬찬히 이것저것 읊조렸건만 네 이름은 듣질 못했었다. 그걸 상기하고는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네가 사라진 길목을 바라보기만 했다. 당시엔 이것이 무슨 감정인가 알 수 없었으나 돌이켜보면 그것은 후회에 가까웠던 것 같다. 생소했다. 지나간 일을 곱씹게 되는 것이. 사소하다 할 법한 것에 연연하게 되는 것이. 작은 미련이 바닥의 물웅덩이처럼 고이는 듯했기에 쉽게 발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다시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뜻 들은 일전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이 근방을 자주 다닌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이런 인파 속에서 얼굴을 맞닥뜨리는 건 생각하기에도 요원한 일이었으니. 그러나. 우연이 확신에 가까웠던 예상을 깨뜨렸다. 며칠이 흘렀을까. 그날이 조금씩 흐릿해질 무렵의 주말에 들어선 편의점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의식적으로 그쪽으로 눈이 향했고, 거기에 네가 있었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모를 눈동자며, 잔잔하나 또렷하게 의미를 담고 나직히 읊는 목소리며. 그 하나하나가 그날의 네가 맞노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고 나니 별달리 이렇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날을 굳이 다시 끄집어 입 밖에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계산대 앞에 서서 네가 다른 이들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간결하게 금액이 얼마인지 읊는 걸 들었을 때에 새삼 깨닫게 된 것에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널 다시 봤다는 걸로 만족했다. 문을 나서며 이걸로 충분하다는 걸 느꼈다. 더해서 무얼 덧대고 싶지 않았다.
유호키호레 님
Jun 14, 2019
아이반 로덴 드림
ⓒ 유호키호레 님 나와는 일절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성취도를 떠난 저가 한 행위에 대한 평가나 그에 대한 같잖은 감상을 지껄이는 것은 그저 날을 무디게 만든다. 덧붙여 부품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지난 일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은 오만하게도 약점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뜻과 동일하며 훗날에 발목을 잡을 뿐이다. 그리고.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적어두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실로 무의미한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지금 펜을 쥐고 이렇게 한 자 한 자 써내려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 생각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의미 없는 행위를 하는 건 어쩌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리라. 아니, 그래야만 한다. 스쳐지나가는 연이라 여겼다. 휴턴과 곧잘 붙어다니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조곤거리기를 좋아하는 후보생 하나. 그게 감상의 전부였다. 간혹가다 휴턴과 눈이 마주치면 녀석은 무슨 생각인지 내게로 걸어와 시답잖은 말을 건네곤 했는데 뒤따라온 그 후보생은 곧 휴턴의 말을 받아 이어나가곤 했던 것이다. 이름을 기억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들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하루. 별 우습지도 않은 이유를 들먹이며 건들거리던 녀석들이 있었다. 제 위에 누군가 있다는 게 아니꼬워 실로 한심한 작태를 보이는 어딜 가나 흔히 있는 놈들. 상대하는 시간이 아까웠기에 무시했다. 하지만 놈들은 제 침묵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저들끼리 낄낄대더니 제 본신의 능력이 뒤떨어지는 걸 감추고자 뒷배경을 자랑스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정말로 시시하고 변변찮은 놈들이었다. 값어치란 없는 그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려 하다못해 그걸로라도 이겨보고 싶었던 것일까. 놈들의 말로는 식상할 정도로 뻔했다. 후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후보생으로 뽑혔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으스대며 어깨에 힘을 줄 모습이 선할 지경이니. 금방 떨어져 나갈 것이 자명했다. 그때까지 갈 것도 없었다. 결국엔 응해주지 않으면 치기 어린 어린 아이처럼 금새 질려 이런 유치한 짓거리도 그만두고 말 것이라. 그리 생각하며 역하게도 계속해서 토해내는 소음을 흘려들었다. 그녀가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늘상 휴턴과 함께였건만 웬일로 혼자였다. 충분히 의외였건만 이어 비춘 모습은 평소와는 또 조금 달랐다. 경어를 입에 담았으나 거기에 존중은 없었다. 보다 선을 확고히 드러내기 위해서라는 듯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기어코 끝에는 말로 떠들게 아니라 실력으로 보이면 되지 않느냐며 그치들의 역린을 찔렀다. 무가치한 설전임을 놈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 실력은 내세울 게 못 된다는 것도. 