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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a

자작나무 숲에서

L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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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던 그 하얀 숲의 고요가 참 좋았습니다."
​나무들이 서로의 어깨를 탐하지 않고
정갈한 거리를 두면서도,
결국 하나의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모습...

그 모습이 꼭 우리네 같아
마음 한구석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그날 우리가 함께 마신 차가운 공기와
눈부셨던 풍경들을
몇 편의 시로 갈무리해 보았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숨 가쁠 때,
자작나무 숲의 '하얀 침묵'이
당신 곁에 머물기를.
Līlā (लीला) 드림
자작나무 숲에서 쓴 편지

​푸른 물감이 뚝뚝 떨어질 듯한
인제의 높은 하늘 아래
하얀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이
수천 개의 촛불이 되어 서 있습니다

​잎사귀 하나 남기지 않은 빈 가지로도
저토록 당당하게 빛날 수 있는 건
가장 추운 곳에서 스스로를 태우며
안으로 정직한 무늬를 새겨온 까닭이겠지요

​기대어 선 나무들의 몸짓은
세상의 소란을 지우는 하얀 정적입니다
껍질을 벗어 던져 더 투명해진 몸으로
서로의 어깨를 보듬으며
겨울을 건너는 고요한 합창입니다​
나도 오늘은 자작나무 숲의 한 문장이 되어
내 안의 묵은 생각들을 하얗게 비워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푸른 하늘이 담기고
추위를 견뎌야 비로소 눈부신 빛을 낸다는 것을
이 꼿꼿한 침묵의 숲에서 배웁니다

​자작나무 숲속에서
​하얀 뼈대만 남은 나무들이
푸른 하늘에 정갈한 필체를 적어 내립니다

​비워내야 더 눈부신 몸이 된다는 듯
스스로 껍질을 벗어 던진 저 꼿꼿한 고요
눈이 멀어도 좋을 만큼 투명한 정적 속에서
나는 오늘, 이름 없는 하얀 문장이 됩니다

나도 나무가 됩니다 I

​잎사귀 하나 남기지 않고
하얀 수피로만 서 있는 저들 곁에서
나의 해묵은 이름표들을 내려놓습니다
푸른 하늘에 정갈한 필체를 적어 내리는
고요의 문장을 따라 읽다 보니
어느새 나의 발치에도 뿌리가 돋습니다
비워낼수록 더 환해지는 저 몸짓처럼
나의 소란했던 마음도 투명하게 깎여나가
눈이 멀어도 좋을 백야의 숲

​차가운 공기가 살결에 닿는 순간
나도 한 그루 자작나무가 되어
당신과 나란히 겨울을 견뎌냅니다
​나도 나무가 됩니다 II

​서로의 어깨를 탐하지 않고
푸른 여백을 정갈하게 나눠 가진 숲
​닿지 않아도 온전한 것은
각자의 고요를 침범하지 않는
하얀 침묵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도 오늘 그들 사이에 서서
하나가 되는 법을 배웁니다
우리는 투명한 간격만큼 깊어집니다

눈의 결정체로 피어나

고개를 드니 숲은
거대한 눈의 결정입니다

푸른 허공에 닿기 위해
하얗게 얼어붙은 채 뻗어 나간
자작나무의 가느다란 손가락들

차가운 겨울바람을 한 땀 한 땀 엮어
하늘에 수놓은 정교한 무늬는
추위를 견딘 나무가 피워낸
가장 뜨거운 얼음꽃입니다

나도 오늘 그 투명한 무늬 속에 갇혀
시린 계절을 빛으로 치환하는
단단한 결정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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