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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n'cor x Astarion x Halsin

그림자 숲에서의 밀사 (커미션: 봄님 aka 발따겨노가다꾼)

금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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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의 메뉴는 늘 단순했다. 생선 대가리 두 개와 생닭, 양배추와 토마토, 치즈를 손질해서 때려넣고 푹 끓인 잡탕 스프와 흰 빵에, 양 다리를 구운 것과 이스뱅크, 포도주를 곁들이고 사과나 오렌지, 라즈베리같은 오만가지 과일을 끌어모아 배를 채우거나, 커다란 야영 물자 가방을 열어 그 안에 있는 것으로 전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잡탕 식단을 만들어 먹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사실 그림자땅에 들어온 시점에서는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비록 음식은 가난뱅이의 그것이었으나 그 식사 자리에 한 때 발더스게이트를 류트와 목소리 하나로 휘어잡았던 명품 바드가 끼어 음식에 대한 푸념이 들어갈 자리에 재담과 음악을 끼워넣고 있었으니, 그 분위기가 나쁠래야 나쁠 수가 없었다. 피엔코르의 농담 하나에 웃음이 바닥에 쏟은 구슬처럼 쏟아지는 것이 밤마다 이어지는데, 일부러 모두에게 시비를 걸고 다니지 않는 이상 분위기가 나쁠래야 나쁠수가 있겠는가?
"하하하하, 코르 덕에 늘 즐겁다니까."
"아하하, 코르는 정말 재미있는 말을 많이 아는 것 같아요. 게일만큼요."
"제발 전에 했던 '위저드가 내려오면 아래저드' 같은 말을 다시 들려주지 말았으면 해, 아기 팔라딘."
"...그거 재미 없었나요? 저는 재미있었는데."
"츠크. 어린 팔라딘이 분위기를 망칠 뻔 했군."
피엔코르의 옆에서 갈색과 주황색이 섞인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창백한 엘프 역시 피엔코르의 농담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스타리온의 웃음은 보통 냉소거나 조소였지만, 이 때 만큼은 예외다. 잡탕 스프와 흰 빵 외 이것저것을 나누어 먹은 이들이 먹은 데에 쓴 식기들을 정리하고, 아스타리온이 피엔코르의 목에서 피를 마시고 나면 모두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다만 잠이 들고 말고는 개인의 문제인지라, 텐트 안의 뱀파이어 스폰처럼 쉬이 잠에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스타리온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피엔코르의 머리카락이 사부작사부작 흔들리기에 조금 매만지며 부드럽게 빗어내고, 손끝으로 바스락대는 듯 한 감촉을 느낀 것 까진 좋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어진 것은 단순히 머리카락이 줄 수 있는 것 이상이었다. 세상은 넓고 미친 놈은 많다고 하지만 도대체 세상의 어느 누가 사람 머리카락에 욕정한단 말인가. 아스타리온이 스스로를 다그친다. '정신 차려, 아스타리온. 그냥 써먹기 편한 착해빠진 놈 머리카락만 만진 거 가지고 욕정한다고? 카사도어와 고디가 지금의 날 보면 웃겠군. 그렇게 비싸게 굴더니 싸도 보통 싼게 아니라고.' 그러나 다그침이 먹히는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다는 건 어느 정도 머리에 피가 마르면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 아스타리온이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있는 건 후자였지만 복슬복슬한 흰 머리털로 덮인 곳은 그것을 최대한 부정하기 위해 안에 든 것을 어떻게든 굴리고 있었다.
결국 잠드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 닿자 아스타리온이 손가락에 닿은 바스락거리는 감촉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애쓴다. 그저 찰나의 흔들림이라고, 단순히 몸정일 뿐이고 몸정은 언젠가 떨어진다고. 200년 정도 되는 시간동안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모든 육체적 관계는 그저 할당량을 채우거나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기만이고, 그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언젠가 짓밟혀 부서질 오만이라는 이름의 유리알을 잠깐 햇빛에 내놓았을 뿐이라고. 애써 눈을 감았다. 비단결같은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감기는 감각이 손에 오래도록 진득하게 남아 잠드는 것을 방해하지만, 그럼에도 피로한 탓에 눈은 자연히 감긴다.