그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마지막 남은 체면을 차려 몸을 돌리는 게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그렇게 그녀만이 남게 되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이름을 물었다.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감돌고 그 특유의 목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사가 에스텔. 그녀의 이름을 새로이 곱씹으며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냥 매끄러워보이는 손에 제대로 자리 잡은 굳은 살이며. 문제가 주어지거든 최악의 최악을 고려하며 대비책을 고안하는 것이며. 대련에서 의외로 밀어붙이는 경향도 종종 눈에 띈다던가. 하루가 흐르면 그녀에 대해 새로운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훈련이 끝나거든 휴턴과 함께 찾아와 늘 그렇듯 조잘거리는 이야기들은 신기하다 할 정도로 또 새로운 것들이었다. 무료하기만 하던 이 곳에서 그 순간은 생소한 자극으로 다가왔으며 동시에 안식과도 같다 여겼다.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은연중에 그때를 기다릴 정도로. 고저없이 차분한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간혹은 바람에 흔들리는 굽이진 머리칼이 보기 좋았다. 종종 눈여겨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미약하게 입꼬리를 올려 지어보이는 소리없는 웃음을 또한 좋아했다. 하지만 이를 입 밖에 낼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이상을 바라게 된 마음을 머금은 채 그저 원하는 것이 있거든 그 모든 걸 들어주겠노라 맹세할 뿐. 그걸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그녀가 이런 심정을 알게 둘 생각은 없었다.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친구라고. 그렇게 여기며 그것을 원하고 있을 터이니. 그런 내게 다시 한 번 손을 내민 것은 그녀였다. 그 순간은 아직까지도 비교적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잠시 이야기할 것이 있노라 하는 말에 의아한 낯빛을 띄었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좀처럼 떠오르는 게 없었던 탓이었다. 다물려 있던 입술이 벌어지고 한 자 한 자 흘러나와 낱말을, 그리고 문장을 만들어냈다. 제 답을 기다리는 그녀를 마주하고 나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아들어 그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보조개가 파이도록 미소짔던 것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여뻤다. 그 어떤 것보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전과는 다른 관계라 하나 굳이 연인이라는 그 명칭에 맞출 것도 없었으니. 저나 그녀나 그에 관해선 둘 다 엇비슷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분명히 변화한 것은 있었다. 가끔가다 눈을 마주칠 때면 이전과는 다른 미소가 얼굴에 자리잡았고 저 또한 그에 화답해주었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를 때,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를 때에 미묘한 차이가 생겼다. 퍽 간지럽다 할 정도의 차이. 그러나 그것만으로 전례 없는 충만감을 혀끝으로 맛본 듯하였다. 가슴에 무언가 차오르는 듯한 감각에 이질감이 뒤따랐으나 결국에는 설명하기 어렵지만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종지부를 찍었다. 그녀는 내게 또 하나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었다.
유호키호레 님
Jun 14, 2019
검성 드림
ⓒ 돋 님 페이지. 오늘도 날씨가 이 모양 이 꼴인 걸 보면 또 비가 한바탕 쏟아질 모양이더라. 공기에서 축축한 물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 땅이 질척질척해지고 거리를 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겠지. 날이 궂으면 나쁜 일도 일어나기 좋고 말이야. 어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건이 일어나는 것 같냐. 이걸 쓰고 있는 지금도 밖이 소란스러운데, 또 무슨 일이 난 건지 아니면 그저 언성이 높아진 것뿐인지 모르겠어. 이렇게 아무도 없는 방에서 불빛에 의지해서 흰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는, 다른 것보다, …그냥 네 생각이 나더라. 저번에 그렇게… 비를 맞으면서 나타난 이후로 자꾸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딱히 비가 내릴 때만 네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뭐,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머릿속에서 떠나는 일이 없지. 알고는 있으려나 모르겠네. 몸은 잘 챙기고 있는 거지? 너는 알아서 잘하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란 말이지.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분명 있잖아. 건강도 마찬가지고. 아픈 일이 잦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 번 앓으면 크게 앓곤 했으니까. 신경 쓰이고 걱정돼. 이건 너를… 이런 감정으로 좋아하지 않았어도 그랬을 거야. 우리는 그 옛날부터 줄곧 함께 지내왔으니까. 챙겨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대신 서로가 서로를 챙겼지. 그게 버릇이 들고 습관이 되어서 이제는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된 거야. ……. 그래. 