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엔 ‘가깝다’는 말이
감정의 깊이와 비례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가까워지고 싶을수록 더 깊이 개입했고,
상대의 슬픔을 대신 느끼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알았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내가 그 사람의 마음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관계가 유지된다고 믿었던 불안.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진짜 가까움은, 서로의 고요를 존중할 줄 아는 것.
말하지 않아도 괜찮고,
함께 있어도 각자의 생각을 품을 수 있는 관계.
그런 관계에서만 온기가 오래 남는다.
우리는 온도를 나누되, 섞이지 않는다.
온기가 따뜻한 이유는,
그 경계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너의 온도와 나의 온도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함께 있을 수 있는 것 —
그게 성숙한 연결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