그러나 아스타리온의 과거는, 편안한 휴식이 되어야 할 시간조차 지옥으로 만들었다.
차가운 방이다. 카사도어가 있고, 고디가 있는. 아스타리온을 '준비'시키기 위해 고디가 옷을 벗기고, 팔다리를 묶어 저항할 수 없게 매달아 놓고, 카사도어가 아래쪽에 집어넣을 때 거부하지 못하도록, 그러면서도 카사도어가 박을 때 느낄 정복감을 방해하지 않도록 카사도어의 것보다는 조금 작은 각좆을 안에 박아넣고 마구 쑤셔대어 '포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뇌가 되먹인다. 트라우마라고도 하던가. 몸이 수상할 정도로 편하니 무의식에서 이 평화가 가짜라고 생각하고 멋대로 알리는 거짓 경보. 텐트 안에서 아스타리온의 고요한 비명이 점점 소리를 키워가고, 꿈에서 카사도어가 고디가 해둔 포장을 뜯고 아스타리온의 예쁘게 부어올라 거의 장미처럼 보이는 뒷구멍에 굵고 긴 물건을 박아넣으려는 순간.
무채색의 꿈에, 색채와 선율이 들어온다. 피엔코르의 것이.
꿈 속의 피엔코르는 현실에서 늘 그렇듯 다정하다. 묶인 아스타리온을 내려주고, 아프도록 붉게 부어오른 뒷구멍에 연고를 발라주고, 제 상의를 벗어 입혀준다. 평범한 의미의 돌봄이지만 아스타리온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창백하지 않아 태양빛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엘프였을,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절 외에 아스타리온에게 주어진 것은 오직 차가운 돌바닥과 차디찬 지하의 바람, 그리고 한 끼 식사로 주어진 죽은 쥐새끼 뿐이었으나 꿈에서는 피엔코르 덕에 제 예전 처지에 비하면 엄청난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텐트 안의, 돌바닥보다 훨씬 부드러운 잠자리,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아줄 따뜻한 모닥불,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피엔코르의 질 좋은 피.
꿈속의 그가 호사 끝에 피엔코르의 머리카락을 손에 그러쥐고, 목에 송곳니를 가져간 순간 꿈이 끝난다. 아스타리온의 이빨이 서로 공허하게 부딪히는 딱, 소리와 함께.
"아…"
꿈일지언정 달콤한 호사였다. 어찌나 달콤한지 깨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첫 맛은 먼바다 습지 포도주처럼 쓰고 눅눅했지만 뒷맛은 앰산의 후식용 포도주 만큼이나 달콤했으니, 오직 그 뒷맛만을 위해 꿈의 첫 장면을 수십번은 참고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중독성있는 단 꿈이었다. 세바스티안과 처음으로 몸정이 들었을 때에도 이런 꿈은 꾸지 않았는데, 아스타리온으로써는 너무나도 기묘해서 울렁거리고 역겨울 정도였다. 마치 취한 듯이, 맥주 한 잔 조차 먹지 않았는데도.
이전에 빨다 흘린 탓에 옷에서 검붉게 굳은, 피엔코르의 피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내가 아스타리온의 정신을 현실로 되돌려놓는다. 꿈 속의 다정이 현실에 립스틱으로 찍은 키스마크를 남겨놓은 듯 보이는 핏자국에서는 피엔코르의 혈향이 진하게 났고, 목을 무느라 피엔코르에게 붙었던 옷에는 피엔코르의 살결에서 나던 냄새가 남아있었다. 머리카락을 만진 후에 들었던 욕정에 다시 불이 지펴져 아스타리온을 달궜지만, 이번에는 꺼뜨리는 게 아니라 불을 지피기로 했다. 수건 한 장을 꺼내들고 바지춤을 내린 아스타리온의 창백한 물건이 마치 불의 중심부처럼 보였다.
