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무 님 망가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망가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느 시점부터는 망가진 것이고, 어느 시점부터는 망가지지 않은 것일까. 사실 모든 인간은 조금씩 망가져 있는 것이고, 살아가며 조금씩, 조금씩 더 망가져 가는 것은 아닐까. 돌을 쌓아 만든 탑에서 돌이 하나씩 떨어져, 바닥에 뒹굴어도 탑은 그리 쉬이 넘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무언가 떨어져 나간 분만큼 더 많은 것을 지고 있던 돌이 빠지는 순간. 탑은 무너져 내려버리는 것이다. 떨어지는 돌들은 아래의 것까지 뭉그러트린다. 결국, 높았던 탑은 뿌리조차 남지 않고 조각난다. 저들끼리 부딪치며 깨어진 돌조각만이 바닥에 나뒹군다. 그때가 되면 늦었다. 탑을 다시 쌓아 올릴 수 없게 된다. 느긋함과 느릿함은 다르다. 손을 느릿하게 뻗어 미간을 꾹 짓누른다. 아니, 손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쪽이 조금 더 가까우리라. 머리가 멍하다고 할까, 자꾸만 집중하는 것이 막힌다. 사고가 수월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빠른 판단력이 필요한 로열 가드로써는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당연한 절차는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반 로덴은 그저 가만히,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자신조차도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오로지 기억나는 것은, 기억나지 않는 것. 기억나지 않는 이와 기억나지 않는 일을 한 기억. 기억이라기보다는 기억의 조각에 가까운 그것만이 지금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아이반 로덴은 자신을 향해 그렇게 읊조렸다. 자신은 로열 가드. 오로지 왕실을 위해 살아가며, 필요하다면 제 죽음까지도 그들에게 내어줘야 하므로 삶도 죽음도 자신의 의지로 판단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니 이따위 기억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왕실이다. 그는 몇 번이고 그렇게 말했다. 듣는 이가 없는 말은 허공을 맴돌아 바닥에 떨어진다. 말은 바닥에 떨어져 꽃이 지듯이 스러져버린다. 말한 자신조차 듣지 않은 말은 피지도 못한 채 진다. 마치 그처럼. 그. 그게 누구지? 아이반 로덴은 생각했지만, 생각해낼 수 없었고, 결국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