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시간 앞에서 짧은 인생은 무에 지나지 않는다. ‘···머뭇머뭇하는 사이에··· 몇 가지 지속적인 것이 있다는.’ 프리드리히 휠덜린의 시구절은 우리가 보내는 시간에 관하여 시사점을 던진다. 갤러리JJ는 2025년 새해 첫 전시로 회화 작가 유현경의 전시를 개최한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유현경(Hyeonkyeong You)은 ‘그리기’, 곧 회화적 속성에 충실한 작가로, 주로 사람과 집, 풍경 등을 매개로 자신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추상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그림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 ≪유현경: 나는 피안으로 간다≫는 풍경을 소재로 하며, 그간 그의 작업을 종종 대변해왔던 인물 작업보다 장소에 대한 정취나 기억과 함께 태곳적 시간을 품은 대자연의 풍광을 통해 보다 확장된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는 여행에서 마주한 광활한 자연환경을 체험하고 그린 시리즈를 중심으로 베를린을 비롯하여 동서양의 도시와 자연, 문화유적에서의 느낌을 반영한 작품, 자화상 등 15점의 유화 작품으로 구성된다. 시간이 멈춘 듯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은 작가가 욕망하는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을 품고, 우리는 시선 너머 또 다른 낯선 세계를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