"음...으음…"
아스타리온이 피엔코르를 머릿속에 그렸다. 목에서부터 이어지는 턱선, 크게 부풀어올라 만지면 젤리처럼 탱글할 것이 분명한 가슴과 그 끝에 맺힌 탐스러운 분홍빛 열매, 그 아래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허리, 치골 즈음에서 자신을 쑤시던 물건을. 분명 상상 속의 피엔코르는 완벽했다. 언제든 자신을 처박아줄 준비가 된 그 물건의 감촉마저도 생생했으니. 그러나 아무리 피엔코르의 몸을 생각하며 흔들어도 충족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었다. 몸정일텐데, 분명히 몸정일텐데. 대체 왜, 평소에 아무렇게나 흔들고 아무거나 받아도 알아서 백탁을 내보내던 놈이 지금은 아무리 피엔코르의 색정적인 몸이 콰르타 수니에 나오지도 못할 천박한 자세를 하는 것을 상상하며 물건을 위아래로 흔들어대도, 심지어 자신의 코를 옷에 남은 혈흔에 박고 피엔코르의 혈향과 살냄새를 한껏 들이켜도 백탁을 뱉기는 커녕 부풀려다 제 풀에 지친 어린 아이 마냥 축 처져버리는지 아스타리온은 통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자신이 느끼는 것은 욕정이었음에도 몸은 그 욕정에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쓰다가 달콤해진 오늘 밤의 꿈처럼, 지독하게도 기묘했다.
"이상, 하네…대체 왜…"
혹여나 피엔코르가 자신에게 해준 것 처럼 뒤를 쑤셔야 하는가 싶어 뒤쪽의 민감한 지점에 제 손가락을 지분거려보기도 했으나, 그저 눌린 내벽이 아프기만 할 뿐, 차라리 이전에 꾼 꿈의 도입부를 반복해서 꾸는 것이 더 빨리 발기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쾌락에는 발끝조차 닿지 못했다. 왜, 대체 왜. 쾌락을 찾다 길을 잃은 머리가 결국 묘한 결론에 도달한다. 실제로 움직이는 걸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때 자신이 실제로 본 목선이, 손목이, 허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아스타리온의 의식이 상상에서 기억으로 넘어가, 피엔코르의 다정을 되새기며 재현한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이 들이민 칼 앞에서도 제법 얌전하게 오르내리던 그 부푼 가슴을, 자신이 뱀파이어 스폰이라는 것을 밝혔을 때 피를 순순히 내어주던 목선을, 그리고 그 목에서부터 흘러나오던 진한 혈향을. 옷에 박힌 코가 혈향을 깊이 들이마시면 심지에 불이 붙듯 아스타리온의 물건이 욕정을 연료로 솟아오르고, 손짓이 욕정으로 솟은 것에 따뜻한 화기를 더해 부풀린다. 라파엘의 손을 쳐낼 때 보여주었던 강단있던 손목이 물건에서 선액을 짜내는 듯 한 감각에 아스타리온이 몸을 바르르 떨다가, 이 텐트 주변에 누가 지나갈지도 모르니 입을 황급히 막는다.
"흡, 흐윽…!"
손이 축축하게 젖어 질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동안에도 아스타리온은 계속 기억을 자기 자신에게 되먹이고 있다. 안에 넣어주었던 피엔코르의 정액이 낭심에 힘을 싣고, 그 후에 자신의 뺨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손길이 물건을 어루만지기라도 한 듯 크게 한번 꺼떡인다.
"흐읍…! 읍…!"