딱히 비를 맞은 일만 신경 쓰여서 이렇게 친하지도 않은 종이를 붙들고 있는 건 아냐. 짐작하고 있겠지만. 보고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래. 아까도 얼굴을 보긴 했지만 그거랑은 다르다고. 손이 따뜻해질 때까지 붙잡고 오래 깜빡이지 않은 눈이 시리도록 지켜보고 싶어.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고 길거리를 거닐거나 같이 대련을 하는 것도.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거야. 어리광 같은 거라고 생각해. 페이지. 지금까지 묵어왔던 감정을 떠넘기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말이지. 솔직히 첫 고백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건 나름 충격이었다고. 이제 네가 진지하게 답을 고려하고 있을 거라는 건 알아. 너한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나도 나름대로 가만히 기다리는 중이거든. 얼굴만 보는 정도고, 그렇게 오래 쫓아다니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지. 맞아도 아니라고 해. 사실 이런 편지든 뭐든 쓸 필요 없이, 당장 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얼굴을 마주 보고 이런저런 말들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런 감정을 느끼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초조한 건가? 괴수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들이닥쳤는데 형의 마법이 완성되지 않은 기분이라고 할까. 검 대신 펜이기는 하지만, 뭐라도 쥐고 있는 건 그것 때문일지도 몰라. 가만히 누워만 있는 건 성미에도 맞지 않고. 이상하지. 무엇보다 낯선데 전혀 싫지는 않거든. 얼굴을 떠올리면 심장이 필요 이상으로 크게 뛰고, 목소리를 들으면 온몸의 피가 빠르게 돌고. 처음에는 무슨 병이라도 걸렸나 싶었다니까. 다른 게 아니라 상대가 너잖아. 아, 이거 네가… 막 상대로 모자라다거나, 그런 뜻은 아닌 거 알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혹시 모르지.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이런 결과를 계속 바라고 있었는지도. 이제 와서 떠올리려 애쓰는 건 의미 없는 짓일 수도 있겠지만, 너한테 반한 건 어쩌면 생각보다 더 오래전의 일일지도 몰라. 나는 낯설다는 이유로 줄곧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걸 꺼려했으니까. 사실 제대로 직시했다고 해도 알기 어려웠을 것 같긴 해. 사랑이 뭔지. 사랑받는 것도, 사랑하는 법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길러지기를 그렇게 길러졌지. 사랑받기 위해,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할수록 내가 원하던 길과는 멀어지고 있었으니까. 그대로 쭉 자랐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네. 그런데 중간에 네가 끼어든 거야. 아직도 기억난다니까. 처음에는 둘 다 어색했는데, 그래도 네가 손을 내밀어줬던 일. 같이 훈련을 받으며 지내던 때. 아니면 더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가 처음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찌 되었든 나는 너한테 차차 젖어가고 있던 셈이었지. 이제라도 깨달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은 뒤에 알아차렸다면 이런 고백조차도 하지 못하고 끝났을 테니까. 분명 그랬을걸.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거든. 고백은 어느 때보다 진심이야. 너를 사랑해, 페이지. 그렇지만 네게 부담이 되고 싶지도, 관계가 틀어질 걸 염려한 답을 받고 싶지도 않아. 내가 알길 원하는 건 꾸밈없는 생각이고 이것저것 따지지 않은 네 속마음이야. 다른 여러 가지 상황을 접붙이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마음 말이야. ……기왕이면 좋은 대답을 듣길 바라게 되는 건 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뭐…, 네가 어떤 대답을 하든 우리 사이가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을 거란 얘기지.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나는 노력할 거야.
돋 님
Jun 12, 2019
검성&아이반 로덴 드림
ⓒ 우주먼지 님 어떠한 마음을 속에 품었더라도 세 사람은 친구였다. 아이반 로덴은 자신을 친구로 대하는 검성과 사가 에스텔을 그냥 두는 것에 가까웠으나 친구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사가 에스텔은 ‘다음’을 믿지 못했음에도 이 우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우주먼지 님
  1. 그림
May 13, 2019
아이반 로덴 드림
ⓒ 우주먼지 님 사가 에스텔은 아이반 로덴에게 삶의 목표나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순종했고 어떠한 설명도 없이 홀로 버려졌다. 부품으로 훌륭히 기능하여 가치를 증명했기에 괜찮았다. 사가 에스텔과 재회하기 전까지는.
우주먼지 님
  1. 그림
May 9, 2019
검성 드림
ⓒ 우주먼지 님 검성에게 사가 에스텔은 당연한 존재였다. 그렇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마저 들 정도로 검성은 사가 에스텔에게 확신이 있었다.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너는 나와 함께하고 있을 것이다.
우주먼지 님
  1. 그림
Apr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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