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억이 사라져가는 노인 후베르트와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15살 소녀 린다가 한 주에 세 번 같은 공간을 공유할 뿐이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깊다.
단순한 줄거리지만 이 책이 다루는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관계는 돌봄이 아니라, ‘곁’의 감각
린다는 처음엔 후베르트를 '관리'하려 한다.
정해진 시간에 들르고,
약을 챙기고,
방을 정돈하고,
기억을 보조한다.
하지만 후베르트는 다르게 반응한다.
혼란스러운 기억 사이에서도 린다의 존재를 알아보고,말을 건넨다.
듣는다.
때로는 기다려준다.
그리고 린다 또한 조금씩 달라진다.
'돌봄’이란 단어가 이토록 무겁지 않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이 책 속의 돌봄은 '하는 일'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도달하는 감각이었다.
조용히 곁에 있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
기억이 사라질 때, 무엇이 남을까?
후베르트는 치매를 앓고 있다.
이야기 후반으로 갈수록 그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잊는다.
이름, 숫자, 문장, 사건들.
하지만 놀랍게도, 잊지 않는 것이 있다.
그는 린다를 기억한다.
그녀의 목소리, 손길, 침묵 속 온도 같은 것들.
사람은 기억을 잊어도 느낌은 잊지 않는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말해준다.
그래서 린다는 그를 위해 ‘소리’를 준비한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수영장의 물소리를 녹음해 들려준다.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혀져도 괜찮은 온기를 남기기 위해서.
사랑은 구조가 아니라 감각이다.
이 책은 사랑이나 연대에 대해 정면으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그 단어들이 무겁지 않게 마음에 내려앉는다.
.사랑은 때로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은 보여준다.
사랑은 감각이고, 기억이며, 존재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걸.
삶의 한가운데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들에게이 책은 말없이 등을 내준다.
무언가를 ‘갖지 않아도.
누군가가 ‘되어주지 않아도.
그 자체로 괜찮은 존재들이라는 걸 보여주며.
책장을 덮고 나서, 생각했다.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는 사람.
무엇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그렇게 삶의 온기를 다시 배우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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