결국 퓻, 퓻 하는 소리와 함께 백탁이 수건을 약간 적시지만, 아스타리온의 온기는 식을줄을 모른다. 손길이 필름을 되감기라도 하는 듯 머릿속이 피엔코르로 가득 찬다. 자신을 찾는 간드렐을 향해 주저하면서도 거침없이 뛰어들던 발목이 물건에 힘을 싣고, 자신이 악몽에 떠는 밤마다 안심시키고 피를 주기 위해 자신을 안던 팔과 가까이 다가온 목이, 제 옷에서 풍기는 피엔코르의 희미한 살냄새와 함께 다시 물건을 꺼떡이게 만든다. 피가 빠질 정도로 추운 꿈에서 자신을 깨운 피엔코르의 환영이 이제는 그에게서 착정을 하는 것 같았고, 아스타리온은, 그 착정이 그저 몸정일 뿐이라 여겼다. 가련하게도.
"으읏…코오, 르…코르으…!"
피엔코르의 애칭을 부르며 허덕이고 수건을 백탁으로 축축하게 적시면서도, 그것이 몸정이라고만 여기는 꼴이 가엾고 딱해보일 지경이었다. 아스타리온 자신은 모르는 일이지만, 어느 의원이든 저 꼴을 보면 그것이 지독한 상사병이라 평하리라. 아주 지독한, 속에 든 불꽃을 내뱉지 않으면 절대 낫지 못하는 상사병. 그 열병에 시달리면서도 본인은 열병인줄 모르니, 그가 가엾지 않을 수 있을까. 아스타리온의 머릿속이 피엔코르가 그간 자신에게 해주었던 다정으로 가득 찼지만, 정작 그 머릿속의 주인은 그것을 '피엔코르의 살아있는 몸을 상상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표리부동에 합리화를 얹어 포장한다. 피엔코르는 왜 자기 꿈에 나오는지, 왜 자기 꿈에 나와서 자신이 자기 물건을 착정하게 만드는지 갈 곳 없는 원망도 해보지만, 손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스스로를 탐하는 데에 절박할 정도로 열중할 뿐이다. 이제는 '카사도어가 웃겠다.' 같은 생각은 들지도 않을 정도로 거칠어진 착정에도, 신음은 억눌려 있었다. 카사도어가 남긴 영혼의 상처인지 아니면 주변을 의식한 탓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피엔코르가 본다면 손을 떼고 숨을 쉬라고 말했을 정도로 애처로운 모양새였다.
밤은 길었고, 스스로에게 행하는 아스타리온의 착정은 새벽별이 뜰 때에야 간신히 멈췄다. 그마저도 들끓던 성욕이 백탁을 내보내지면서 잠잠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피엔코르가 그동안 자신에게 준 다정함을 전부 다 성욕의 땔감으로 사용해버린 탓이었다. 새벽별이 다가오도록 신음을 억누르며 제 낭심을 다섯번도 넘게 착정하다 땔감이 없어 갈 곳을 잃은 성욕을 간신히 내리누르던 아스타리온은, 자신을 착정한 제 손을 수건의 축축하지 않은 부분에 닦으며 조소를 보냈다. 어느 새 물건의 끝에서는 백탁액이 아니라 투명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선액과는 다르고 무자비한 착정 끝에 묽어진 정액과도 다른,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향내를 야릇하게 풍기는 것. 그 누구도, 심지어 그의 주인인 카사도어조차도 아스타리온이 내보내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그 액체를 피엔코르는 기억만으로도 짜내고 있었고, 그 사실이 아스타리온의 조소에 기름을 부었다. 그가 여태껏 받아왔으나 혐오해 마지않던 것인, '카사도어의 총애'라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끈적하게 달라붙어오는 자기비하의 늪에서 '네 비명소리가 내 스폰들 중 제일 곱단다, 아스타리온.' 하고 속살거리는 카사도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아스타리온은 그를 꺼내줄 이가 이 세상에는 절대 없다고 믿으며 그 소리를 그저 받아들였다. 적어도, 지금은. 자신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 마다 옆에서 기꺼이 피를 내어주는 지성체가 있음에도, 오래도록 상처입고 곪아버린 영혼은 스스로의 상처를 핥고 주변을 경계하기에 바쁠 뿐 자신의 주변에서 무엇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지는 살필 수 없었다.
