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 살아지고 있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

Lila
『오베라는 남자』
— 살아지고 있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한 남자의 삶보다
먼저 그의 고집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까칠하고, 고집 세고, 늘 불평이 많고,
사람들과 잘 어울릴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 장을 넘기다 보면
그의 불친절이 미워지기보다는
이상할 만큼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까칠함이라는 이름의 애도

오베는 아내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실 이후,
삶을 이어갈 이유도 함께 잃어버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의 분노와 규칙 집착,
타인을 향한 날 선 말들은
사실 삶을 붙잡기 위한
그만의 방식의 애도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왜 이렇게 사는가”를 다그치지 않습니다.
대신
“그렇게라도 살아내고 있었구나” 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봅니다.

연결은 감정이 아니라, 사건으로 온다

오베가 다시 삶과 연결되는 방식은
아주 드라마틱하지 않습니다.

고장 난 것을 고쳐달라는 부탁

말 많고 경계 없는 이웃

혼자서는 버거운 누군가의 일상

그는 원하지 않았지만,
자꾸만 필요한 사람이 됩니다.

중요한 건,
그가 마음을 열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저 몸이 먼저 움직였고,
그 행동들이 관계가 되었고,
관계가 그를 다시 삶 쪽으로 데려옵니다.

이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연결은 “외롭다”는 고백에서 시작되지 않고
“이거 좀 도와줄 수 있어요?”
라는 말에서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

도움을 주는 사람, 도움을 받는 사람

『오베라는 남자』는
선량한 사람의 이야기라기보다
역할이 바뀌는 사람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오베는 누군가를 돕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역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약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 안으로 다시 들어옵니다.

이 소설은 말합니다.
받는 사람이 되는 건
무너짐이 아니라
연결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고요.

이 책을 덮고 나서 남는 감정

이 책은 위로를 크게 건네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묻습니다.

아직 끝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에게 아직 남아 있는 역할이 있지는 않은지

살아야 해서가 아니라, 이미 살아지고 있지는 않은지

읽고 나면 마음이 밝아진다기보다는
숨이 조금 깊어지는 느낌이 남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하고 싶어요

혼자서 잘 버텨왔지만, 이제는 조금 느슨해지고 싶은 분

연결을 잃은 게 아니라 미뤄두고 있었다는 말이 더 맞는 분

“괜찮아져야 다시 살 수 있다”는 말에 지친 분

『오베라는 남자』는
삶을 다시 사랑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누군가의 하루에 당신 자리가 남아 있어요.”

그 말이,지금 이 시기의 마음에
조용히 닿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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