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이면서도, 한 사람이 ‘어디에 머무를 것인가’를 묻는 이야기입니다.
라이랜드 그레이스는 처음부터 선택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떠밀리듯 우주로 나갔고, 살기 위해 문제를 풀어야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에서 그는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에도 그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귀환”이 목표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보통의 서사라면 주인공은 반드시 돌아와야 하고, 그 귀환이 완성처럼 그려집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는 다릅니다. 그는 돌아갈 수 있지만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고, 남아 있지만 언제든 떠날 수도 있는 상태에 있습니다. 그 선택의 열림이 이 이야기를 더 깊게 만듭니다.
로키와의 관계는 이 선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로키는 그를 붙잡지 않습니다.
대신 말합니다.
“우리 행성의 과학자들이 당신을 지구로 돌려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이 한 문장은 설득이 아니라 존중입니다.
그래서 그레이스의 시간은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축적해 가는 시간이 됩니다.
이 이야기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는 어디로 갈 사람인가보다 얼마나 충분히 살아볼 사람인가에 더 가까운 인물이라는 것.
그래서 만약 그가 언젠가 돌아간다면 그건 생존이나 의무 때문이 아니라 오직 선택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조금 더 늦어도 괜찮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거대한 우주와 과학의 이야기 속에서 결국 아주 조용한 질문 하나를 남깁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가 아니라 언제, 어떤 마음으로 움직일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이 이야기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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