"...하아, 브라보, 아스타리온. 몸정에 미쳐서 정액도 아닌 걸 내보내는 꼴이라니. 카사도어를 이 정도로 기분 좋게 접대했다면, 카사도어의 총애를 온 몸으로 받는 아주 훌륭한 스폰이었겠어."
빨아서 말리지 않고서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백탁에 잔뜩 젖어버린 수건은 버려야 했다. 자신의 정에 담갔다가 뺀 것 마냥 축축하게 젖어버린 수건은 차마 사용할 수도, 누군가에게 이 수건을 사용하게 만들 정도로 도착적인 취향도 없었던 탓이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수건 하나가 비어있겠지만 개의치 않았다. 수건이야 언제든 주워서 빨아 쓸 수 있는 것이고, 이 수건을 누군가가 다시 쓰게 하느니 차라리 올챙이가 주는 햇빛 면역을 버리고 태양 아래로 몸을 던지고 싶을 테니까. 그럼에도 아스타리온의 마음속에는 영문 모를 충족감이 들었다. 단순히 만족스러운 자위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그 충족감에 아스타리온은 수건 걱정도 잊은 채 쉬이 잠들 수 있었고, 이번 잠에서는 꿈조차 꾸지 않았다. 거진 200년만에 드는 긴 잠이었다. 백탁으로 젖은 수건이 강에 둥둥 떠내려가며 다정을 향한 애걸이 섞인 아스타리온의 백탁액을 머나먼 망각으로 흘려보내고 퍼뜨린다. 누가 작정하고 찾아도 찾아지지 않을 샤의 품 안으로, 잊혀져서 찾지 못하게 되도록.
아스타리온의 예상대로, 아침의 야영지에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수건 하나가 비는 탓이다. 수건이야 여기저기 굴러다니니 아무거나 집어서 쓸 수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고블린 몸에서 흘러나온 땟구정물이나 좀비의 썩은 체액이 짙게 밴 수건보다는 깨끗한 수건이 낫지 않은가. 또,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수건 도둑이 매직 아이템 도둑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 파티의 도적은 이미 하나 있었으니, 면식도 모르는 도적 하나가 추가되는 건 사양이었다.
"여기, 수건 하나 못 봤어? 아스타리온 텐트에 있던 게 비는데."
"미스트라께 맹세코, 나는 몰라."
"나는 수건이랑 인연이 없는 거 알잖아. 태워먹으니까. 누가 수건에 발 단거 아니야?"
"수, 수건에 발이 달려요?!"
"테오린, 그건 비유야. 내가 나중에 워터딥에서 자주 쓰이는 비유나 숙어에 대해 가르쳐 줄게. 그러면 이해할 수 있게 될거야."
모두의 시선이 아스타리온에게로 향한다. 이 파티의 유일한 도적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아스타리온만이 유일하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 파티의 모두는 서로의 사정에 대해 그렇게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았다. 자신이 먼저 말하기 전까지는. 아스타리온의 태연한 목소리가 야영지의 햇살 아래로 뻗었다. 세수에는 피엔코르의 수건을 빌린 참이었다.
"몰라. 그림자 까마귀가 물어가기라도 했나보지."
"수건이 반짝이는 건 아니잖아."
"뭐, 하얀 수건에 흥미가 있는 언데드 까마귀가 없으리라는 법도 없잖아?"
예상한 대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일행은 수건 한 장의 행방을 영원히 모른 채 달오름 탑으로 떠나야 했다. 그 수건 한 장에 맺힌, 자기 자신조차 모를 갈망과 애정과 충족감을 아는 자 역시,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 날 밤의 인물은 그 날 밤으로 남겨두고 떠나는 것, 그것이 아스타리온이 오래도록 고수해온 방식이었으니까. 그 오랜 방식을 깰 사람의 기억이 자신을 착정했다는 것을 지금의 아스타리온은 전혀 알지 못했다. 설령 누가 알려준들 거부할테고.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달오름 탑의 윗층에서, 드로우 하나가 실험을 하고 있었다.
토스트야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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