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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이의 숨결
경험의 멸종 —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들
Lila
2025년 8월 31일
9달 전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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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들
얼마 전, 오래 기다려왔던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영화,
『대부』의 극장 재개봉.
비디오 테이프 시절부터,
TV에서 재방송할 때마다 몇 번이고 반복해 봤지만
늘 마음속에 하나의 갈망이 있었다.
“이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보고 싶다.”
작은 화면이 담아내지 못한 그 장면들,
음향과 조명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밀도.
스크린 앞에서,
그 이야기를 마주하고 싶었다.
그런데 한 친구와 대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는 열띤 장면 분석과 주제 토론까지 하고 나서야
그 친구가 사실은 『대부』를 본 적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지 인터넷으로 요약을 읽었고,
명장면 편집 영상을 몇 번 본 것뿐이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요즘, 그런 일이 너무 많다는 걸.
우리는 무언가를 ‘경험했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건 ‘전해 들은 것’일 때가 많다.
영상 클립 몇 개, 요약본 하나, 누군가의 리뷰.
그 안에서 직접적인 체험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마치 그 감각을 대체할 수 있다는 듯
기술은 더 편리해지고,
우리는 더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정말 그게 ‘경험’일까?
그 질문의 여운이 이 책으로 나를 이끌었다.
『경험의 멸종』은 지금 우리가 처한 문화적 풍경을 조금은 냉정하게 짚어낸다.
경험하지 않고도 말할 수 있고,
겪지 않았지만 아는 척할 수 있는 시대.
그 안에서 감각은 무뎌지고,
공감은 얄팍해진다.
물론 책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었던 지점들이
조금은 겉돌듯 스쳐 지나가는 느낌.
그러나 동시에,
“맞아, 나도 이런 감정 느꼈어.” 하는 순간들이
여럿 있었다.
특히 AI나 SNS, 메타버스 같은 기술이
우리를 어떻게 ‘경험 없는 존재’로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통찰은
요즘의 일상과 정확히 맞물려 있었다.
책을 덮고 나서,
다시 한번 ‘직접 본다’는 것,
‘실제로 듣는다’는 것의 무게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화면이 아닌 극장에서 『대부』를 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와 그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장면 하나하나를 내 눈으로 본 기억으로 말하고 싶다.
경험이 멸종되고 있는 이 시대에
그 감각을 지키는 작은 시도라도 해보고 싶다.
그건 어쩌면,
더 인간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아주 소박한 저항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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